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으로 간 푸드트럭, 길잃은 고육책에 논란만 양산
상태바
대학으로 간 푸드트럭, 길잃은 고육책에 논란만 양산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5.04.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식약처, ‘캠퍼스 영업 허용’ 입법예고...청년 일자리 명목에 ‘황당’
 

유명 프랜차이즈와 MOU, “대기업 영업망 확대만, 서민지원 어디로”

‘이벤트성 조치’, ‘대학 내 상업화’ 비판에 제도 도입 취지만 훼손

유명 프랜차이즈업체의 대학 캠퍼스 내 푸드트럭 영업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이자 ‘푸드트럭 합법화’가 또 다른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대학가에서조차 이번 영업 허가가 정부가 말하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 무슨 상관관계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제도의 도입 취지가 계속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대학 내 푸드트럭 영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영업을 할 수 있는 합법화 장소를 추가한 것. 식약처의 이번 개정 추진은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의 제안에 따른 조치다.

개정안은 대학이나 대학과 계약한 사람이 대학 안에서 자동차를 이용해 휴게음식점 영업이나 제과점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식약처는 27일까지 의견을 수렴하고 개정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대학은 학교 사업자 등록증을, 대학과 계약한 사람은 해당 대학과 체결한 학교 사용 계약 관련 서류를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제출해 영업 신고를 하면 된다.

그러나 청년위가 지난달 현대자동차, 제너시스BBQ, 서강대, 연세대 등 7개 업체․대학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생활 속 창조경제 실현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캠퍼스 푸드트럭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논란이 야기됐다.

대학생들이 대학 내에서 푸드트럭을 통해 창업을 경험하고 업계로부터 노하우를 배우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라는 정부의 설명과 달리 음식판매 영업 허가가 날수록 대학 안이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마케팅 장으로 상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이번 청년위의 업무협약에 따르면 대학 내 푸드트럭에서는 프랜차이즈 업체가 제공한 식자재와 레시피에 따라 만든 음식만 팔 수 있다. 대기업의 영업망만 확장해주는 것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또 대학가에서는 실제 취업률을 제고하는데 노점상으로 분류되는 푸드드럭 창업 경험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푸드트럭 음식판매가 고등교육을 받은 학생들에게 어떤 취업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이 이벤트성으로 참여 학생을 모집하는 것에 대한 의문이다.

청년위 측은 해당 학교 출신 학생 등을 우선으로 프로젝트 참여 청년을 선발한 뒤 사전교육을 실시하고, 차량개조와 푸드트럭 검사·인허가도 추진하는 등 관련 절차를 조기에 마무리해 오는 5월에는 프로젝트를 본격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정작 푸드트럭이 안 되는 이유는 따로 있는데 대학 내에서 활성화 방안을 찾으려는 정부 방침이 ‘길을 잃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규제개혁 차원의 푸드트럭 합법화가 별다른 운영 실적을 내지 못하자 창조경제와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아래 제도 취지가 변질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미 업계에선 고육지책에 불과한 조치로 어떤 실질적 성과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서민들의 푸드트럭 불법영업 근절과 활성화를 위한 대안 찾기의 본질을 흐린 것”이라며 “관련 부처가 합법화 장소에 캠퍼스를 추가하는 것도 모자라 대기업의 푸드트럭으로 제한한 것을 해법인양 내놓는 이런 안일한 발상으로는 서민 경제의 해법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청년위 관계자의 “이번 프로젝트는 학생 위주의 운영 대상과 영업장소, 시간이 제한적인 만큼 기존 프랜차이즈 점포와 성격이 다르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기업형 프랜차이즈로 한정된 푸드트럭 영업이 업계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그동안 푸드트럭은 서민 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합법화되자 유원시설, 관광지, 체육시설, 도시공원, 하천에 한해서 허용됐지만 지자체의 무관심과 공원 시설 내 실질적인 영업 공간 부족으로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해 전시행정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승인받은 푸드트럭은 74대에 불과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