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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운전, 피로운전, 졸음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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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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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수 박사의 교통안전노트

따뜻한 봄날, 몸이 나른해지면서 ‘졸음’(drwosiness)의 유혹을 견딜 수 없을 때가 있다. 핸들을 잡고 있을 때 이 춘곤증은 반드시 떨쳐내야 할 운전의 적이다. 졸음운전을 유발하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피로’(fatigue)는 음주운전만큼이나 위험할 정도로 운전능력을 떨어뜨린다. 하루 종일 수면을 박탈당한 경우에는 혈중 알콜농도 0.1%의 음주운전 상태보다도 더 위험하다는 실증적 조사결과도 있다. 피로운전을 하면 사고발생시 치사율을 일반적인 교통사고의 3~4배까지 크게 증가시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경찰청 교통사고 통계에는 피로가 아닌 그 원인이라 할 수 있는 ‘과로’(overwork)가 사고유형에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2013년 한 해 동안 발생한 교통사고 215,339건 중 과로에 의해 발생한 사고는 불과 2건 밖에 되지 않는다. 통계상 그렇다는 의미이지 실제 과로가 직간접적으로 교통사고를 일으키게 한 경우는 상당한 비율을 점할 것으로 추정한다. 2012년 교통사고 경험이 있는 택시운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교통사고 발생원인의 81.6%가 낮은 수입으로 인한 무리한 운전과 과로운전 등 열악한 근로환경에 기인한다고 답했다. 과로운전이 전부 졸음운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유발인자로 교통사고 발생에 크게 관여한다. 화물차 운전자의 졸음운전이 문제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대형화물차에 의한 졸음운전은 빈번한 야간운행이나 과로할 수밖에 없는 근무여건과 관련이 있다.

도로교통법 제45조는 “자동차등의 운전자는 과로, 질병 또는 약물의 영향과 그 밖의 사유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자동차등을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과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나 개념적 정의가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제45조는 사실상 선언적 규정에 불과하다. 또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는 운전자의 과로 방지 및 정기적인 차량 운행 금지 등 안전수송을 위한 명령을 위반하여 운행한 택시운송사업자에게는 2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도 “운송사업자는 화물자동차 운전자의 과로를 방지하고 안전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운전자를 과도하게 승차근무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고, 이를 위반시 10만원 또는 2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과로방지 의무위반 행위를 단속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운수업은 근로기준법 제59조에 따라 특례업종으로 분류되어 노사간 합의만 있으면 어떠한 제한도 없이 연장근로가 가능하며 휴게시간도 변경할 수 있다. 유럽이나 일본이 사업용 자동차 운전자의 최대가능 연속운전시간을 4시간 또는 4시간 30분으로 제한하고 1일 최대운전시간도 9시간 또는 10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한 것과 대비된다.

제7차 국가교통안전기본계획(2012~2016년)에도 근로기준법 제59조를 개정하여 사업용 자동차 운행시간 제한제를 도입키로 했지만 아직까지 제도화 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 번 의원입법을 통해 근로기준법 개정도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되었고, 운수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는 것을 반대하는 개별차주 운전자들도 있어 운전시간 제한과 최소 휴게시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짧은 시간 안에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한 제도개선은 어려워 보인다.

대다수 택시나 버스, 화물차 운전자들은 정신적·육체적 피로, 장거리 운전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운전자들은 자신의 건강과 안전한 운행을 확보하기 위해서 운전시간을 제한하고, 최소한의 휴식시간을 보장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최근 결렬된 노사정위원회의 대타협안에는 운수업 등 특례업종의 경우에도 근로시간 상한을 두기로 했지만 몇 시간으로 할지는 서로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자의 건강보장이라는 관점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한 제도개선보다 교통사고 예방과 교통안전 확보라는 관점에서 도로교통법이나 운수사업법상 ‘과로’의 기준을 정립하는 것이 더 현실적일 수도 있다. 연속운전시간과 최소 휴게시간만이라도 특정되어 있으면 과로운전을 단속하고 과로방지 의무이행을 강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반여부를 알려면 교통안전법에 의한 디지털 운행기록장치로 확인 가능하다. 다만, 운수사업자 입장에서 근로시간이 2∼3시간 단축되는 만큼 20∼30%의 인건비가 추가적으로 소요되고 운전자 부족이 심화될 수도 있다. 이 문제는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풀 수밖에 없다.

매일 11.7시간씩 과로운전으로 피로가 누적된 운전자들이 오늘도 핸들을 잡고 있다. 과속과 야간운행을 불사하면서 운전할 수밖에 없는 운전자에게 천천히, 쉬면서 운전하라고 요구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위험상황에 내몰린 운전자의 건강을 위해 입법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객원논설위원-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연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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