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명묘희 도로교통공단 책임연구원/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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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명묘희 도로교통공단 책임연구원/행정학 박사
  • 곽재옥 기자 jokwak@gyotongn.com
  • 승인 2015.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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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램이 내 곁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로 기억한다. ‘꽃보다 할배’라는 TV프로그램에서 스페인 세비야의 노천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할배들, 그리고 그 옆으로 유유히 지나가는 트램을 보게 됐다. 그때 한 할배가 “우리도 저런 거 있었잖아, 그냥 없애 버리는 게 아니었어”라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그 영상으로 들어가서 “아니예요, 우리나라도 저런 걸 다시 들여오려고 열심히 움직이고 있답니다”라고 얘기해 주고 싶었다. 그래 우리도…….

할배가 얘기했듯이 우리나라에서도 도로에서 전차가 다니던 때가 있었다. 1898년에 미국과 한국정부가 공동으로 한성전기회사라는 운영회사를 설립해 같은 해 12월에 서울 서대문~청량리 구간에 처음으로 개통돼 사대문 안을 중심으로 연결됐다. 이후 평양과 부산에도 건설됐고, 서울에서는 용산·원효로·왕십리·영천·노량진 등 외곽지대로 확장됐으며, 1941년에는 창경원~돈암동 네거리까지 연장되면서 총 40.5㎞ 구간을 운행했다.

그러나 자동차 중심 교통체계의 발달로 교통량이 증가하면서 노면전차는 도심 내 교통지체를 야기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돼 시내버스로 대체될 계획으로 1968년 모두 폐기됐으며, 그 자취를 감췄다.

유럽과 미국 도시들에서는 1900년대 후반 트램이 서서히 부활하는 중흥기를 맞이했는데, 우리나라도 조금 늦었지만 2000년대 들어 창원·수원·위례신도시·울산 등의 지자체에서 트램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지자체들이 트램을 도입하려고 하는 배경과 목적은 약간씩 차이가 있으나 트램의 기술적 발전과 교통체계의 패러다임 전환이 그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구형 노면전차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전력공급선으로 인한 도시미관상, 안전상 문제점을 보완한 신형트램이 개발됐고 외국 도시들에서는 신형 트램으로 바꾸거나 트램 노선을 신설하고 있다. 이러한 신형트램을 무가선(無架線) 저상(低床)트램(Wireless Low Floor Tram)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주관기관이 돼 한국형 무가선 저상트램과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국가 R&D 연구가 진행됐다.

그리고 자동차 중심의 교통체계로부터 사람 중심의 교통체계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보행·자전거·대중교통수단이 부각되고 있는데, 트램이 이러한 추이에 적합한 매력적인 교통수단으로 부상한 것이다. 트램은 기존 도시철도와 버스교통과의 연계를 통해 대중교통서비스 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으며, 장애인·노약자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시이미지를 개선하고 주변 상권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것이 입증되면서 각 도시들이 도심을 재생하고 도시 어메니티를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서 노면전차를 도입하고자 하는 것이다.

신형트램은 충전된 배터리를 싣고 다니면서 도심 내에서는 전력선이 없이 운행하다가 도시 외곽지역에서는 전력선에 의해 전력을 공급받는 방식으로 운행되는 하이브리드 트램이다. 그리고 차 바닥의 높이가 낮아져 휠체어 장애인, 유모차, 고령자도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다. 한꺼번에 많은 승객을 수송할 수 있도록 여러 개의 객차를 붙여 운영하는데,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트램은 5개의 객차를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한 번에 200명까지 실어나를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예전 전차는 별도의 전용선이 없이 다른 교통수단과 함께 다녔지만 신형 트램은 버스전용차로처럼 별도의 전용로에서 운행하고, 신호등 운영도 트램에 맞춰주는 우선신호시스템의 적용을 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트램은 교차로에서도 멈추지 않고 갈 수 있고 안정적인 속도로 운행할 수 있으며, 다른 자동차와의 상충을 줄여 교통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 물론 트램의 궤도는 돌출돼 있는 철도궤도와 달리 매립형으로 돼 있어 그 위를 자동차도 자전거도 다닐 수 있고, 보행자가 횡단할 때도 아무런 불편이 없다. 그 뿐인가. 트램은 기존의 철도궤도와 트램 궤도 모두에서 다닐 수도 있어서 기존 철도궤도를 연결해 운행할 수도 있다(tram-train).

물론 아무리 차가 좋다지만 무턱대고 들여올 수는 없다. 우리에게는 아픈 경전철의 상처가 있지 않은가. 트램은 도로면에 건설되기 때문에 경전철에 비해 건설비는 1/3 수준이기는 하지만 역시 만만찮은 예산이 수반돼야 한다. 하지만 공공교통을 복지정책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보고 모든 시민들이 누려야 할 권리라는 쪽으로 시각을 바꾼다면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지자체와 시민, 전문가, 관계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편 정부에서는 트램을 도입하기 위한 각종 기반기술을 개발․고도화하고, 트램이 다른 교통수단과 공유하면서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제도·법령을 정비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동네의 노천카페 옆으로도 트램이 유유히 지나가는 그 날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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