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도약, 새로운 탄생을 위한 GTX의 죽음과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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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도약, 새로운 탄생을 위한 GTX의 죽음과 부활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5.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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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주 교수의 교통 View

세계는 바야흐로 국가의 경쟁력이 국가 그 자체가 아니라 내지는 그 자체의 경쟁에서 벗어나 도시와 지역 간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으로 인식되는 방식으로 변모하고 있다. 규제 완화와 신자유주의는 세계 각국 간의 장벽을 제거하고 도시와 지역의 개발 및 재정비를 통한 경쟁력의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점에 도달했고 그중에서도 교통기능이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서울수도권이 소위 수정법에 의해서 제자리에 머물 때 베이징, 도쿄, 런던, 파리 등 세계 주요 도시들은 수도권의 물리적 ․공간적 확장을 마치고 팽창된 지역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도시 및 지역간의 유기적인 교통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우리보다 앞서서 추진 중이다.

그 중 철도는 우선적으로 꼽히며, 특히 고속개념이 접합된 지역 간 철도에 대한 통행시간의 단축과 정시성의 확보라는 2가지의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수단으로서 투자가 더욱더 증대되고 있다. 영국 런던의 크로스레일 (Crossrail), 프랑스 파리의 그랑파리 익스프레스(GPX)등이 대표적인 프로젝트로써, 우리나라 GTX의 2배 정도에 육박하고 있다.

‘크로스레일’을 좀 속속들이 알아보고 싶어서 영국 런던으로 갔다. 크로스레일은 우리 GTX와 상당히 유사한 도시-지역권 안에서 고속철도 개념을 도입한 런던 광역철도라고 볼 수 있다. 약 135km의 연장에 역의 개수가 34개 정도로서 시속 9개의 열차로 구성된 1량이 140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고속의 ‘hi-frequency’ 열차로써 한 시간에 24회까지 운영할 수 있는 국철이다.

특히 서울면적의 약 2.5배의 면적으로 광역런던을 2000년부터 태동시키고 여기에 걸맞는 광역교통을 실현시키기 위해 런던과 중앙정부는 집요한 노력을 수행 중에 있다. 물론 이러한 물리적 시설의 확장과 아울러 제도적․행정적 지원을 위해서 광역런던교통기구인 TfL(Transport for London)을 태동시켰다. 우리로 치면 서울, 경기도, 인천이란 공간에 해당하는 광역권에서 교통의 흐름이 원활히 하기 위한 유럽철도역사의 한 획을 긋는 프로젝트이다.

영국의 철도를 민영화 이후 실패한 경우로 보기 쉬우나 사실 런던으로만 보면 세계적 도시로서의 교통망을 유지하기 위해서 철도에 투자하는 노력과 돈은 어마어마하다. 기존의 철도가 런던 지하철, 오버그라운드와 수많은 광역철도, 수상교통, 버스 등과 하나로 통합돼 있고, 특히 런던 주변의 도시들과의 연계는 ‘테임즈링크 (Thameslink’)와 유사한 광역철도망이 거미줄처럼 광역권 전체에 잘 발달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로스레일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바로 교통경쟁력이 그 지역의 국가의 경쟁력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노선을 일부 공용하는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도심부에서의 연계환승, 역사 건립 등에 많은 비용이 노반자체공사와는 별도로 추가로 투입되고 있다.

중요한 점은 런던이라는 주체가 세계에서 금융 등의 핵심분야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지키기 위해서 교통서비스가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고 이에 집중 투자한다는 점이다. 크로스레일 법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과 이를 토대로 신속히 진행되는 것은 이를 반증하고 있다.

특히 중요한 점은 정치권에서 이러한 거시적인(당파를 초월해서 진행할 필요가 있는) 사업에 정치적․기술적․사회적 합의를 이끌고 이를 빠른 시간 내 구체화 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에 일부 서비스가 개통되고 2019년에 완전개통이다. 우리보다 조금 늦다고 판단되는 초기의 분위기가 지난 6~7년 사이 역전된 듯하다.

우리는 정치인들이 자기 지역구의 작은 국가의 돈을 가지고 할 일들은 나서지만 거시적으로 필요한 사업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경우가 많다. GTX도 마찬가지이다. 더 연장해서 요구하는 경우도 있으나 그것보다는 우리 지역구의 경전철이 더 우선되기도 하고 우리 지역구의 일반 광역철도, 또는 도시철도의 연장을 요구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GTX의 변화 및 그 필요성도 한번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몇 년전 경기도가 요구한 GTX 발전을 위한 연계환승용역(수요증대 및 활성화)을 수행한 바 있다. 이 부분이 지금도 영국에서 크로스레일을 수행함에 있어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그만큼 지하의 제반 시설을 설치하고, 이해당사자도 많기에 돈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영역이다.

GTX의 변화의 필요성은 바로 이 부분에도 존재한다. GTX가 본연의 역할을 지금까지도 어느 정도 수행했다고 본다. 즉, 서울 수도권에서 더 이상 자동차로는 되지가 않고 보통의 지하철 속도가 아닌 ‘고속의 광역철도가 필요하다’라는 인식을 일깨운 것만으로 GTX의 역할은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치부하고 싶다. 그만큼 GTX는 현 시점에서의 이용자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아울러 서두에 언급한대로 국가가 아닌 지역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을 가늠한다는 측면에서도 요구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철도로써 우리가 자랑할 만한 미래의 자산이 될 수 있다.

한편 이것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희생되다보니 본의 아니게 늦어지고 뒤틀리고 있는 것만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실 또 되돌아보면 경기도에 의해 시작돼 국토부의 계획에도 포함되고 예비타당성도 확보되고 본격 설계가 진행 중이지만 실제 서울과 인천과의 진지한 토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어져 온 것도 사실이다.

이제부터라도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상호 토의를 해야 한다. 특히 서울시와 인천시의 협조는 필수적이고 이러한 비즈니스에 국토부의 역할은 가장 중요하므로 중심을 잡아 흔들리지 말고 진행되되 합리적인 것은 적극 수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A노선의 서울시에서 추진 중인 신분당선 북부구간과의 공용문제도 이러한 맥락에서 재검토 될 필요가 있다. GTX가 추구하는 본연의 역할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서울시도 GTX로 인해서 윈윈할 수 있는 서로의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통상 우리는 이러한 문화와 주고받음에 다소 뒤쳐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연 비용은 어느 정도 줄 수 있는지, 수요는 어느 정도 늘어날 수 있는지? 이런 모든 것이 민간자본 및 사기업의 참여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시점에서 다시 한번 윈윈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서울외곽에서 100km/h 이지만 서울통과시에 60~80km/h로 되거나 최대 50km/h로 속도가 감소되더라도 어느 정도의 이용자가 증가한다면 어떻게 될지? 과연 70km/h가 60km/h와 80km/h의 다양한 대안으로써 비용편익과 재무성측면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등에 대한 냉철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앞서 지적한대로 지금 지하철과 지하철, 국철과 지하철 등에서와 같은 500m까지도 걸어야 하는 그런 상황이 GTX와 기타교통수단으로서의 철도에서도 반복이 된다면 본선의 속도로 그토록 줄여야 할 필요가 있는지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소위 차내 시간에서의 이득이 차외 환승시간에 의해 쉽게 상쇄되기 때문이다. 열차의 투입과 정거장의 설계역시도 그러하고 정류장주변의 도시개발에 따른 비즈니스모델 (value capture 및 역할 분담포함)도 같이 파악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GTX는 단순한 교통사업만이 아니고 서울 수도권이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복합적인 대형 도시개발 및 교통프로젝트로 봐야 한다.

이제 GTX라는 이름도 생각해 볼 때가 있다. 이미 어느 정도 홍보도 되어 있어서 나쁘지도 않다고 본다. GTX-수도권, GTX-부산권 등으로 퍼져나가면 프랑스의 RER처럼 세계적 브랜드도 될 수 있다. 아무튼 GTX를 싫어하는 일부의 이해당사자도 있는 만큼 작명도 새로이 할 필요가 있다.

GTX는 나름의 역할을 부끄럽지 않게 수행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왔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라는 우리말을 가지고 있다. GTX라는 장엄한 죽음도 마다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누구도 GTX 브랜드의 지금까지 역할을 폄하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제 더 큰 도약을 위해서 GTX는 새로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의 탄생에 일조하는 방향으로 거듭나야 한다.

지자체의 의중을 받아들이고 수용하면서도 변화되고 또 일부 구간이나 초기의 생각은 죽을 필요도 있다. 왜냐하면 더 큰 탄생을 위해서이다. 앞서 지적한 공용의 문제, 민간자본 유입의 문제, 수요 및 비용편익의 문제, 도시개발과의 연계문제 등은 모두 헤쳐나가야 할 커다란 향후 GTX의 줄거리이다. 아울러 서로 대화해 윈윈하는 해답을 찿찾고 이해당사자 상호간에 창피하지 않도록 체면을 유지하면서 더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교통대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내 집 앞의 역 등 많은 것을 많이 요구하면 GTX 자체가 완행으로 전락돼 죽는다. 남들은 그렇게 쉽게 이룩하는 부분을 우리는 그토록 어렵게, 그리하여 질질 끌어 시간을 낭비해야만 하는 현실이 너무 야속하다. GTX, 이제 새롭고 위대한 도약을 위해 장엄한 죽음도 각오하면서 새로운 부활을 꿈꿔야 한다.

<객원논설위원․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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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태 2015-04-07 09:12:29
시속 9개의 열차로 구성된 1량이 140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고속
-> 9량으로 구성된 열차로 시속 140km까지 주행할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