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저상버스가 버스 시장 新패러다임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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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저상버스가 버스 시장 新패러다임 될 것”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5.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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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하차 및 승객 안전개선 등 장점 많아
 

승∙하차 및 승객 안전개선 등 장점 많아

준공영제 표준운송원가 반영 ‘보급 관건’

최근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가 대중교통 업계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노선버스 시장과 업계에서 준저상버스가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준저상버스는 일반버스와 초저상버스 틈새를 겨냥해 나온 차종. 일반 시내버스는 승객이 승∙하차할 때 계단 두 개를 오르내려야 하는 반면, 준저상버스는 오르내리는 계단이 하나 밖에 없어 계단 없는 초저상버스보다 실내 바닥이 높지만, 일반 시내버스보다 승하차하기 편하다.

준저상버스는 현재 자일대우버스가 만들고 있다. 지난 2004년 첫 개발됐는데, 당시에는 중저상버스로 불렸다. 이후 에어서스펜션 등 안전장치를 추가해 신형 모델이 나오면서 준저상버스로 분류되고 있다.

자일대우버스가 지난 2월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 간선버스를 운영하는 신길운수에 신형 압축천연가스(CNG) 준저상버스 ‘BC211’ 모델 2대를 판매했다. 신형 모델은 현재 일반적으로 보급되어 있는 일반 시내버스보다 앞문과 중간문 높이가 30cm 이상 낮고, 실내 천장 높이도 232.5cm로 일반 시내버스(199.7cm) 대비 30cm 이상 높아 거주성이 크게 개선됐다.

에어서스펜션을 달아 고급 관광버스 수준으로 승차감이 좋아진 것도 주목할 대목. 무엇보다 CNG 용기가 차량 지붕에 장착돼 있고, 탄소섬유 재질로 만들어져 폭발 위험이 현저히 줄어든 점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기존 일반 시내버스는 실내 바닥에 용기가 달려 돌발사고로 인한 폭발이나 염화칼슘 등에 의한 부식 위험이 적지 않았다.

‘BC211’ 모델에 장착된 CNG 용기는 용량 920리터에 무게 350kg이다. 용기 용량 967리터에 무게만 730kg인 일반버스보다 400kg 가까이 가벼워 그만큼 연료 효율이 좋아졌다.

자일대우자동차판매 측은 “연간 10만km 주행할 경우 일반 시내버스보다 가스용기 중량 감소로 인해 연료비를 101만9,000원 정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BC211에는 최대출력 310마력에 최대토크 125kg∙m 힘을 내는 두산인프라코어 GL11P 엔진이 장착돼 있다.

에어서스펜션이 장착된 준저상 CNG 버스 1대당 기본 가격은 1억5759만원으로 에어서스펜션 장착 일반 시내버스 대비 약 2800만원 비싸지만, 초저상버스 보다는 5600만원 정도 저렴하다.

자일대우버스가 준저상버스를 개발한 것은 노인∙임산부 등 교통약자 승하차를 돕고 실내 안전사고까지 크게 줄일 수 있는 시내버스를 보다 저렴한 가격에 보급함으로써 버스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초저상버스는 독일 ZF社 등 외국 업체로부터 전∙후륜 저상 엑슬 등을 수입∙장착하기 때문에 제작단가가 비싸다. 대중적 보급이 힘든 가장 큰 이유다. 반면 준저상버스는 전∙후륜 일반 시내버스용 엑슬을 장착하면서도 CNG 가스용기 상부장착 및 섀시 레이아웃 설계 최적화 등을 통해 지상고를 낮춰 넓은 실내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모델이다.

이밖에 20~30년 된 두 계단 형태 구형 일반 시내버스를 대체해 도심 도로 미관을 바꿀 수 있는 효과도 크다.

신준교 자일대우차판매 버스판매∙정비사업 총괄 상무는 “(준저상버스는)도로면에서 실내 바닥면까지 높이가 일반버스 보다 낮아서 승하차가 용이하고 실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두 계단 일반 시내버스는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구형 디자인인데, 이를 준저상버스로 교체하는 것만으로도 도시 이미지 쇄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CNG 용기를 지붕에 설치하고 용기 재질도 강화함으로써 폭발이나 이로 인한 인명피해를 방지한 건 큰 장점. 기존 바닥에 용기를 설치할 경우 공기 흐름을 방해해 기온이 상승하는 하절기에 타이어 파손 현상이 발생했는데, 준저상버스는 이런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여러모로 장점이 많지만 보급이 활성화되기에는 걸림돌이 많다. 우선 저상버스로 인정받지 못해 차량 구입할 때 정부와 지자체가 나눠 지급하는 저상버스 보조금 1억원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보조금 등을 감안한 실제 차량 구입비는 오히려 저상버스 보다 비싸지는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시내버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비에 들어가는 비용이 저렴하고 여러 장점이 많은데도 차량 구입할 때 어떤 혜택도 받을 수 없으면 업체가 구입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상버스 보조금은 사실상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토교통부가 보조금 지급 여부 판단을 위해 지난 2012년 정한 ‘저상버스 표준모델 기준’에 따르면 실내 바닥인 저상면 높이는 땅에서부터 34cm 이하여야 하고, 전체 버스 바닥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5% 이상이어야 한다.

여기에 교통약자 배려 차원에서 ‘저상버스 보조금’ 정책이 도입됐기 때문에 “어찌됐든 저상버스가 아니면 보조금을 지원 받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반면, “획기적으로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도시 미관을 개선하는 차원에서 일반버스를 준저상버스로 교체하는 데 따른 비용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일부 지자체가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일대우차판매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준공영제 지역인 서울시가 표준운송원가 정산 대상에 준저상버스를 포함시켜 주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서울시 노선버스 업체가 준저상버스를 구입하면 다른 버스처럼 차량 구입비용을 9년에 걸쳐 나눠 보전 받을 수 있다.

준공영제 지역은 아니지만, 제주도의 경우 디젤엔진 장착 준저상버스에 자체적으로 구입 보조금 5,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고, 전북도 보조금 4300만원 지원을 확정한 상태다.

 

버스업계도 도입 장벽이 아직은 높지만 준저상버스 시장 전망을 어느 정도 밝게 보고 있다. 무엇보다 개선된 승하차 환경과 실내 거주성은 물론 승객 안전이 강화된 것을 긍정적 요소로 받아들였다.

준저상버스를 도입한 신길운수 측은 광폭시트와 에어서스펜션이 잘 어우러져 승차감이 좋아 탑승객이 좋은 평가를 내린다고 밝혔다.

이형식 신길운수 총무부장은 “버스 한 대가 하루 수용하는 승객 700~800여명이 승하차할 때 계단 하나를 덜 오르고 내려도 된다는 점은 비교할 수 없는 무형적 가치”라며 “타 지자체에서도 차량 구입비용에 대한 지원 등이 이뤄지면 많은 사람들이 준저상버스 장점을 알게 될 거고, 그럴 경우 보급이 더욱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일대우차판매 관계자는 “기타 준공영제 실시 지역에도 표준운송원가에 반영해 지원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며 “서울시나 제주∙전북지역을 시작으로 향후 더 많은 지역이 준저상버스 장점을 알게 될 것이라 판단하기에 보급 확대 가능성을 높게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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