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업계 “요소수 비용 지원”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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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 업계 “요소수 비용 지원” 주장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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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6’ 엔진 적용 이후 업체 부담 생겨
▲ 사진은 본문 내용과 무관합니다.

‘유로6’ 엔진 적용 이후 업체 부담 생겨

준공영제 표준운송원가 반영 요구 제기

지난 6월 23일에 찾은 서울 시내 한 노선버스 업체 차고지. 업체 대표가 길게 늘어서 있는 버스를 가리키며 “저기 서 있는 차와 이 차가 다른 게 뭔지 아세요?”라고 물었다. 겉으론 다를 게 없어 보이는 차 중 하나를 가리키며 대표는 “이 차가 새로 구입한 차량인데, 유로6 엔진을 달아 요소수를 함께 넣어야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배기가스 규제가 ‘유로6’로 격상된 이후 버스 준공영제 시행 지역 일부 노선버스 업체가 ‘비용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기존에는 없던 부담이 생겼다는 것이다.

현행 ‘유로6’ 기준에 맞추려면 디젤이나 압축천연가스(CNG) 엔진이 연소될 때 발생하는 질소산화물(NOx) 등을 기존 ‘유로5’ 대비 큰 폭으로 줄여야 한다.

이때 배기가스 오염물질 저감 방식에 따라 엔진 시스템이 배기가스재순환(EGR)과 선택적촉매환원(SCR) 방식으로 나뉜다. SCR 방식을 채택하면 암모니아 수용액인 ‘요소수’를 주입해 배기가스 배출시 분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두 방식 각자 장∙단점을 갖고 있는데, 버스업체가 어떤 완성차 브랜드 버스를 구입하느냐에 따라 채택하는 엔진 시스템 방식이 달라진다. SCR 방식 엔진 장착 버스를 구입하면 요소수 비용이 추가된다.

요소수 비용은 판매 루트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략 리터당 500~800원 수준에서 책정되고 있다.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 지선버스를 운영하고 있는 세풍운수 심규대 차량관리팀장은 “유로6 엔진 장착 CNG 버스 한 대당 한 달 평균 8000km를 운행하면 요소수 비용이 6~7만원 정도 나온다”며 “시내버스 차령이 9~11년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돈이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세풍운수는 지난해부터 유로6 엔진 장착 신형 CNG 버스 15대를 구입했다. 이중 7대가 SCR 방식이다.

버스 준공영제가 실시되고 있는 지역에선 업체가 얻은 수익을 모두 지자체가 거둬가고, 이를 다시 업체별로 일정액씩 나눠 돌려준다. 이때 업체에 어느 정도 돌려줄지 따지기 위해 ‘표준운송원가’를 산정한다.

표준운송원가는 매년 새로운 지침이 마련된다. 여기에는 직원인건비와 복리후생비는 물론 연료비∙타이어비∙환승할인보조∙수리비∙소모품비 등이 포함된다. 운전기사 제복 구입비 등 시시콜콜한 것까지 모두 정산되는데, 정작 SCR 방식 CNG 버스에 필요한 요소수는 정산 항목에 포함되지 않아 전액 업체가 비용 부담하고 있다.

▲ 사진은 본문 내용과 무관합니다.

SCR 방식 CNG 버스를 운영하는 업체들은 “요소수 비용을 정산해 주지 않으면 버스를 선택할 수 있는 업체 권리가 침해 받아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로6 기준 적용이 이제 막 시작돼 아직은 많은 수요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대∙폐차될 버스가 많아지면 업체가 SCR 방식 CNG 버스를 기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풍운수도 최근에 사상 처음 요소수가 필요 없는 EGR 방식을 쓰는 타 브랜드 CNG 버스를 도입했다. 문인수 세풍운수 대표는 “지금까지 줄곧 한 브랜드 버스만 이용하다가 이번에 다른 브랜드 버스를 구입한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요소수 비용 때문”이라며 “현재 회사가 123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향후 대∙폐차되는 버스를 바꿀 때 어떤 차를 살지 고민 된다”고 말했다.

실제 유로6 기준 적용 이후 준공영제 지역 시내버스 업체 CNG 버스 구입 양상이 적지 않게 바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래저래 요소수 비용 문제가 영향 줬을 것”이란 분석이 업계 일각에서 나왔다.

요소수 비용 정산을 주장하는 업체는 “SCR 방식은 엔진 연료 효율이 뛰어나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준공영제 시행 지자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업체∙노선 관리 포인트가 매연 저감과 연비 절감에 있는 만큼, 연료 효율이 좋은 SCR 방식 CNG 버스가 목적에 제대로 부합 한다”는 게 이들 업체 주장이다.

SCR과 EGR 방식 엔진 연료 효율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공식 자료는 없는 상황. 다만 일부 업체별로 SCR∙EGR 엔진 장착 CNG 버스를 각각 노선 투입해 몇 달간 비교한 자료가 일부 공개돼 있다.

세풍운수의 경우 실제 동일노선에 두 엔진 방식 CNG 버스를 투입해 본 결과 SCR 방식 쪽이 7~8% 연비가 좋게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 간선∙지선버스를 운영하고 있는 한 업체 또한 “SCR 방식이 리터당 7% 정도 연비가 우세하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완성차 업체 한 관계자는 “부산 서부지역에서 노선버스를 운영하는 영신여객은 자체 연비 실측 테스트 결과, 차량을 9년 사용할 때 요소수 비용이 대당 760만원 정도 나와도 연료비용을 대략 3000만원 이상 절감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문인수 세풍운수 대표는 “지난 5월에 운행된 SCR 방식의 CNG 버스 1대당 요소수 비용이 하루 평균 3140원 나온 반면, 연료비는 SCR 방식 버스가 EGR 방식보다 대당 1만500원 정도 덜 들었다”며 “연료 효율이 우세하다는 게 어느 정도 입증되고 있는 만큼 지자체가 요소수 비용 정산을 검토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준공영제를 운영하는 지자체가 당장 내년부터 요소수 비용을 정산해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개 다음해 적용될 표준운송원가는 매년 하반기 버스정책시민위원회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 이때 각 지역 버스운송사업조합이 업계 입장을 대변해 정산 항목과 지원 범위 등을 위원회에 제출∙요구한다.

서울지역에선 이미 일부 업체가 요소수 비용 정산을 반영시켜 달라고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측에 요구했지만, 성사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조합 관계자는 “현재 요소수 비용 정산을 어떤 항목에 반영할지 등에 대한 내부 검토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반영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조합 차원에서 산하 업체가 요구한 사안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버스업체 한 관계자는 “SCR 방식 CNG 버스는 아직까진 도입 대수가 많지 않아 업체나 조합∙지자체 모두 요소수 비용 정산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앞으로 보급이 많이 이뤄지면 비용이 증가해 업체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표준운송원가에 반드시 반영돼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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