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택시캠페인] 얌체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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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택시캠페인] 얌체운전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15.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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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배려하지 않는 이기심…사고 유발 가능성 커

과속으로 이어질 경우 ‘매우 위험’
어설프게 따라했다가는 큰코 다쳐
운전기술 과신…사고 시 큰 피해로
질서·안전 지켜야 영업이익도 지켜

# 사례 1

회사원 강동순(52)씨는 출근길에 난데없는 봉변을 당했다며 투덜댔다. 밀리고 막힌 작은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하기 위해 신호대기중 앞차를 따라 천천히 나아가는데 마침 앞선 택시가 급하게 속도를 내며 보행자와 자동차 사이를 뚫고 나가는 것이었다.

강씨는 별 생각없이 택시를 따라 우회전을 막 시도하는데 갑자기 교통경찰이 길을 막았다. 횡단보도를 무단으로 침범했다며 딱지를 끊겠다는 것이었다. 강씨는 어이가 없다며 경찰에 항의했다. 자신만 그렇게 온 것이 아니고 앞선 택시를 따라 왔을 뿐이었다고. 그러나 경찰은 택시 이야기에 관해 일절 말이 없었다. 강씨의 횡단보도 침범만 추궁해 끝내 딱지를 떼고 말았던 것이다.

강씨는 택시가 어떻게 운전을 하건 다른 운전자는 절대 흉내내거나 따라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동료들에게 강조했다. 이는, 택시의 얌체운전이 다른 운전자들에게 피해를 준 대표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그러한 택시의 운전행태가 자주 크고작은 교통사고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 사례 2

주부 이경진(40)씨는 업무 차 성남으로 갔다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서울로 오는 도로를 따라 밀리기를 약 30분, 서울에서의 약속시간 때문에 초조해진 이씨는 마침 약 150m 전방에 우회도로로 빠져나가는 샛길이 있다는 이정표를 발견했다. 그러나 차가 밀려 그 자리에서 꼼짝달싹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안타까워 하고 있는 찰나, 어디선가 나타난 택시 한 대가 이씨의 승용차 바로 옆을 스치듯 지나가며 갓길을 따라 주행, 이씨가 빠져나가려는 샛길 쪽으로 내달리는 것이 발견됐다.

이씨는 순간, ‘그렇구나’ 하는 마음으로 곧장 그 택시를 쫒아 갓길을 달렸다. 불과 100여m, 샛길로 빠진 이씨가 급커브길을 돌아서는 순간 앞서 달리던 택시가 바로 코앞에 멈춰서 있었고, 이씨는 미처 브레이크를 밟지 못한 사이 택시 뒤를 충격하고 만 것이었다. 택시만 믿고 뒤따르던 운전자가 일으킨 순진한 사고였다.

<리드>

택시의 얌체운전은 택시운전자의 운전기술이 일반인에 비해 뛰어나다는 점이 전제가 된다. 아무리 끼어들기나 지그재그운전을 하고 싶어도 운전기술이 시원치 않으면 꿈도 꾸지 못한다. 그러다가 주변에서 움직이는 자동차들과 접촉사고를 일으키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택시라고 해서 언제나 안전하게 끼어들기와 지그재그운전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와 같은 얌체운전이 체질화되면 될수록 교통사고에 빠져들 가능성은 높아진다. 그것은 택시 교통사고를 자세히 분석해 보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택시 교통사고는 인사사고에서 사망사고가 적고 부상사고의 점유율이 훨씬 높다. 그것은 택시가 1회 승차인원이 운전자를 포함해 5명 이내로 제한돼 있고, 또한 구역 내를 운행하는 지역면허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도로사정에 밝아 대형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은데 따른 것이다.

반면 택시는 인사사고가 아닌 물적 피해를 야기하는 사고의 비율이 유독 다른 사업용 자동차에 비해 높다. 그것은 택시가 일상적으로 지그재그운전을 하거나 끼어들기 등 소위 얌체운전을 일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이리저리 운행중인 자동차 사이를 비집고 움직이는 택시의 경우 다른 자동차와 경미한 접촉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그만큼 높은 것이다.

여기에는 택시의 사업특성이 반영돼 있다. 많이 움직여야 운임수입이 늘어나고, 운임수입이 늘어나야 운전자에게 돌아오는 몫도 커지기 때문에 다소의 무리가 뒤따른다 해도 지그재그나 끼어들기를 포기할 수 없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많다. 대도시지역에서 택시가 아무리 지그재그운전을 하거나 끼어들기를 해도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 즉 얌체운전을 통해 얻는 시간절약 요인은 예상외로 적다는 것이 대표적인 반론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통전문가들은 대도시지역에서 교통체증이 상시 발생하고 있고 신호등이나 교차로가 밀집된 상태에서도 지그재그나 끼어들기를 많이 하는 차량과 그렇지 않은 차량의 운행시간은 상당 수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택시운전자 대다수도 정상적인 운행에 비해 얌체운전을 많이 하면 그만큼 실 운송수입이 늘어난다고 증언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증가하는 운송수입과 얌체운전중 발생하는 교통사고로 인해 지불해야 하는 사고처리비용을 따질 때 얌체운전으로 얻을 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일주일 내내 얌체운전을 일삼으며 부지런히 수입을 올려 그렇지 않고 정상적인 방식으로 운행할 때에 비해 하루 4만∼5만원의 추가 수입이 발생한다 해도 1주일에 한차례 경미한 접촉사고를 일으키면 단순 물적피해 사고라 해도 최소한 40만∼50만원의 정비비용이 들어가므로 결국 운전자에게 남는 이득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사고가 물적 피해에만 그치지 않고 승객이나 타 차량 운전자, 또한 택시운전자 자신까지 부상을 당하는 사고를 일으킨다면 얼마나 큰 손실이 발생하는지 조차 가늠하기 어렵게 되고 만다.

이 때문에 경력이 많고 운전솜씨가 뛰어난 택시운전자일수록 대부분 정속운행에 얌체운전 행위를 삼가는 경향이 뚜렷한 것이다.

이들은 도로에서 난폭·얌체운전을 하는 다른 택시를 발견할 때 경력이 짧은 운전자의 그러한 운전행위가 자신에게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결과라고 말한다.

얌체운전이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또 다른 요인은 끼어들기나 지그재그운전이 과속과 연결된다는 점이다.

끼어들기 및 지그재그운전도 목적지까지 빠른 시간에 도착하기 위한 것이라면 과속운전은 두말할나위도 없다. 저속운행으로 지그재그나 끼어들기를 시도하면 다른 운전자가 이를 잘 허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서둘러 얌체운전을 감행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얌체운전에 길들여져 있는 운전자일수록 과속행위도 서슴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그러므로 얌체운전에 과속이 더했을 때 교통사고가 나면 피해는 당연히 커질 수 밖에 없다.

끼어들기나 지그재그운전이 그것 자체의 위험성 보다는 이와같이 과속으로 이어지는 운전자 심리상태와 드높은 사고 가능성으로 말미암아 택시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행위로 꼽히고 있다.

지그재그운전과 끼어들기는 이밖에도 택시에 대한 시민의 인식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택시운전자는 ‘택시이기 때문에’라든가 ‘택시니까 이해하겠지’라는 자기방어적 논리로 스스로의 행위를 정당화시키고 있으나 주변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는 시민은 ‘저렇게 하니까 욕을 먹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반면 택시 이용 시민도 때론 문제가 된다. 자신도 택시의 얌체운전 행태에 자주 분노하고 불만을 하다가도 택시를 이용할 때면 운전자에게 가능한 빨리 가주기를 요구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또 급하면 택시 흉내내기를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택시운전자는 가능한 승객의 요구에 호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렇게 요구받고 있기 때문에 승객이 빨리 움직여 줄 것을 요구하면 별다른 거부감없이 얌체운전을 자행하게 되는데 이같은 이율배반이 택시에 엄연히 존재하는 한 택시의 얌체운전은 좀체 사라지지 않고 있고 이로 인한 택시 교통사고도 수그러들 날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같은 택시 얌체운전을 근절할 수 있을까.

그것은 운전자 스스로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게 하더라도 실익이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 안전을 지킬 때만 최소한의 이익도 지켜낼 수 있음을 택시운전 요령의 첫 구절로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하는 것이 승객과 자신의 안전은 물론 타인의 안전도 지키며 시민의 인식을 우호적으로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는 지름길임을 끊임없이 자신에게 확인시키는 노력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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