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지역 도로의 제한속도 시속 50km로 낮춰야 한다
상태바
도시지역 도로의 제한속도 시속 50km로 낮춰야 한다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5.09.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동수 박사의 교통안전노트

우리 도로교통법은 속도규제와 관련해 일반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고속도로 포함)로 구분하고 일반도로는 차로의 수에 따라 제한속도를 달리하고 있다. 즉 일반도로가 시가지를 지나든 지방에 있든 관계없이 원칙적으로 편도 1차로는 시속 60km 이내, 편도 2차로 이상은 시속 80km 이내로 정하고 있다.

영국이 1800년대 자동차를 발명하고 자동차 산업이 가장 앞섰으면서도 독일·미국 등에 선두자리를 내주게 된 배경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속도제한 규정 때문이었다. 당시 영국은 자동차 최고속도가 시속 6.4km였고, 그나마 시가지에서는 시속 3.2km였다. 자동차가 걷는 속도보다 느리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외면하면서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발전할 수가 없었다.

반면 독일은 1800년대 말 벤츠 자동차가 등장하자마자 시가지 도로에 대한 제한속도를 시속 20km 정했다. 독일이 도시지역 도로에 대한 제한속도를 시속 50km로 적용한 시기는 1957년이었다. 현재 도시지역 도로의 제한속도는 대부분의 유럽 국가가 시속 50km로 통일돼 있다. 예외적으로 우크라이나, 리투아니아, 폴란드 등 일부 동유럽 국가가 시속 60km로 되어 있긴 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도시지역 도로에 대한 제한속도 시속 50km는 국제표준으로 인식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시속 50km로는 환경오염을 줄이는 효과가 크지 않다고 해 그 이하의 속도로 제한하고 있기도 하다. 통행하는 자동차가 느리면 느릴수록 조용하고 안전하며 청정해지기 때문이다. 시속 30km로 주행하는 경우 시속 50km일 때보다 교통소음은 3∼4 데시벨 감소하고 사망사고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동차 배기가스의 70∼80%가 주간선도로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므로 도시지역 도로의 제한속도를 낮출수록 오염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교통사고의 위험도는 속도와 매우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다. 2010년 5월 유럽교통안전위원회(European Transport Safety Council)는 회원국의 교통사고 자료를 분석하여 모든 차량의 주행속도를 1% 줄이면 사망사고를 4% 감축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교통전문가들은 도시지역 도로의 평균차속을 10% 강제적으로 낮추면 사망사고는 30%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사망사고가 50%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 도시지역의 현행 제한속도인 시속 6080km를 모두 시속 50km 이내로 제한할 경우에는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30∼50% 줄일 수도 있다는 결과를 유추해낼 수 있다.

실제로 인천지방경찰청은 2014년 4월부터 인천 시내 주요 도로 34개 노선, 231㎞ 구간에 제한속도를 시속 10~20㎞ 낮춘 결과, 9월말 말까지 4개월간 발생한 교통사고는 모두 832건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8.4% 감소했다고 한다. 이 기간 동안 교통사고 사망자는 7명으로 50%, 부상자는 1322명으로 20.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울산지방경찰청도 주요 도로의 제한속도를 시속 10㎞씩 낮춘 결과 교통사고는 27.2%, 인명피해는 34.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2009년 4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고속도로 제한속도 시속 100∼110km를 각각 시속 10km로 상향하는 대신, 도시지역 도로는 시속 60~80km를 모두 시속 50km로 하향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찰청도 지난 7월부터 편도 2차로 이하의 이면도로 1052개 구간에 제한속도를 단계적으로 하향 조정하고 있지만 이면도로가 아닌 시가지 도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대폭적으로 하향 조정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교통 환경이 유럽과 달라서 전면적으로 시속 50km로 하향 조정하기는 쉽지 않다. 속도를 낮출 경우 주요 도로의 지정체가 가중될 우려가 있고 대중교통 이용불편과 맞물리면서 버스 운행시간이 늘어나게 되면 버스를 외면하게 되는 문제점도 있다. 그에 따른 민원발생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통사고 사상자 줄이기 종합대책에 따른 2015년 교통사고 사망자수 감소목표 4500명을 달성하고, 그 감소추세를 지속하려면 이면도로(생활도로) 제한속도 시속 30km 정착과 함께 도시지역 도로의 시속 50km 속도제한 구간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비용이 들지 않으면서 사고감소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거의 유일한 해법이 아닐까 한다.

자동차가 얼마의 속도로 주행하고 있는가는 생명과 직접 관계되는 문제이다.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추세에 맞게 서둘러 제한속도를 낮춰야 한다.

<객원논설위원·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처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