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철도, 호남-전라선 ‘명분’ 얻고 ‘실리’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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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고속철도, 호남-전라선 ‘명분’ 얻고 ‘실리’ 잃었다
  • 박정주 기자 jjpark@gyotongn.com
  • 승인 2015.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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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호남선엔 고작 4편만 증편…큰 불편 감수 ‘최악의 카드’
 

‘서울~광주 직행편수 확대, 대전~광주 불편해소’ 과제 남아

【광주】올 연초부터 한달여 동안 호남권 주민들과 대전-충남권으로 갈려 대립 양상으로 치닫던 호남고속철도 서대전역 경유와 관련된 갈등이 지난 5일 국토교통부의 운행계획 발표로 막상 뚜껑이 열렸으나 ‘저속철’ 논란에 대한 마침표를 찍었다는 ‘명분’만 얻고 ‘실리’는 잃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KTX가 지나가는 길목마다 지역민들의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미묘한 차이를 드러내면서까지 실리와 명분을 내세워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주장을 펼쳤지만 결론적으로 손에 쥔 건 '손익득실'상 '득'이 너무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용산∼광주송정 간 1시간33분의 고속시대를 연 광주시는 명분만 얻고 실리에서는 사실상 챙긴 것이 거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는 4월로 예정된 KTX 개통으로 종래 항공편을 이용해왔던 탑승객, 나주혁신도시 입주 가동으로 인한 수도권 이용객 급증, 여기에다 일부 고속버스 승객까지 대거 KTX로 몰려들 것을 예상하면서도 고작 호남선엔 궁색하게도 4편(전라선 2편)만 증편이 된 것으로 상황이 종료됐기 때문이다.

애초 예정된 증편 물량을 제대로 챙기지도 못하고 광주∼서대전을 오갈 이용객은 그나마 KTX 노선이 아예 사라져 향후 큰 불편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은 최악의 카드를 받았다는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는 대전․충남권 주민들이 광주, 목포, 순천, 여수 등 호남권 지역을 오갈 때 겪어야 할 불편도 다를 바 아니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국토부의 발표 다음 날인 지난 6일 기자회견을 갖고 “광주시는 정부에서 발표한 호남고속철도 KTX 운행계획 수정안을 대승적으로 수용한다”면서 “앞으로 호남고속철도 개통 이후 타 교통수단에서 KTX로 수도권과의 통행수요가 대폭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향후 운영과정에서 수요에 맞게 탄력적 운행횟수도 증대해 나가겠다는 내용을 밝힌 것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에서 윤 시장의 국토부 발표에 대한 환영 코멘트는 대승적이라는 전제를 달았다고는 하지만 너무 안이하게 상황 판단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일부 편수를 이른바 ‘스위치 백’ 방식으로 광주역까지 진입하려던 계획은 코레일 운행계획에서 아예 제외되면서 물 건너간 양상이다.

광주역 진입 무산으로 북구, 동구 등 광주역을 이용하는 지역민과 해당지역 정치권이 광주역 공동화 우려에 따른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서는 등 벌써부터 강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전남도도 호남선과 전라선의 종착역인 목포와 여수 간 증편 물량이 결국 서대전역 구간으로 옮겨간 만큼 사실상 챙긴 실리가 거의 없다는 평가다.

이낙연 전남지사는 “호남고속철도 이용자 증가 예측에 걸맞게 서울~광주간 직행편수를 늘렸는지, 대전~광주 구간 이용자들의 불편은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등의 과제는 남아 있다”며 “이런 문제들은 내년에 수서발 수도권고속철도가 개통되기 이전에라도 보완되기를 바란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코레일은 당초 신선을 이용해 서울∼광주송정역을 오가는 KTX를 현재 44회에서 56회로 12회 늘리고, 서울∼여수를 오가는 전라선은 18회에서 26회로 8회 늘리겠다고 국토부에 보고했다.

이와 함께 용산에서 출발해 서대전∼계룡∼논산∼익산을 거쳐 광주송정과 목포까지 운행하는 KTX도 18편(용산∼여수 구간 전라선 KTX 포함)을 운행하겠다고 계획한 바 있다.

이에 호남권과 충북 등이 크게 반발하자 결국 국토부는 용산∼광주송정∼목포 구간의 호남선과 용산∼여수 구간의 전라선 KTX를 신설된 고속철을 이용하고, 증편 물량 18회는 기존 용산∼서대전역을 거치도록 하는 대신 익산역까지만 운행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호남선 KTX의 운행 횟수가 용산∼광주송정∼목포는 현재 44회에서 48회로, 용산∼여수는 18회에서 20회로 각각 늘어나는데 불과하다.

이를 두고 지역 정치권이 국토부의 호남고속철 수정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김동철 의원(광주 광산갑)은 "정부가 호남고속철 개통과 함께 20편을 증편하기로 약속했지만 6편 증편에 그쳤다"며 "나머지 14편을 포함해 총 18편을 서대전∼익산까지 운행하겠다는 것은 결국 코레일이 계획한 20% 서대전 경유안과 하등 다를 게 없는 꼼수중의 꼼수이자 수도권과 호남권을 우롱하는 처사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강기정 의원(광주 북갑)도 "결과적으로 시가 전략부재의 행정을 펼치는 사이 대전시는 서대전역을 관철시켰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포항마저도 1일 20회의 신규 운행계획을 얻어냈다"며 "광주시는 지금이라도 국토부와의 협의를 거쳐 KTX 광주역 진입을 반드시 관철시킬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광주시당도 성명을 통해 "정부의 호남고속철도 수정안은 '완행을 없애고 직행을 늘리라'는 호남민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완행’만 없앤 '조삼모사식' 졸속대책으로 호남을 또 다시 우롱한 처사"라고 비난하는 등 반발이 만만치 않아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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