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뇌영상’ 연구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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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뇌영상’ 연구 시작됐다
  • 곽재옥 기자 jokwak@gyotongn.com
  • 승인 2015.05.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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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20~30% ‘심리적 고통’ 호소

‘심리적 피해보상’ 가능해 질 수도

A씨는 얼마 전 운전 중 중앙선을 침범해 넘어오는 차량과 정면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이로 인해 가벼운 염좌(인대·근육이 늘어나거나 일부 찢어진 증상) 진단을 받고 요양·물리치료로 회복하는 듯했다. 그런데 사고 후 1~2주가 지난 후부터 잠을 못 이루고 사고 순간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쾅’ 문이 닫히거나 자동차 경적 소리만 나도 깜짝깜짝 놀라고, 더 이상 1차로로 주행하지 못하게 됐다.

A씨가 겪고 있는 증상을 정신건강의학에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라고 한다. 이는 심리적, 신체적 상처를 입은 뒤에 겪는 재경험, 관련 자극 회피, 과민 반응 등의 불안한 정신·심리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교통사고, 전쟁, 신체 폭력, 성폭력 등 사고를 겪은 이후에 증상이 나타난다.

최근 국내에서는 이 같은 ‘교통사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주목된다.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황재욱 교수의 착안에서 시작된 해당 연구가 5년간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다.

황 교수는 “교통사고 환자의 70~80%는 사고를 극복하지만 20~30%는 외상 후 스트레스로 남아 1~5년 장기간 고통스러워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경우 보통 우울증 등과 비슷한 약물치료가 이뤄지고 있으나 100% 회복 가능한 완벽한 치료법이 나와 있지는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관련 연구는 많이 이뤄졌지만 교통사고 피해자를 대상으로 ‘뇌영상’을 연구·관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쉽게 말해 이번 연구는 해당 증상이 어떻게 발생하고 변화하는지, 피해자들의 뇌영상을 통해 사고 이후 시간 변화에 따른 뇌의 변화를 추적해 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단순한 뇌진탕에서부터 뇌출혈, 두개골 골절에 이르기까지 머리를 다친 경우는 연구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경우 뇌의 직접적인 손상에 의한 영향이 커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의한 뇌의 변화를 관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가 성공하면 환자에 따라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극복이 빠르거나 더딘 이유, 해당 증상을 빨리 극복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향후 교통사고 시 심리적 피해에 대해서도 증명이 가능해짐에 따라 신체적 피해와 마찬가지로 실질적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장옥희 교통장애인협회 상담실장은 “교통사고 후 정신적 피해를 입고도 눈으로 드러나지 않아 병증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그러한 증상이 병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혼자서 고통스러워하는 회원들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03년 발생한 대구지하철 참사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던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관련 연구를 통해 심리적 외상 회복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뇌기관은 ‘배외측 전전두엽’이라는 결과를 얻은바 있다. 전전두엽은 인간에게 특히 발달해 있으며, 부정적 정서를 재해석하고 원치 않는 기억을 억제하는 등 정서를 통제한다.

연구 결과, 사고로 충격을 받은 생존자의 경우 이 부위가 일반인에 비해 5~6% 정도 두꺼워졌다 외상에서 회복함에 따라 서서히 정상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율로 보면 많이 커질수록 외상 후 스트레스 지수의 감소 폭, 즉 심리적 상처가 치유되는 정도도 더 크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연구에 참여했던 황 교수는 “교통사고의 경우 자동차사고, 보행자사고, 이륜차사고 등 사고유형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연구가 어렵지만 누구나 교통을 떼고는 살 수 없을 만큼 일상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 같은 연구가 당장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긴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 운전으로 생활하는 운송직, 배달직 등 종사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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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피해자 가족 2015-05-18 11:47:49
그동안 교통사고 당한 후 맥없이 떨어지는 기억력 등 이상 문제로 다른 사람과의 대화가 부자연스럽거나하여 심한 경우 주변 사람들로부터 따돌림까지 받게 되는 경우까지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관심있게 살펴보아주지 않아 억울함이 정말 컸었는데... 이제라도 연구가 된다고 하니 정말 반가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