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 지입 불법 성행? ‘배 번호판’ 음지 거래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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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 지입 불법 성행? ‘배 번호판’ 음지 거래 실태
  • 이재인 기자 koderi@gyotongn.com
  • 승인 2015.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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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 거래에 차량대여, 공무원 로비까지

“돈 장사로 전락한 ‘배 넘버’…대포차 운행”

택배사, "그래도 증차사업은 계속돼야 한다"

 

영업용 화물자동차의 허가 공급과 관련, 정부가 올해 신규 추가분을 동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따라 일단은 택배전용넘버(배 번호판) 3차 증차사업이 잠정 보류됐다.

하지만 택배 물류사들이 지속적인 증차를 촉구 중인데다 최근 들어서는 택배 물류사들이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을 앞세워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 측과 자가용 택배차 영업행위에 대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어 과거 1․2차 때와 마찬가지로 공급심의 결과가 충분히 뒤집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국민 생활편익 상품으로 주가를 달리고 있는 이면에 기피업종 대상목록 상위권에 올라 있는 택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키운다는 정부 계획 하에 추진된 택배증차사업의 사각지대와 그로 인해 발생한 문제점을 짚어본다.

2년전 1만 1200대의 택배전용넘버 1차분의 신규 증차 계획이 발표된 이후, 올 상반기내 허가 등록이 종료되는 2차분까지 합하면 총 2만 1431대(1차 1만 823대, 2차 1만 608대)의 배 번호판 택배차량이 전국에서 운행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 본래 목적대로 정상 영업하고 있는 이들도 있지만, 일부에서는 배 번호판을 악용한 각종 편법이 나오고 있다.

<사례1>

경기 하남에서 ‘배 번호판’을 받은 A씨.

A씨는 택배전용넘버로 허가된 영업용 택배차량을 B씨에게 매매했다.

이전방식은 ‘배 번호판’ 양도․양수가 불가하다는 제도를 감안해, 판매자 A씨 명의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B씨에게 차량을 넘겼다.

매입자 B씨는 과거 A씨가 허가받은 배 번호판 택배차를 운행 중이다.

<사례2>

모 택배사 대리점에 배송기사로 근무 중인 C씨.

1차 택배증차사업 신청자로 명의를 빌려주는 대신 일자리(배송노선)와 배송차량(자가용)을 대주겠다는 대리점주 제안을 받아들여 취직에 성공했다.

당시 C씨에게는 차량 대여비 등이 일절 부과되지 않았지만, 배 번호판 허가 승인이 나온 이후로부터는 관리비 명목으로 매달 13만원씩 점주에게 납부하고 있다.

<사례3>

가구제조․배송업체 D사는 택배증차사업 주체인 국토교통부 직원 E씨에게 배 넘버를 받는 조건으로 대가를 지불하고 2개의 번호판을 허가받았다.

당시 D사는 화물적재함(탑)이 부착된 1.5t 미만 차량으로 넘버 등록이 제한돼 있는데 이는 가구배송에 맞지 않는다면서 ‘일반 카고형’으로 증차 범위를 확대해 줄 것을 E씨에게 재요청했다.

이후 ‘택배’ 정의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화물’이라 할 수 있는 품목 전부를 택배 취급 범위로 확대함은 물론, 이를 통해 가구배송에 쓰이는 자가용 화물차(일반 카고형) 또한 포함시킬 것이라는 답변이 E씨로부터 회신됐다.

E씨는 공무원 향응접대 혐의로 경고 받고 타부서로 발령 조치됐다.

<사례4>

택배영업소 관리자 F씨는 배 번호판 택배차 3대를 운영하고 있다.

1차 때는 F씨 자차를 이용해 허가 절차를 밟았으나, 이외 2대 차량은 친인척 명의를 빌려 획득한 것이다.

F씨는 현장 일을 하지 않고 배송기사와 상하차 분류 작업반을 감독하는 사무 관리자이다.

허가된 3대 차량은 해당 영업소 배송기사들이 운행 중이다.

이들은 F씨에게 대당 10만원의 관리비(지입료)를 매월 지불하고 있다.

F씨는 조만간 납부금 인상을 준비 중이다.

맨몸으로 택배 일을 하려는 취업준비생은 꾸준한데다 최근 유류보조금 지급 범위를 택배전용차량에 확대한다는 결정이 정부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F씨는 택배증차 3차 사업이 재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례5>

배 번호판 택배차의 매매 수요가 나오자 중고차 매매상인 G씨는 거래 당사자들에게 각각 소개비(구전료)를 받고 매물을 중계하고 있다.

G씨에 따르면 택배일을 그만두려 하는 기사들뿐만 아니라 새로 일해 보려는 예정자들의 수요가 맞아 떨어지면서 배 넘버 택배차량과 거래 문의가 늘고 있는데, 영업용 넘버로 허가돼 있는 특성상 동급 중고차(자가용)보다 웃돈을 얹어 거래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배 번호판 공급이 중단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해당 넘버가 부착된 중고차 시세는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는 소문이 장내 돌고 있다.

1.5t 미만 집배송 자가용 택배차량에 한정적으로 허가된 ‘배 번호판’은 타인에게 매매가 불허한 조건으로 시장에 풀렸다.

가령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택배기사로 활동할 수 없게 됐다면, 허가 등록지인 관할구청에 해당넘버를 반납해야 하고 이는 말소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또한 번호판 유효기간은 최초 허가 등록일로부터 2년이며, 이 기간 내 해당 넘버로 택배사업을 유지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해 지자체로부터 확인받는 방식으로 갱신 받아야 한다.

만약 불이행했을 경우 배 번호판 허가는 자동 취소된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전국 지자체로 하달한 택배증차사업 업무지침에 포함된 내용이다.

한편 택배 물류사들은 택배증차사업은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이들 사업자단체인 한국통합물류협회가 그간 이유로 제시해왔던 ‘영업용 택배차량 부족’에다, 최근에는 쿠팡 등 통신판매업체를 비롯해 농협․우체국과 DHL․FedEx 등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적용 대상에 제외돼 있어 불공정 경쟁이 가중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택배증차사업의 이해관계자뿐만 아니라 사업주체인 정부조차도 사후관리에 대한 이러다할 정보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각종 편법행위가 유행처럼 시장에 번지고 있고 시간이 지나면 관리부실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일선 현장에서는 택배 선진화 사업으로 택배증차사업이 계획된 만큼, 여느 사업처럼 수습하느라 제도정비와 예산추가 집행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끊어져야 할 때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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