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고속, 비리 밝힌 자는 ‘정직’, 돈 받은 자는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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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고속, 비리 밝힌 자는 ‘정직’, 돈 받은 자는 ‘보호’
  • 정규호 기자 jkh@gyotongn.com
  • 승인 2015.0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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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면담했지만 증거자료 거들떠도 안 봐”

법원 ‘불법’, 회사는 취업 규칙 어겨가며 ‘감싸기’

한일고속이 채용 비리를 밝힌 기사는 정직을 시키고, 돈을 받은 사람들은 보호해줘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사장에게도 채용 비리가 보고됐지만 사측은 취업 규칙을 어겨가면서까지 채용 비리자를 보호 해준 것으로 확인돼 노조원들 사이에서 채용 비리가 최고위급 관리직까지 연관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일고속은 지난 2013년1월10일 (현직기사)선병호 씨에게 허위사실 유포, 회사 명예훼손, 노사간 불신풍조, 인사권 개입 등 월권행위를 했다며 60일 정직 처분을 내렸다.

채용 비리를 조사해 달라고 건의를 한 후 자신을 해고하려는 시도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 불법 소화물 운송 행위에 대한 민원을 안산시청에 제기한 것이 발단이 됐다고 선 씨는 설명했다.

회사는 990만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고, 회사는 선 씨가 해사행위를 했다며 정직내렸다.

이에 대해 선 씨는 “채용 비리는 회사 임원들, 노조위원장, 일부 영향력있는 기사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것인데, 이를 건드리니 미운털이 박히게 된 것”이라며 “채용 비리 공개가 정직의 실질적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선 씨는 사장과 면담을 통해 증거자료까지 제공했지만 거들떠 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선 씨가 보유한 증거 자료는 청탁금 규모, 장소, 전달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었다.

증거자료를 살펴보면 최 모씨는 채용 댓가로 현금 200만원을 봉 모씨를 통해 김 노조위원장 책상 속에 넣어뒀다.

이 모씨는 최 모씨의 채용 댓가로 250만원을 대전소재 음식점에 맡겼고, 김 모씨에게는 350만원을 전달했다.

유 모씨는 취업을 원하는 백 모씨에게 채용과 관련해 200~250만원을 부산터미널 한일고속 버스 안에서 수수했다고 진술했다.

이 밖에도 여러 증거들이 있었다.

사측은 선 씨의 제보를 토대로 2012년2월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해당 운전기사들을 조사했다.

그러나 금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기사들이 이를 모두 부인했고, 뚜렷한 증거확보가 어려워 향후 추가적인 사실이 확인될 때 엄중 처벌하는 것으로 내사를 종결지었다.

돈을 준 것은 맞지만 받은 증거가 없으니 모두 무혐의로 종결한 것이다.

그러나 사측은 3개월 후인 2012년6월2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조치를 한다.

채용 비리 금품을 받거나 전달한 사람으로 지목된 기사들을자체조사에서는 혐의가 없다고 종결시켜 놓고선 모두 권고사직을 시킨 것이다.

이는 3개월 전인 2012년3월경 선 씨가 김 노조위원장이 16명으로부터 총 4600만원의 채용 댓가를 수령했다며 서울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한 후였다.

그리고 지난 3월 대법원까지 가는 논란 끝에 김 위원장은 돈을 받고 채용에 관여한 것으로 확정(본지 2015년4월21일 보도 제목: 고속버스 노조위원장 김모씨 돈받고 기사채용 개입)됐다.

또, 선 씨는 정직이 부당하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낸 구제신청에서도 승소했다. 사측은 법원 소송으로 이어갔고, 1심에서 패소, 2심, 대법원에서는 항소가 기각돼 최종적으로 신 씨가 승소했다.

한일고속은 지난 7일 대법원 판결을 토대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김 위원장을 징계했는데 ‘해고’ 대신 ‘정직’으로 처벌을 완화했다.

한일고속 취업규칙 제58조5항에 따르면 형법상의 죄(이에 준하는 정도의 죄를 포함한다)를 범하고 1심 유죄의 판결이 확정된 자는 ‘해고’를 해야 한다.

한일고속 관계자는 징계 완화 사유에 대해 “알려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채용 비리자는 보호해주고, 이를 밝혀 낸 자는 처벌하자 노조원들은 채용 비리가 사측의 보호 아래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 모 기사는 “대략적으로 상무급 얼마, 전무급 얼마 등 임원 등급에 따라 정해져 있다. 만만한 기사면 한 50~100만원 정도 더 먹을 수 있다. 오랜 관행이지만 다른 고속사들은 거의 없어졌는데, 우리 회사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 모 기사는 “채용 청탁금은 임원들에게 전달이 안 될 수 가 없다. 노조위원장이나 일반 기사들은 기사를 추천하는 정도다. 결정권은 사측에 있다. 추천 이상의 채용 권한을 발휘하려면 돈을 상납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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