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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보호권 해결 없이 대체부품 시장 없다”
김정규 기자  |  kjk74@gyoton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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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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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車 인증대체부품 출시 1개월 무엇이 문제인가

   
 

그나마 기대했던 수입차 수리 시장마저 디자인권에 발목

제도 실효성 다시 도마 위에...법 개정 움직임에도 ‘시큰둥’

올 초 대체부품인증제가 시행되고 8개월, 인증부품이 나온 지는 1개월이 지났지만 그 어디에도 제도의 혜택을 누렸다는 소비자도 없고, 제도를 낙관하는 업계 관계자도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자동차 수리비 인하를 위해 도입된 제도가 안착되기도 전에 실효성에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도입된 제도의 태생적 한계에 대한 지적이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관련 핵심 법안이 발의돼 계류 중이지만 통과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은 분위기다.

그나마 수입차 수리 시장에서 기대했던 대체부품 활성화도 수입차 제조사들의 달라진 입장변화로 가로막혔다. 대체부품 시장이 갖은 악재 속에 그 제도가 빛을 보기도 전, 또 다른 ‘전시행정’의 표본이 될 위기에 처했다.

부품사, 완성차 눈치보기 ‘급급’...팔리지도 않아

대체부품인증제도는 도입 전부터 ‘부품 디자인권’에 대한 논란이 거셌다. 부품 인증과 유통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국내 디자인 특허 문제가 제도 자체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기 때문.

이미 국내 완성차 제조사들은 대체부품의 대상이 되는 주요 외장 순정부품의 90% 정도의 ‘디자인권보호권’을 획득한 상태라 유사한 기능을 가진 대체부품이 나올 경우 ‘디자인보호권 침해 소송’을 낼 준비를 마쳤다. 국내 부품업체들이 인증에 뛰어들려 해도 주저하는 이유다.

또한 현재 시행되고 있는 디자인보호법은 등록된 제품의 디자인을 20년간 보호하게 돼 있어 사실상 대체인증부품을 만들 수 없는 구조다. 우리나라 특허청은 해외와 달리 자동차부품에 대한 디자인보호권을 대체로 인정해주고 있다.

국내의 고질적인 산업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부품사들이 완성차 제조사에 종속돼 있어 대체부품 사용 활성화에 부정적인 완성차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순정부품으로 인한 수익이 상당한 완성차업체가 납품업체의 대체부품 생산이 반가울리 없어 부품업체는 순정부품 이외의 부품을 제조․개발할 일이 없는 것이다.

국내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부가 만든 대체부품인증제가 해외 업체들만 혜택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이 같은 분석의 배경에는 일단 디자인보호권을 상대적으로 덜 등록한 수입차 부품 위주로 대체부품이 유통될 것이라는 전망도 한 몫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인증에 참여한 업체가 대부분 수입업체로 지난달 대만 TYG사가 BMW 5시리즈 전방 좌우 펜더(타이어 덮개)를 처음으로 출시했다.

대체부품 인증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자동차부품협회(KAPA)에 따르면, 현재 10개 해외 부품업체의 800여개 제품에 대해 대체부품 인증 절차를 진행, 40개 부품인증이 결정됐다. 부품 제조사는 순정부품의 50~60% 가격으로 시장에 내놓았다. 하지만 이제까지 수리에 쓰인 부품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차도 국내 벤치마킹, 디자인 특허등록 줄이어

하지만 전망은 빗나갔다. 수입차 업체들이 국내 완성차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디자인 특허 등록을 시작하면서 수입차 대체부품 시장도 낙관이 어렵게 됐다. 우선 BMW코리아가 대체인증부품을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다른 수입차업체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뿐만 아니라 BMW코리아는 고객이 대체부품을 사용했다가 차량이 고장나면 무상보증기간이 남아 있더라도 무상수리 해주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움으로써 막상 AS 보증기간이 지난 수입차 차주들이 아니면 대체인증부품 사용 자체가 불가해 지는 것이다. 다른 수입차업체들도 대체부품에 대해서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소 수입차 수리비 인하를 목적으로 했던 대체부품인증제의 활성화는 요원해졌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는 수입차업체들도 국내에서 거두는 순정부품으로 인한 높은 수익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를 통해 얻은 평균 이익률은 0.4%인 반면 정비매출 이익률은 11.4%에 달한다. 전체 영업이익에서 정비이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56.2%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에 수입차업체들이 대체부품을 차단하기 위해 자사의 순정부품 디자인보호권 등록에 집중하게 됐다. 특허청에 따르면, 대체부품인증제가 시행된 1월부터 6월까지 토요타는 17건, BMW는 16건, 아우디는 8건의 디자인보호권을 등록했다.

“이제는 법과 산업구조 문제...가능할까” 회의론 팽배

사정이 이렇다보니 디자인보호법에 대한 개정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대체부품에 한해 디자인보호권 등록 후 36개월이 지나면 소멸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디자인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또한 인증된 대체부품에 한해서 수리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은 자동차관리법도 포함될 예정이다. 주요 선진국에서도 이미 수리용 자동차 부품에 대해 디자인 보호를 예외로 하는 법이나 규정을 두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현재 주요 자동차 소비국에서는 간단한 정비에 필요한 대체부품에 한해 부분적으로 디자인보호권을 제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소비자와 중소업체 보호를 위해 출시 30개월이 지난 개별부품에 대한 디자인권은 보호하지 않고 있다. 유럽도 사정은 비슷하다. 독일은 법으로 디자인권을 보호하기로 했지만 완성차 업계가 디자인권을 남용하지 않는 선에서 합의를 이뤘다.

프랑스도 국가경쟁력위원회에서 자동차 외장부품에 대한 자유경쟁이 필요하다고 인정, 논의를 지속하고 있는 상태다. 아예 자동차 개별부품의 디자인권을 보호하지 않는 유럽 국가는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등 무려 9개국에 달한다.

이는 국내 사정과 사뭇 다른 추세로 업계에서는 “정부가 제도를 시행하고도 관련법을 개정하지 못해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처사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는 형국이다.

디자인보호법 개정에 관해 완성차업체들의 저항은 완강할 것으로 분석된다. 부품업계 관계자도 “국내의 완성차와 부품사의 갑을 구조 속에서 주요 거래처의 이익에 반하는 선택을 할 부품사는 없다”며 “국내의 고질적인 산업구조 속에서 대체부품인증제는 유명무실한 껍데기 제도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내놨다.

업계 한 전문가는 “대체부품인증제에 대한 실효성 문제는 이제 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법 개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이해당사자 간의 의견이 첨예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결국 정부의 판단이 제도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이지만 해외와 달리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어 제도 취지에 맞는 전망을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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