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이어 ‘탄저균’ 감염 공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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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이어 ‘탄저균’ 감염 공포 확산
  • 이재인 기자 koderi@gyotongn.com
  • 승인 2015.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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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병원체 배송 ‘도로 위 시한폭탄’

당국 보고 없이 불법 행위 자행…파장 ‘일파만파’

“의약품 관련 택배․물류 표준화 법․제도 정비 시급”

치사율 80% 이상에 이르는 생물학 살상 무기인 탄저균이 국내에 반입․배송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메르스에 이어 고위험 병원체에 대한 감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계 글로벌 특송기업 FedEx가 지난 5월 살아있는 탄저균 배송건과 관련해 내용물 및 유의사항 등에 대한 정보를 협력사로 안내하지 않은 채로 인계돼 별다른 조치 없이 일반 택배화물과 함께 처리됐는데 이에 대한 책임을 본사가 회피하고 있다는 내용이 기정사실화됐기 때문이다.

문제시된 부분은 감염병의 진단 및 학술 연구 등을 목적으로 고위험 병원체를 국내로 반입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춰 보건복지부장관의 허가받아야 함은 물론,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 검사․보존․관리 및 이동에 필요한 시설 장비 등에 대한 안전관리기준을 지키지 않고 국내로 반입․배송했다는 점이다.

정부 당국에 보고 없이 들여오는 등 불법행위를 자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탄저균 등과 같은 위험물질에 대한 배송을 중단한다거나, 불가피할 시에는 협력사와 정보공유하고 특수상황인 만큼 비상화물로 단독 관리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겠다는 등의 이렇다할 입장이 나오지 않고 있어 파장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학계에 따르면 탄저균은 주위에 흡수할 영양소가 부족해지면 작은 포자를 형성해 수십 년간 휴면 상태로 지낼 수도 있는 만큼 생존력이 강할 뿐만 아니라, 감염 후 발병하고 하루 안에 항생제를 다량 복용하지 않으면 면역세포에 손상을 입혀 심하면 급성 사망에 이르게 된다.

▲‘대한민국 위험하다’…법․현실 ‘따로 국밥’

이처럼 고위험 병원체에 대한 보관과 운송 나아가 물류 전반을 관리하는 시스템 체계에 허점이 드러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앞서 메르스 바이러스 항체를 수집․이송하는 과정에서도 온습도에 민감한 특수화물인 점을 감안해 검체 운송 시 위생안전뿐만 아니라 적정온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런 내용이 배제된 채 상온 상태에서 자가용 승합차로 배송돼 왔던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메르스 사태가 최고조에 이르던 지난 6월 평균기온이 23.6℃(서울 기준)로 관측된 점을 감안하면, 내용물이 외부환경에 반응하면서 이상이 생겼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는 바이러스 분리 및 유전자 검사용 검체 경우, 섭씨4℃를 유지해야 하며 48시간 내 운송이 불가능할 때에는 -70℃에 보관(다만, ‘혈액 검체(EDTA blood)’는 반드시 상온 유지․수송)하라고 정한 질병관리본부 기준에 부적합한 상태로 처리됐다는 점을 의미한다.

항체를 수거한 곳에서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감염성물질 전문수송업체에 위탁하지 않고 자가운전으로 운반했으며, 연구기관 내 지정된 고위험병원체 및 생물안전 관리자가 반드시 운송에 동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지켰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고위험병원체와 카테고리 A로 분류된 감염성물질은 UN이 인증한 전용 수송용기를 사용해야 하며, 수송 중 임의 충격이나 사고발생시 내용물 유출 및 생물학적 불활성화를 위해 멸균 가능한 용기로 재포장한 뒤, 용기 외부에 감염성물질의 내용과 용량을 기록하고 2차 용기 외부와 3차 용기 사이의 공간은 에어비닐 등의 충격완화제를 채워야 한다.

이후, 운송 중 물리적 충격을 견딜 수 있는 소재의 외곽용기에 내용물을 담아 3차 포장해야 하며, 만일 드라이아이스를 냉매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기화한 이산화탄소(CO2)가 감염성물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2차 포장용기를 완전히 밀폐시키고 3차 용기는 기화한 가스가 밖으로 배출될 수 있도록 여유 공간을 유지한 상태로 포장한다.

배송부분에 있어서는 국내에서 우편이나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수송할 수 없으며 3중 포장된 감염성물질은 사람이 탑승한 같은 공간에 두지 않고 트렁크(적재함)에 싣는다.

또한 감염성물질의 누출 등 응급사고 시 1차적으로 누출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생물안전 스필키트(Spill kit) 및 삼각대 등을 차량 내 비치하고, 이동 목적지까지 경유하지 않고 곧바로 이동할 것을 운송인의 이행사항으로 정해져 있다.

▲바이오 의약품부터 콜드체인 물류 표준화 시급

지난 2009년 조류 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최근에 메르스까지 각종 신․변종 감염병 등장이 계속되면서 백신개발 등 연구목적으로 병원체 및 감염성 물질의 취급 기회가 늘고 있고, 그에 따른 국내․외 연구기관들 간의 병원체 이동 및 수송 또한 확대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위험 병원체를 포함한 바이오․헬스케어 상품을 총괄하는 물류 표준화가 정립돼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이미 학계에서는 ‘TSP(Temperature Sensitive Products)’를 취급하는 적정온도의 물류표준 설정을 시작으로 담당자 교육과 이를 상시 관리하는 물류전문화와 세분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며, 농식품 육가공 식자재를 포함한 유제품 등 다양한 상품들이 온라인 상에서 주문․배송되고 있는 현실에 맞춰 냉장․냉동차량과 전용 창고 외에도 콜드체인 시스템 전반을 관리 감독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과 기술 표준안 도출 및 정립 작업이 연내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5세대 이동통신(5G)을 이용한 원격진료를 검토하고 있는 만큼, 바이오 의약품 물류의 체질개선을 앞당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발표된 정부 방침으로는 기존 LTE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1000배 가량 빠른 5G가 하반기 내상용화를 앞두고 있는데, 홀로그램을 구현할 수 있는 ICT기술을 의약부분에 접목시킴으로써 원격진료 용도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만일 계획안대로 홀로그램을 응용한 화상진료가 도입․시행된다면, 한동안 잠잠했던 의약품 택배건 허용 여부에 대한 공방전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5G 통신기술과 첨단장비를 이용해 원격진료하고 처방전을 스마트폰․이메일 등으로 송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화할 수 있는 반면, 외부환경에 민감한 의약품이라 할지라도 별도 관리 가능한 환경 및 시설 여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게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쟁점사안이던 원격진료는 ‘선 시범사업 후 의료법 개정’ 절차를 밟는 방향으로 의견조율이 이뤄졌으나, 물류 표준화 및 안전성이 검증돼 있지 않은 의약품 택배는 여전히 미결 상태다.

관련 업계에서는 의료접근성 향상과 의료비 부담 완화 면에서는 십분이해되나, 환자 생명을 담보로 여러 가지 부작용과 사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점을 지적, 상품별 온습도 유지 보관․배송 가능한 전용 시설부터 의약품 전용 택배 물류 표준화 및 시스템 관리 체계가 선행된 후에 재검해야할 사안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한편 이를 수용해야할 택배사들은 의약품 택배를 위해 지금 당장 투자․개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상당수의 택배사들은 불특정다수 물량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정해진 시간 내에 처리해야하는 특성상 전용 라인을 증설하기에는 다소 무리라면서, 차후 의약품 택배에 대한 수요와 물량이 지속 증가한다면 서비스 다양성 차원에서 검토해볼 만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미 합동실무단은 주한미군 탄저균 배달사고 조사를 위한 전체회의를 이달 내 열고 오산기지 방문 일정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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