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통계 없는 시장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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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통계 없는 시장이라니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5.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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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판매가 늘고 있다는 수입트럭, 판매 실적과 올해 목표가 어떨까? 아쉽지만,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최근 신차를 출시한 볼보트럭코리아와 다임러트럭코리아 모두 올해 판매 목표를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실적을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물론 “지난해보다 많은 차를 팔 것”이라는 단서가 달렸다.

이들 모두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실상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게 꼭 비밀이라서 밝히지 못하는 이유는 아닌 것 같다.

국내 상용차 시장 규모는 몇 해 전부터 쉽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정확한 통계를 내기 어렵다보니 언론에서 내는 실적은 항상 어림치 수준이다. 작정하고 덤비면 알아낼 수도 있겠지만, 여간해서는 확인하기 어렵다. 언론이 이럴 정도인데, 일반인은 오죽할까?

일반 소비자가 차 살 때는 정말로 많은 것을 고민한다. 큰돈 들어가는 만큼 따져볼 것도 많다. 상용차는 특히 ‘수익’ 내는 경제활동에 직접 연결돼 있어 승용차 고를 때보다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된다.

이때 브랜드에 대한 통계 정보는 매우 중요한 척도가 된다. 상용차는 업계 입소문이 크게 작용한다고 하지만, ‘실적 통계’는 이런 입소문을 공증해주는 장치로써도 소중하다.

실제 대다수 제조사가 월∙분기∙연간 실적을 구체적으로 공개한다. 승용차 업계도 실적이 늘었건 줄었건 판매 실적을 정기적으로 세상에 알린다. 실적 공개는 시장을 가늠하는 필수적인 경제지표이자, 생산자와 소비자간 신뢰를 쌓는 약속과도 같은 존재다.

수입 상용차 실적이 공개되지 않는 이유는 정부 규제 탓이 크다. 지난 2011년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트럭업체끼리 영업 비밀을 교환하며 담합했다”는 이유로 조사에 들어가자 사실상 통계 공개가 중단됐다. 이전까지는 업체끼리 활발히 판매 실적 정보를 공유해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대형 트럭 실적은 전적으로 시장에서 떠도는 소문에만 의존하게 됐다. 공정위 조사 이후로는 국토교통부 통계에서 조차 구체적인 중∙대형 트럭 통계 정보가 사라졌다. 시장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사라진 것이다.

적지 않은 업계 관계자가 누구나 볼 수 있어야 할 실적 통계를 정부가 규제하는 건 잘못된 처사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먼저 나서주지 않는 한 업체가 앞장서 실적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트럭 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차가 놀라울 정도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데도, 구체적인 상황을 명확히 파악할 수 없어 황당하다”며 “이런 기형적인 모습이 자본주의 경제 질서에서 과연 옳은 일인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말로 곱씹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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