“대체부품 인증 참여 기업 없어”...발목 잡은 ‘디자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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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부품 인증 참여 기업 없어”...발목 잡은 ‘디자인권’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5.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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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후 10곳 신청...그마저도 수입부품 업체, 본래 취지와 달라

‘특허침해’ 논의 없이 졸속시행...업계는 ‘한숨’, 피해는 ‘소비자 몫’

주무부처 합의 없이 개정 불가능, 당분간 반쪽 제도 운영 불가피

지난 8일 자동차부품산업을 활성화하고 수리비 안정화를 위해 시행된 대체부품인증제에 대한 정부의 예측이 크게 빗나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선 부품업체들의 제도 관련 인증 신청이 당초 정부의 예상과 달리 저조하고, 향후 움직임을 보이는 업체들도 미지수라는 것. 제도 도입 초기부터 논란이 됐던 ‘부품 디자인권’이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한국자동차부품협회에 따르면, 대체부품인증제 시행 후 현재까지 인증을 받겠다고 밝힌 업체는 16일 현재 10곳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모두 대체부품에 대해 문제가 되고 있는 국내 완성차가 부품의 디자인권을 행사하지 않는 외제차 부품을 국내에 공급하려는 곳들이다. 제도 취지에 맞는 부품업체는 하나도 없는 셈. 대체부품인증제는 완성차업체가 만든 순정부품과 품질이 동등한 부품에 한해 수리 시 대체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것으로 부품협회가 인증을 맡았다.

본래 제도의 취지는 해외 경쟁력까지 갖춘 국내 부품시장의 내수 활성화를 도모해 소비자가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부품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정부는 대다수 중소 부품기업의 참여를 기대했으나 이 같은 예측은 빗나갔다. 이에 대해 업계는 제도 논의 당시 논란이 된 ‘디자인권’ 부분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시행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제도가 성과를 내기에는 가장 예민한 부분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업계가 우선적으로 꼽는 가장 큰 문제는 완성차 업체와 자동차부품 의장권(디자인권) 특허 에 대해 부처 간 입장 정리를 하지 못했다는 것. 한 부품업체 대표는 대체부품 인증을 신청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완성차와 특허 침해 문제에 대해 위험 부담을 감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능이 비슷한 부품을 생산할 경우 디자인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데 인증을 받으면 디자인권 침해로 완성차의 눈 밖에 나 소송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주장은 대체부품인증제 논의 초부터 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업계의 논리적 근거로 작용해 왔다.

앞서 업계의 우려에 국토부는 완성차의 부품 특허권을 일부 제한하자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주무부처인 특허청이 법 개정의 어려움을 들어 반발하자 제도 자체가 답보 상태에 빠진 것이다. 특허청은 “최근 지적재산권으로 분류되는 디자인권 보호가 강화되는 추세에서 부품만 예외로 둘 수는 없다”면서 “부품 디자인권이 제한이 가능한 예외적 경우, 즉 공공복리에 위배 된다고 볼 수 없어 개정이 어렵다”며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부처 간 이견 조율이 쉽지 않아 당분간 반쪽 제도로 사실상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해외의 경우, 특히 유럽연합(EU)은 자동차 수리를 목적으로 대체부품을 사용할 때는 디자인 특허를 적용하지 않는 법규를 시행, 대체부품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대체부품 재활용을 통해 환경보호와 비용절감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부품에 대한 디자인권을 설정, 부품교체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어 대체부품 사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현행 디자인보호법은 자동차 제조사가 디자인권을 등록하면 20년 간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부품 제조업체가 20년 안에 범퍼 등의 대체부품을 개발하는 게 불가능한 현실이다.

중재를 담담해야 할 기획재정부도 제도의 공공성에 대해 부처 간 합의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이런 상태라면 부처 간 합의가 전제인 입법발의가 어려울 전망이다. 디자인보호법 상 대체부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려면 디자인 소유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지만 완성차의 입장을 반영한다면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내 소비자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제도의 효과로 기대되던 수리비 절감 및 보험료 인하 효과를 당분간 기대할 수 없어 보인다. 시장이 형성이 늦어지면  보험료 산정의 근거가 되는 각종 부품의 시장가격 형성도 자연스레 미뤄질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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