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택시캠페인] 속도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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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택시캠페인] 속도 관리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15.0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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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규제 무시하는 ‘과속’... 사고위험 증폭
 

사고 나기 좋은 환경에 빠져들지 말아야
“택시영업의 관건은 속도 아닌 영업요령”
급차선 변경․급가속․지그재그도 속도문제
‘천천히 운행하는 습관 만들기’ 시작해야

자동차의 운행속도가 낮아지면 교통사고 발생률이 떨어지고, 교통사고 사망자 숫자도 크게 감소한다. 그런 의미에서 자동차 교통사고에서의 주행속도 관리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다음에서 밝히는 몇 가지 관련 통계를 유념해보자.

#1 주요 국가의  교통사고에서 보행자 사고비율을 보면 최우수 국가군으로 뉴질랜드, 네덜란드, 노르웨이, 벨기에는 모두 10% 미만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약 38%로 OECD국가 중 최저수준이다. 우리보다는 사정이 낫지만 그 비중이 30%를 넘는 나라는 일본, 폴란드, 이스라엘 정도다.

#2 세계적으로 시가지 구간을 달리는 자동차의 속도를 시속 50Km 이상 허용하고 있는 나라는 칠레(60Km), 콜롬비아(80Km), 미국(주에 따라 다름), 한국(60Km) 등 4개 국가 밖에 없다. 벨기에 (30Km 또는 50Km, 스웨덴(30, 40, 50Km), 캄보디아(40Km) 등은 시가지 구간에서의 자동차 운행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3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시가지구간 운행속도가 시속 60Km로 선진국보다 높게 설정돼 있으며, 특히 대구광역시의 경우 시속 70Km로 정하고 있는 등 속도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속도를 높여 달리는 자동차는 운행 중 다른 자동차나 보행자와의 트러블 요인을 발견하고도 제대로 이에 대처해 위험으로부터 빠져나갈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교통사고 발생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같은 물체를 자동차가 충격해도 속도가 높은 경우 피해 정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시가지 도로에서의 시속 60Km 속도 규제는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사고 시 피해규모를 증가시키는 요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인구밀도가 높거나 보행자 통행량이 많은 시가지 도로에서는 보행자 교통사고가 다른 교통사고 발생비율에 비해 크게 높다.

이러한 통계적 결과를 참고해 우리나라의 교통현장을 살펴보면 일단 속도에 관해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체증 등으로 정상주행이 불가능한 시가지 도로가 아닌 경우 시속 60Km로 달리는 자동차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가 하면 그렇게 속도를 높여 달리는 자동차들 가운데 유난히 더 빨리 달리는 자동차를 가려낸다면 그것은 단연 택시라고 하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시가지도로를 운행하는 택시는 당연히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고, 사고 시 피해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것이 우리나라 택시의 현주소라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는 표현이다.

도로상에서의 과속은 육안으로 입증되지 않는 문제가 있기에 과속단속카메라나 경찰의 비디오 촬영 결과에 의존한다. 따라서 단속카메라나 경찰이 존재하지 않는 지역이나 구간에서는 과속으로 운행해도 적발돼 처벌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것은 교통안전 선진국이나 우리나라 모두 같은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교통안전 선진국들의 차이점은 속도 규제의 차이로 인해 자동차들의 평균 주행속도가 다르다는 점과 함께 운전자들의 준법의식이다.

가령 다른 차보다 시속 10Km 이상 더 빨리 달리면서 단속되지 않는다는 보장만 있으면 언제든지 규제 속도를 초과하는 자동차와 10~20Km 이상 느리게 운행하면서도 규제속도를 준수하는 자동차 가운데 어떤 자동차가 교통사고를 더 낼까. 답은 간단명료하다. 우리나라 자동차들이 그 답이고, 그 중 택시가 가장 정확한 답인 셈이다.

서울 A택시회사에서 16년간 사고 없이 근무하고 있는 K씨는 “택시 기사들이 바쁘다, 입금이 어렵다는 이유로 과속하는 경향이 대부분이나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택시영업은 속도가 관건이 아니라 영업특성을 이해하는 운전요령이 좌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규정속도를 위반하는 일을 결코 하지 않으면서도 입금을 맞추지 못하는 일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택시이기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부 승객의 생각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바쁘니까 택시를 탔다’며 빨리 달리기를 원하는 승객이 적지 않지만, 그때마다 그는 ‘죄송하지만 다른 택시로 바꿔 타달라’고 요구한다고 했다.

과속을 부추기는 것은 일부 승객만의 문제가 아니라고도 말했다. 규정 속도대로 운행을 하다보면 뒤에서 달려온 자동차들이 천천히 간다고 클랙슨을 눌러대거나 하이빔을 뻔뜩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랬건 말건 자신이 설정한 속도로만 운행을 하기에 지금껏 사고를 낸 적이 없지만 사실은 그런 주변 자동차들의 부추김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K씨의 증언은 사실을 정확히 지적한 것이다. 속도 규제가 선진국에 비해 느슨한 우리나라에서 천천히 달리면 그것을 그냥 봐 넘기거나 속도를 낮추는 운전자 보다 비정상적으로 추월하거나 속도를 높이기를 부추기는 운전자가 많다는 사실은 자신의 잘못된 운전습관을 다른 운전자들도 따라 해주기 바라는 것과 다름 없다.

빨리 달리고자 하는 마음은 단순히 운행 중 전방에 장애물이 없는 경우에 국한된다면 그다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빨리 달리고자 한다면 자동차들로 빼곡히 들어찬 도로에서도 속도를 주체하지 못하는 경향으로 드러난다. 그리하여 쉴 새 없이 차선 바꾸기를 거듭한다거나 끼어들기, 지그재그운전, 급차로 변경, 급가속과 급정지 등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문제는 그렇게 달리는 자동차와 그렇지 않은 자동차와의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의 차이다. 그리고 실제 교통사고 발생률도 여기에 비례한다.

정도의 문제이긴 하나 우리나라의 택시 교통사고는 대체로 이와 같은 상황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사고 이후 사고 원인을 따질 때는 역시 예외 없이 주행 중인 다른 차의 부주의가 동원되곤 한다.

교통안전 전문가 대부분은 교통사고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속도를 지목한다. 속도를 낮추지 않는 한 교통사고는 조금 늘었다 조금 줄었다를 반복할 뿐 결코 해결하지 못할 문제라고 지적한다.

수많은 자동차들이 질주하는 도로, 정해진 장소에서만 이뤄지는 단속, 이를 정확히 알려주는 각종 장비들과 운전자의 경험 등이 어우러져 우리 도로에서 택시의 속도는 여전히 규정보다 훨씬 높다. 그러므로 택시 교통사고 줄이기는 어쩌면 요원한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택시가 속도를 높이지 않겠다는 자기 확신을 가지면 된다. 첨단 기기들도 택시의 속도를 낮추는데 기여할 수 있다.

그 이전에 불합리한 우리의 속도 규제를 제대로 확립하는 게 순서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규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운전자의 의식이요 마음가짐이다.

특히 운전은 습관이라고도 불린다. ‘오늘 하루 속도를 낮춰 최대한 안전하게 운전해보자’고 하는 시작이 중요하다. 그것이 이틀, 사흘 그리고 계속 이어지면 그것이 습관이고 또 다른 문화로 형태를 갖춰가는 것이다.

통계에서 보듯 사고가 날 수 밖에 없는 우리의 택시 현실에서 언제까지나 ‘나만 요령 있게 운전하면 그만’이라며 사고가 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터무니없다.

택시 사고를 줄이려면 당장 속도부터 낮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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