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매 맞은 ‘농협-쿠팡’ 협공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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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매 맞은 ‘농협-쿠팡’ 협공 개시
  • 이재인 기자 koderi@gyotongn.com
  • 승인 2015.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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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택배사, “핀테크 시너지 클 듯” 불편 심기 드러내

양사 인적·물적 자원 공유…추석부터 공동사업 ‘본격화’

택배시장 진출과 자가용 탁배차 영업으로 민간 택배사들로부터 뭇매 맞은 농협과 쿠팡이 우회 전략으로 활로개척에 착수했다.

이는 농산물 공급을 농협이 맡고 이커머스 기업 쿠팡은 농협과의 MOU를 통해 농협의 냉장․냉동 신선식품 등을 직접 매입해 해당상품을 자사 로켓배송으로 처리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이 체결된데 따른 것이다.

양사의 실무협의가 한 차례 완료됐고 늦어도 추석 명절대목을 기점으로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있는 점을 감안하면 쿠팡이 농협 상품을 매입하는 작업도 이에 맞춰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쿠팡에서는 농협과의 협업이 민간 택배사들과의 갈등에 의한 것임을 부정하면서, 쿠팡이 농협상품을 매입한 것이기 때문에 농협의 판촉과 택배배송을 대행하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양사의 인물적 자원 공유와 영업망 확대 등의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양사가 민간 택배사들 반발로 고군분투하고 있는데다 공방전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손잡았다는 점을 견주어 보면 예삿일만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더구나 협업 시너지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으로 내려지면서 상호간 물심양면 지원한다는 게 양사의 입장이라 이들의 역공 강도와 그에 따른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쿠팡, 자금 빵빵 논란 종식

역습을 알리는 신호탄이 발포되면서 민간 택배사들은 이들 신진세력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있다.

그간 공기업 진출은 자유경쟁시장을 저해한다는 이유와 자신들에게 적용되는 법(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이하 화운법) 내용과는 달리 농협·쿠팡은 자유조건 방식으로 영업 가능하다는 점을 꼬집어 각각의 승부수를 띄웠던 게 사실상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쿠팡의 자가용유상운송건 관련, ‘배송비를 명시해 부과하는 경우는 위반될 수 있다’는 애매한 내용의 국토부 유권해석이 나온 이후, 쿠팡이 9800원 이상 결제된 상품에 한해 택배비를 적용하지 않고 배송키로 결정내리면서 민간 택배사들의 쿠팡 죽이기 명분이 약해졌다는 점도 한 몫하고 있다.

쿠팡은 자사 배송시스템(이하 로켓배송) 확대 사업에 전력투구한다는 계획을 확고히 한 상태다.

우선 자가용 유상운송건 논란이 일단락된 것도 그 중 하나지만, 미국 세쿼이아 캐피탈의 1억 달러 투자가 성사된 지 반년 만에 미국의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이 주도한 투자사들로부터 3억 달러가 추가됐고, 최근에는 일본 소프트뱅크까지 구원투수로 나서 10억 달러 규모의 러브콜을 쿠팡에 보내왔기 때문이다.

재정지원이 이뤄진 만큼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쿠팡의 행보는 민간 택배사들에게 가히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사업계획안을 보면 전국 단위의 물류센터 증설과 배송 전담직원 ‘쿠팡맨’을 충원해 주 7일(공휴일 제외) 로켓배송을 완성함과 동시에 판매부터 배송까지 직접 총괄하는 ‘다이렉트 커머스’ 비즈니스 모델을 실현키 위해 판매 대행 및 상품 매입 부문에서의 거래량을 늘린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쿠팡은 핀테크(Fin-tech) 사업계획을 공식 선언하지 않았지만, 옥션․G마켓 운영사인 이베이코리아와 농협․다음카카오․삼성 등 상당수 업체가 모바일상에서의 투자의지를 확고히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농협과의 핀테크 사업 가능성을 배제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 택배업계로부터 나오고 있다.

특히 실리콘밸리 등 해외 연구개발센터를 통해 쿠팡 자체적으로 IT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실행 가능성은 무게가 더해진 상태다.

 

▲굴레 벗어난 농협, 신사업 착수

농협 역시 민간 택배사들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단가하락․치킨게임 등을 이유로 압박 받아온 와중에 쿠팡과의 협상이 극적 타결되면서 그간 고심 중에 있던 택배사업 추진계획을 잇게 됐다.

당초 중견 택배사와의 인수합병을 통해 개시할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비난 여론이 종식되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강행한다면 밉보일 수 있다는 판단에 의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가칭)농협택배 런칭을 보류하고 쿠팡을 통해 우회한 만큼, 택배시장 진출을 극구 반대해왔던 민간 택배사들의 반발 기세는 한 풀 꺾였다.

일단 쿠팡과 손잡으며 주 5일 배송으로 대두됐던 농산물 유통 문제에 실마리가 잡혔다.

쿠팡으로부터 대대적인 투자 계획이 확정된데다, 상품배송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위해 냉장․냉동 창고시설 등은 물론 영업 네트워크망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종지부가 찍혔기 때문이다.

특히 자가용 화물차와 관련해 농협이 지원할 수 있는 경로가 법적으로 준비돼 있는 만큼, 물량 상황에 맞춰 차량수급을 조절하는 탄력적 운영도 가능하다.

이는 영농조합법인이 그 사업을 위해 자가용 화물차를 직접 소유․운영한 경우 화물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를 허용하는 법(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도에 의한 것으로, 배송차량 지원은 물론이며 농협 자체적으로 택배사업 포지션도 확보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뒷받침하고 있다.

화운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우체국 택배와 마찬가지로 농협 또한 자가용 택배차 사용이 가능하다는 부분까지 곁들여진 점을 감안하면, 쿠팡과의 윈윈전략은 민간 택배사들과의 간극을 좁히는 요소로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뿐만 아니라 핀테크 영역에서의 시너지도 기대요소로 꼽히고 있다.

오는 12월 오픈을 목표로 작업되고 있는 NH농협의 ‘NH핀테크 오픈플랫폼’ 구축건과 관련해 전자금융결제 부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쿠팡도 통신판매업체 특성상 이를 간과할 수만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선두주자 격인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페이와 같은 핀테크 결제 시스템이 접목돼야 상품 개발은 물론이며 신사업 확대에 따른 수익성까지 보전 가능하다는 전략에 의한 것이다.

보고된 바로는 카카오페이에 이어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 등의 핀테크 상품이 하반기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스펙이 나오지는 않았으나, 원클릭 결제와 송금․마일리지 통합 기능을 기본 포맷으로 모바일 결제를 타깃팅 한 플랫폼일 가능성이 높다는 후문이다.

지난 2일 농협은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사전 신청을 받아 모델링 기업체 선정에 들어간다고 발표, 해당 기업의 기술지원과 컨설팅 등의 내용이 담긴 업무협약을 내달 체결함으로써 핀테크 서비스를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양사의 실무협의 내용을 압축하면, 과일․채소 등 농산물 공급을 농협이 맡고 쿠팡은 이를 로켓배송 상품으로 직배송하는 방식으로 서비스가 개시되며, 이르면 올 추석에 농협 농산물을 쿠팡 채널로 유통․판매하는 계획안에 따라 농협 안성물류센터를 쿠팡에게 제공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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