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판매 실적, 하반기부터 떨어질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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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판매 실적, 하반기부터 떨어질수도”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5.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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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 ‘유로6’ 적용 앞두고 구 모델 판촉 강화에
▲ 수입차 시장에서 월간 판매로는 처음 1천대를 돌파한 폭스바겐 티구안. 전체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티구안 2.0 TDI BMT의 경우 가격이 지난 2012년 말 3790만원이었다가 2013년 3860만원으로 인상됐다. 그러다 2014년 7월 자유무역협정 관세 인하분을 반영해 3840만원으로 가격을 내렸고, 그것을 올해 1월 3900만원으로 다시 인상했다. 적지 않은 소비자들은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관세 철폐와 인하는 물론, 개별소비세가 인하됐고 환율까지 떨어졌는데도 차량 가격을 인상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디젤 ‘유로6’ 적용 앞두고 구 모델 판촉 강화에

가격인하도 충분치 않아 … 11월 후 감소 예상

올해 들어 판매 고공 행진을 벌이고 있는 수입차 시장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일부 수입차 업체가 가격 등을 조절하며 공격적인 판촉에 나섬으로써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게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시장에서 22개 수입차 브랜드가 판매한 차량은 모두 2만2280대다. 사상 처음 월간 판매 2만대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전년 동월 대비 41.6% 증가한 것은 물론 전월에 비해서도 32.9% 늘었다.

3월까지 1분기 누적 판매 대수도 5만8969대로 전년 동기 보다 32.7% 증가했다. 덕분에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은 17.6%로 전년 동월 대비 3.9%포인트 늘었다.

수입차 실적이 상승한 것은 디젤 차량 판매가 급증했기 때문. 3월 디젤 차량 판매 대수는 1만5663대로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70.3%에 이르렀다. 기존에도 수입차는 디젤 수요가 높았는데, 점유율이 전년 동월 보다 1.6%포인트 증가했다. 판매량도 전년 동월 대비 44.9% 늘었다.

3월까지 1분기 누적 디젤 수입차 판매 대수는 4만1060대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9.6%에 이르렀다. 판매량 증가율도 33.2%로 전체 수입차 판매량 증가세(32.7%)를 앞질렀다.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 차량 비중이 높아진 것은 소비자 수요가 그만큼 몰린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업체가 경쟁적으로 무이자 또는 유예할부 등을 통해 구매 부담을 덜어주거나 차량 가격을 깎아 준 게 큰 영향을 줬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 3월 스포츠다목적차량(SUV)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할인 판촉에 나섰다. 티구안 2.0 TDI 프리미엄 모델을 구입하면 249만원에 해당하는 혜택을 줬고,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BMT)은 선납금 45%에 3년간 무이자로 매월 60만원을 납부하면 살 수 있었다.

아우디코리아의 경우 차량 가격 5930만원인 ‘A6 35 TDI 모델’은 선납금 30%에 상환유예원금 65%인 ‘유예할부금융리스’를 선택하면 36개월 동안 월 11만5757원에 차를 가져갈 수 있게 했다. 아우디 모델 가운데 월 10만원도 안 되는 비용에 차를 구입할 수도 있다. ‘A4 40 TFSI 콰트로’는 똑같은 ‘유예할부금융리스’를 선택하면 36개월 동안 월 7만416원만 내면된다.

공격적인 판촉은 곧장 판매 실적 상승으로 이어졌다.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은 3월에만 1046대 팔렸다. 사상 처음 단일 차종 월간 판매 대수 1천대를 넘어섰다. 누적 판매 대수도 2607대로 전년 동기(1832대) 대비 42.3% 증가했다. 아우디 ‘A6 35 TDI’ 모델도 805대가 팔리면서 전체 3월 판매 순위 2위에 올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 폭이 넓어져 구입 기회가 늘어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우선 실제 차량 가격이 내렸다고 보기 힘든 요소가 많다. 지난해 7월 이후 한-유럽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관세율 철폐 또는 인하가 이뤄졌다. 이에 더해 개별소비세까지 올해 1월 1일부터 내려가 차량 가격 인하 요인이 충분했다. 그런데도 실제 상당수 수입차가 오히려 이전보다 차량 가격이 비싸졌다.

국내 수입차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BMT는 현재 차량 가격이 부가세를 포함해 3900만원이다. 이외 2.0 TDI BMT 프리미엄은 4570만원이고, 2.0 TDI BMT R라인은 4930만원 한다.

당초 2012년 말 폭스바겐코리아 측은 티구안 국내 판매 가격을 2.0 TDI 컴포트 3790만원에, 2.0 TDI 프리미엄 4450만원, 2.0 TDI R라인 4790만원에 각각 책정했었다. 그러다 사양 개선과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한 차례 가격을 인상시켜 각각 3860만원, 4510만원, 4860만원에 내놨다. 같은 기간 일부 트림 이름이 바뀌기도 했다.

그러던 것을 지난해 7월 FTA 관세 인하분을 반영한다며 다시 가격을 3840만원, 4480만원, 4830만원으로 각각 소폭 내렸다. 그러다 지난 1월 차량 가격을 지난해 7월과 비교해 트림별로 60만~100만원 가시 올렸다.

3월 판매 2~3위를 각각 차지한 아우디 ‘A6 35 TDI’와 ‘A6 45 TDI 콰트로’ 또한 차량 가격이 지난해 1월 각각 5850만원과 7190만원 하던 것이 올해 1월 각각 5930만원과 7340만원으로 인상됐다.

폭스바겐코리아와 아우디코리아는 올해 초 기습적으로 가격을 인상한 것을 두고 여론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이들은 지난해 말 대비 차량 가격을 각각 평균 2.0%와 0.5%씩 인상했다.

이들 업체 모두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각종 사양이 추가된 것과 물가 인상 요인을 감안해 가격을 인상했다”고 밝혔지만,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양상이다.

같은 기간 환율도 수입차 업체에게 유리했다. 지난 2014년 1월 2일, 유로 당 1440.97원이었던 환율은 올해 1월 2일 1330.59원으로 떨어졌다. 지난 4월 13일에는 기준 환율이 1160.69원까지 떨어졌다. 환율이 떨어지면 그만큼 수입 가격도 인하될 소지가 커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FTA로 가격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고, 개별소비세까지 생산지 무관하게 1% 내렸기 때문에 사실상 물가가 올랐다고 해도 가격을 인상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해외 본사 정책에 따른 조치라고 한국법인이 해명했지만 소비자가 두고두고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는 9월 ‘유로6’ 전면 적용을 앞두고 각 수입차 업체가 ‘ 유로5’ 기준 디젤 차량 재고를 없애려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현재 ‘유로5’ 기준 수입 디젤 차량은 9월부터 국내에 들여올 수 없다. 유예 기간을 거쳐 오는 11월부터는 판매도 할 수 없게 된다.

현재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물론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 브랜드가 중심이 돼 ‘유로5’ 또는 ‘유로6’  디젤 차량에 대한 대규모 할인 판촉에 나서고 있다.

수입차 업체 한 딜러는 “워낙 할인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이것저것 업체별∙차종별로 가격 비교를 다해놓고 전시장을 찾는 소비자가 제법 많다”며 “기존 프로모션에 더해 더 많은 할인이나 혜택을 요구해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하반기는 물론 내년 상반기부터 수입차 판매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골고루 분산돼야 할 수요가 올 상반기 집중되면서 시장 왜곡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수입차 상반기 실적이 마감되는 6월 이전에 또 한 차례 대규모 할인 판촉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를 감안해 5월 이후 구매를 노리는 소비자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로6’ 도입으로 차량 가격이 오르면 판매가 급감할 수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국내에서는 독일 4대 브랜드 시장 지배력이 너무 커 이들 업체가 가격을 임의로 결정해도 시장 경쟁 등을 통한 자정이 쉽지 않다”며 “이들 수입차 업체가 좀 더 납득할 수 있는 가격 정책 등을 펼치지 못하면 올해 말부터 국내 수입차 시장 양상에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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