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I브리프<1>=김주영 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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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I브리프<1>=김주영 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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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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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수요 예측의 신뢰도 제고, 제도적 문제에서 찾아야“
 

교통SOC는 1994년 교통시설특별회계의 운용으로 투자재원이 마련되면서 본격적으로 건설되기 시작했다. 교통SOC 건설수요가 넘쳐나면서 많은 사업이 추진됐고, 20여년이 지난 최근에는 교통수요 예측 실패로 인해 많은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과다 교통수요 예측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사업에 참여한 교통수요 전문가들에게 책임만을 전가하기 보다는 정확한 문제의 원인을 살펴보고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교통수요 예측의 오차원인은 크게 3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교통수요모형의 한계이다. 개별 사람들의 행태를 반영해 어떤 수단을 이용하는지, 어떤 노선을 이용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교통수요모형에서는 통행자가 사회적 한계비용을 최소화하는 이상적인 선택을 한다는 가정 하에 수학적인 해답을 찾는다. 여기서 오차가 발생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모형을 개발하는 R&D사업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수 밖에 없다.

둘째, 교통수요 예측을 위한 기초자료로 인한 오차이다. 예전에는 사회경제지표를 이용해 교통수요 분석가가 기초자료를 구축함에 따라, 분석가의 실수는 오차 발생의 큰 원인이 됐다. 그러나 1999년 국가교통DB센터를 운영하기 시작, 정기적인 전국 단위의 통행실태조사 및 교통조사를 통해 기초DB(KTDB)를 구축함에 따라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실제 KTDB 사후평가를 수행한 결과, 비적용사업은 교통수요 예측의 오차율이 천차만별적으로 분포하고 있으나, 적용사업은 오차율이 모두 80% 이내에 분포하고 있어 교통수요 예측의 신뢰도를 안정화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세 번째 오차원인으로 타당성평가 제도상의 문제이다. 1999년 기획재정부는 교통SOC 효율성 제고를 위해 예비타당성조사제도를 도입했다. 실질적인 사업 시행여부를 예비타당성조사 단계에서 예산부처가 결정했으며, 이후에 소관부처가 관리하는 타당성평가, 재평가제도가 있으나 유명무실하게 운영돼 왔다.

이와 같은 제도운영이 왜 교통수요 예측을 실패하게 하는 문제의 핵심이 될까? 교통SOC는 예비타당성조사 이후에 타당성평가(조사),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 그리고 공사단계를 거쳐 운영을 하게 된다. 예산과 민원 등 여러 이유로 예비타당성조사 이후에 설계과정만 도로 4~9년, 철도 6~14년 소요되며, 공사까지 포함하면 평균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과정에서 예비타당성조사시에 반영된 지자체 도시개발계획이 취소되고, 경쟁 교통수단이 생겨나고, 해당 사업의 운영조건이 변경되는 등 많은 환경변화가 발생했다.

이와 같은 요인은 교통수요에 큰 변동을 주는 요인임에도 불구하고 기본 및 실시설계 과정에서 교통수요 및 타당성에 대한 점검이 미흡했다. 예비타당성조사, 타당성평가, 재평가 등 각 단계의 주어진 역할과 기능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예비타당성조사단계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여 왔다. 최근 들어서야 국토교통부는 SOC 투자효율성 제고를 위해 중간점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외국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미국은 철저하게 4년 단위의 중기계획(TIP, Transportation Improvement Plan)에 기반해 추진한다. 반면에, 영국과 호주 등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나 차이가 있다면 예비타당성조사, 타당성평가, 실시설계 등 3단계에 걸쳐 사업의 추진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예비타당성조사는 타당성평가 수행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간략한 타당성을 분석한다. 이후 기초설계 과정을 거쳐 타당성평가를 수행함으로써 사업의 추진여부를 결정한다. 최종적으로 실시설계를 통해 소관부처 장관이 사업 추진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과거 교통수요 예측은 지자체가 수립한 법정계획을 반영했고, 경제성장시기의 개발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 하에 수립된 지자체 개발계획은 많이 부풀어져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교통수요 예측의 실패는 초기에 수행된 분석가의 오류보다는 장기간 소요되는 설계과정에서 개발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타당성점검 절차가 없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임은 분명하다.

이제부터라도 교통SOC 추진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각 단계별 기능과 역할을 정립하고 비효율적인 교통SOC 건설로 인한 예산 누수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타당성점검제도를 확립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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