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 업체, 수입차가 새로운 돌파구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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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차 업체, 수입차가 새로운 돌파구 되나?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5.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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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업체 인기 차종 들여와 시장 공세 강화
▲ 지난 11일 출시된 한국GM 쉐보레 임팔라

일부 업체 인기 차종 들여와 시장 공세 강화

“선택 다양화” 여론에 “국내생산 위축” 비판

국산차 업계가 수입차로 눈을 돌리고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다는 게 이들 업계 입장. 그런데 “기존 국산차 판매∙정비 네트워크를 활용해 경쟁 수입차 보다 유리할 것”이란 기대 못지않게, “위축되고 있는 국산차 시장 상황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비판도 크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GM이 지난 11일 준대형 세단 ‘임팔라’를 국내 출시했다. 임팔라는 1958년 미국에서 탄생한 글로벌 쉐보레 브랜드 모델로, 미국 디트로이트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기존에 국내에서 생산되던 ‘알페온’을 단종 시키는 대신 들여왔다.

출시를 앞두고 한국GM은 임팔라가 58년 동안 명성을 이어왔고, 전 세계에서 1600만대 이상 팔린 베스트셀링 모델이라는 점을 한국 소비자에게 강조했다. ‘완성도가 높아 신뢰할 수 있는 미국차’라는 신뢰감을 줬다.

국내 생산돼 국산차 이미지가 강한 ‘쉐보레’ 브랜드를 단 수입차 ‘임팔라’에 대한 시장 반응은 제법 좋다. 이미 사전 계약으로만 2000대가 판매됐고, 출시 이후 꾸준히 구매 문의가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소재 한 쉐보레 매장 판매직원은 “지난달부터 꽤 많은 고객 문의가 있었는데, 출시를 즈음해 더욱 많이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며 “말리부나 스파크 출시 때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국GM보다 한 발 앞서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 2013년 12월 소형 스포츠다목적차량(SUV) ‘QM3’을 들여왔다. 글로벌 르노 브랜드가 스페인에서 생산한 차다.

QM3은 출시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소형 SUV 차급을 새롭게 정의하며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출시 첫해 1150대가 팔렸고 지난해에는 1만8191대가 판매됐다. 수입차 실적이 아닌 국산차 실적에 포함되고 있지만, 사실상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로 꼽힌다.

올해에도 QM3은 지난 7월까지 1만2549대가 팔려 전년 동기(9160대) 대비 실적이 37.0% 증가했다. 올해 들어선 글로벌 르노그룹이 정책적으로 한국 판매분을 늘려줘 지난해 발생했던 물량 부족 현상도 크게 완화됐다.

▲ 지난 2013년 12월 출시된 르노삼성차 QM3

수입차에 눈을 돌리고 있는 국산차 업체는 한국에 생산시설이 있는 외국계 법인이다. 이들은 본사 글로벌 정책에 따라 생산이 정해져 판매 차종이 다른 국산차 업체 보다 적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는 수입차 업체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현재 한국GM은 승용차 9종을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고, 르노삼성차는 이보다 적은 5종을 시판 중이다. 주요 수입차 업체가 10여개 넘는 차종에 트림까지 세분화시키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다양한 소비자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고, 이로 인해 실적 성장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주된 원인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내놓은 전략이 수입차 도입이었다. 차종을 직접 생산하기 위해서는 큰 금액이 들어가는 생산시설을 갖춰야 하지만, 외국에서 도입하면 판매 네트워크만 정비하면 돼 비용 부담이 덜하다. 게다가 외국 시장에서 검증받은 차종이라는 점도 장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

물론 국산차 업계가 수입차를 들여온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GM의 경우 이미 ‘콜벳’과 ‘카마로’ 같은 수입차를 들여와 팔고 있다. 다른 게 있다면 ‘임팔라’나 ‘QM3’은 시장에서 많이 팔리는 볼륨 차종이라는 점이다.

국내 소비자에겐 낯선 수입차를 들여와 판매한 효과는 컸다.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국내에서 8만3대를 판매해 전년도인 2013년(6만27대) 대비 33.3% 성장을 일궈냈다. 올해는 7월까지 4만3960대를 팔며 전년 동기(4만3017대) 대비 2.2% 증가했다.

문제는 이들 업체가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국내 생산보다는 수입에 의존하려 한다는 것과, 들여온 수입차가 이들 업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는 사실이다.

르노삼성차의 경우 지난해 전체 국내 판매 실적에서 QM3 판매 비중이 22.7%에 이르렀는데, 올해는 현재까지 비중이 28.6%로 치솟았다. 같은 기간 국내 생산 차종 판매는 오히려 줄었다.

한국GM은 아직 출시 초기 단계라 수치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다만 ‘임팔라를 1년에 최소 1만대 이상 판매 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수입차를 통해 성장을 이루겠다는 전략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정부와 보험사는 수입차로, 수입차 업계는 국산차로 여기고 있는 이들 차종 출시에 대한 시장 판단은 엇갈린다.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될 것’이라는 긍정적 기대감에 ‘국산차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부정적 여론이 맞서고 있다.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여론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수입차이긴 하지만 국산차 AS네트워크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부품이나 정비에 들어가는 비용이 국산차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며 “차종이 다양해지고, 시장 경쟁도 치열해지면 그만큼 차량 가격이나 제품∙서비스 품질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 충분히 검증된 차를 들여와 팔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실적이 크게 상승될 수 있어 회사 입장에선 유리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는 국내 생산 위축에 따른 산업 전반 침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아울러 차종 수입 초기 단계부터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문제로, 외국계 국산차 업체가 본사 정책에 따른 하청업체 수준 생산시설로 전락할 수 있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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