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소형 SUV 시장, ‘브레이크’는 언제?
상태바
질주하는 소형 SUV 시장, ‘브레이크’는 언제?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5.04.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분기 판매량 1만5천대 … 전년比 3.6배 성장
▲ 1분기 8037대로 국내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형 SUV 쌍용차 티볼리

1분기 판매량 1만5천대 … 전년比 3.6배 성장

시장 규모와 경제 여건상 장기적 낙관 “불투명”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배기량 1600cc 미만 소형 스포츠다목적차량(이하 소형 SUV) 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3월까지 1분기 판매된 소형 SUV는 국산차(1만3592대)와 수입차(1483대)를 합해 1만5075대. 국산차는 전년 동기 실적(3236대) 대비 320.0% 증가했고, 수입차는 전년 동기(54대)와 비교해 26.5배 늘었다. 소형 SUV 전체 판매량도 전년 동기(3290대) 보다 358.2% 증가했다. 실적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다.

국내 승용차 시장은 세단보다 SUV 포함 레저차량(RV) 판매 성장세가 높은데, 소형 SUV는 전체 RV 판매 실적 상승세를 압도하고 있다.

같은 기간 소형 SUV 포함 전체 RV 판매량은 12만4916대로 전년 동기(9만9992대) 대비 24.9% 늘었다. 국산차는 10만9811대로 전년 동기(9만566대) 대비 21.3%, 수입차는 1만5105대로 전년 동기(9426대) 보다 60.3% 각각 늘었다.

1분기 전체 RV 시장에서 소형 SUV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3%에서 올해 12.1%로 8.8%포인트 증가했다.

소형 SUV가 늘어난 것은 국산∙수입차 업체 할 것 없이 신차를 시장에 쏟아냈기 때문. 특히 엔진 효율은 높이고 디자인∙사양을 다양화∙고급화하면서 소비자 관심을 이끈 게 주효했다. 여기다 차량 가격까지 낮아져 20~30대 젊은 소비자가 몰렸다.

소형 SUV는 지난 2013년까지 일부 수입차 업체가 내놓은 모델이 전부였다. 그러다 2013년 말 르노삼성차가 ‘QM3’을 국내 들여오면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현재 국내 시장에 출시된 소형 SUV는 국산(3종)과 수입(4종)을 합해 7종. 지난해에는 4종 밖에 없었다.

▲ 지난해 1만8191대 판매로 국내 시장에 소형 SUV 서막을 올린 르노삼성차 QM3

르노삼성 QM3은 지난해 1만8191대가 팔렸다. 올해 1분기에는 3148대가 판매됐다. 전년 동기(889대) 대비 254.1% 증가했다.

올해 소형 SUV 시장을 이끌고 있는 주역은 단연 쌍용차 ‘티볼리’다. 올해 1월 출시 이후 1분기에만 8037대 팔렸다.

이밖에 한국GM ‘트랙스’도 1분기 2407대 팔리면서 전년 동기(2347대) 대비 2.6% 늘었다.

수입차는 푸조 ‘2008’이 1분기에 791대 팔리며 가장 많이 판매됐다. 뒤이어 닛산 ‘캐시카이’가 654대가 팔렸다. 이들 두 모델은 올해부터 본격 판매가 시작됐다. 이밖에 푸조 ‘3008’이 29대, 포드 ‘이스케이프’는 9대가 각각 팔렸다.

소형 SUV 판매가 급증하자 국산∙수입차 업체 할 것 없이 올해 또는 내년 중 신차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출시된 기존 차량 판촉도 더욱 강화된다. 르노삼성차는 스페인서 수입∙판매되는 탓에 물량 확보에 따라 실적 부침이 심한 QM3 판매 안정화에 주력한다. 실제 4월부터 매월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할 수 있게 돼, 티볼리에 밀리고 있는 상황을 반전시킨다는 전략이다.

쌍용차는 올해 안에 티볼리 ‘디젤’과 ‘롱 바디’ 모델을 내놓는다. 또한 앞으로 25만대 규모 평택공장 생산 라인을 티볼리 차대를 이용한 차종 중심으로 재편할 계획이다.

▲ 1분기 791대로 수입차 업체가 내놓은 소형 SUV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푸조 2008

업계는 국내 시장에서 소형 SUV 인기가 당분간 지속된다고 보고 있다. RV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대 중 1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내 소비자에게 SUV는 ‘매우 크다’는 인식을 강하게 줬던 차종”이라며 “소형 SUV 등장으로 구입을 망설였던 소비자가 시장 문을 두드리는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소형 SUV에 대한 전망이 마냥 장밋빛은 아니다. 우선 전체 승용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될 경우 소형 SUV 판매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규모가 작은 국내 시장에서 인접 차종간 간섭이 심해질 수 있어서다.

실제 올해 1분기 소형 SUV를 제외한 나머지 RV 판매 성장률은 13.6%로, 소형 SUV 성장세에 크게 못 미친다. 이를 근거로 “적지 않은 소형 SUV 구입자가 기존 RV 수요에서 옮겨간 것으로 판단하면, 머지않아 수요에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주장이 업계 일각에서 제기됐다.

쌍용차의 경우 티볼리가 출시된 이후 코란도 패밀리 판매가 줄었다. ‘코란도 C’와 ‘코란도 스포츠’, ‘코란도 투리스모’는 1분기에 1만1653대 팔렸는데, 실적이 전년 동기(1만4111대) 보다 17.4% 줄었다.

르노삼성차 역시 QM3 출시 전까지 유일한 SUV 모델이었던 ‘QM5’ 판매량이 전년 대비 37.3% 감소했다.

“소형 SUV 인기가 일시적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형차 이상에 대한 국내 소비자 선호도가 여전히 높고, 경기 침체로 주요 수요 타깃인 20~30대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게 판단 근거다. 일각에서는 “향후 상품성 개선된 준중형 이상 SUV가 출시되면 소형 차종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 보기도 했다.

차량 가격 인상을 억제해 왔던 각 업체가 올해 하반기나 내년에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가격을 올릴 수 있는 점도 향후 등장할 악재로 거론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소형 SUV가 새로운 차급으로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은 게 사실이지만, 시장 규모나 소비자 성향 등 여건을 고려하면 지속 성장하기 어려운 난관이 존재 한다”며 “최근 차급을 막론하고 상품성이 개선되고 가격이 합리적으로 조절되고 있어 소형 SUV 성장을 언제까지 낙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형 SUV’ 분류는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배기량 기준만을 따랐다. 현행법 규정 소형차는 배기량 1000cc 이상에 1600cc 미만이어야 하고, 차체길이(4.7미터)∙너비(1.7미터)∙높이(2.0미터) 모두 기준 이하여야 한다.

소형 SUV로 판단한 국산∙수입차 7종 모두 차체 너비가 규정 보다 컸다. 이에 따라 각 업체마다 해당 차종을 소형 또는 준준형으로 제각각 분류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