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운전은 교통안전의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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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운전은 교통안전의 적이다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5.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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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수 박사의 교통안전노트

자동차 운전 중에 사소한 시비를 이유로 급정거하거나 차로를 바꿔가면서 상대방을 위협하는 보복운전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언론이 이를 크게 보도하면서 그 심각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보복운전이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선진 교통문화가 자리 잡은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1950년대 월트 디즈니사가 제작한 모토마니아(Motor Mania)라는 애니메이션에는 사랑스럽지만 행동이 굼뜬 개 구피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 개는 미스터 워커라고 불릴 정도로 예의바르고 정직한 시민상을 보여주지만 운전대만 잡으면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괴물 같은 인격체로 돌변한다. 신호를 위반하고 난폭운전으로 다른 차를 놀라게 하는 등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면서도 스스로를 매우 훌륭한 운전자로 착각한다.

반면 차에서 내리자마자 다시 온순하고 규칙을 잘 지키는 모범적인 시민으로 돌아간다. 평소에는 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인 사람일지라도 운전대를 잡기만 하면 갑자기 악마적인 성향을 지닌 운전자로 돌변한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실제 보복운전을 하는 운전자는 지극히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 대부분이다.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운전하는 동안에는 자동차끼리 언어를 통한 소통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몇 가지 자동차의 기능이나 신체를 활용한 단순한 신호를 보낼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관행적으로 보편화 되어 있지 않거나 개인적인 성향의 신호(아무런 신호를 보내지 않는 경우를 포함하여)일수록 상대 운전자가 이해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차로를 벗어나지 않고 정상적으로 운전하고 있을 때 누군가 갑자기 끼어들었다면 폭력적이고 적대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악의가 있지 않고는 내 진로를 방해할리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작 끼어든 차는 다른 차에 전혀 관심 없이 큰 흐름을 따랐을 뿐인데도. 화가 난 운전자가 갑자기 뭔가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하기도 하며, 어떤 경우에는 상대 운전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기 위해 미친 듯이 과속을 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적절한 복수방법을 모색하고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운전자도 있다.

최근에 사법당국이 보복운전자를 엄중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보복운전의 행태가 도를 넘어 교통안전을 크게 위협하며 살인이나 상해로 이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보복운전을 해도 운전자가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해서 그랬다고 하면 관대하게 처리되는 경향이 많았다. 그러나 법원은 보복운전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상대방에게 위협을 가하거나 공포심을 느끼게 했다고 판단되면 ‘흉기 등 협박죄’를 적용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에는 직접적으로 보복운전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보복운전으로 인해 사고가 나거나 구체적인 보복행위가 입증이 된 경우에는 다른 사람에게 위험과 장해를 주는 속도나 방법으로 운전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안전운전의무 불이행’으로 범칙금과 벌점을 부과할 수 있을 뿐이다. 물론 앞지르기하는 차와 속도를 높여 경쟁하거나 그 차의 앞을 가로막았을 경우에도 범칙금 부과는 가능하다.

얼마 전 난폭운전을 한 운전자에게 면허처분과 형사처벌할 수 있는 도로교통법 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법률안에는 난폭운전행위가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일선 경찰공무원들이 난폭운전행위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보복운전이나 난폭운전을 한 운전자를 처벌하려면 입증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블랙박스를 통해 보복운전 등을 입증할 증거영상의 확보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 블랙박스를 설치한 자동차가 많아지면서 이를 증거로 제출하면 되지만, 블랙박스가 설치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동승자의 도움을 받아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증거영상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차량번호를 기억하고 있다가 주변 차량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도로는 익명성 원칙의 지배를 받는 공간이다. 그러나 아무리 익명성이 판을 치더라도 자신과 마주치는 상대 운전자의 의도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돌발적인 행동을 하거나 그 후의 대응이 부적절하더라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는지를 먼저 헤아려야 한다. 당연히 상대 운전자는 비상등을 잠시 작동시키거나 손을 들어 적절하게 사과의 표시를 해야 한다.

보복운전은 자신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교통안전의 적이다. 서로의 안전을 위해 상대방을 배려하고 조금씩 양보하면서 운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객원논설위원-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연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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