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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신고의무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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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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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수 박사의 교통안전노트

교통사고가 나면 누구나 당황하기 마련이다. 경미한 접촉사고라면 보험사에 연락하여 보험처리로 사고를 종결시키겠지만 사람이 다치기라도 하면 고민하게 된다. “신고해야 하나, 말아도 되나?”

우리 도로교통법 제54조에는 운전자 등은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케 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때에는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고, 경찰공무원 등에게 사고가 일어난 곳과 사상자 수 및 부상의 정도 등을 지체 없이 신고해야 한다. 다만, 운행 중인 차만이 손괴된 것이 분명하고 도로에서의 위험방지와 원활한 소통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한 때에는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사사고가 발생할 경우 구호조치와 소통장해를 제거하는데 필요한 조치를 취했더라도 위에서 보는 것처럼 법적으로는 여전히 신고의무가 있지만 판례는 신고의무를 부정하고 있다. 1991년 대법원은 교통질서 회복을 위하여 경찰공무원의 조직적인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면 신고의무가 없다고 판시하였고, 아직까지 그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2013도15500 판결). 대법원의 이러한 입장 때문에 실제 교통사고 현장에서는 신고의무가 거의 작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단순법규 위반자는 경찰에 적발되기만 하면 범칙금과 벌점이 부과되는 반면, 인사사고 야기 운전자는 신고하지 않으면 보험처리만으로 종결되는 모순도 생기고 있다.

도로교통법에서 ‘구호조치’와 ‘신속한 교통질서 회복’ 불이행시는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로 가중 처벌되는 등 입법취지를 달성하고 있지만 ‘신고의무’는 그렇지 않다. 교통사고 신고의무와 관련하여 1990년 헌법재판소는 교통사고의 객관적인 내용만을 신고하도록 한 것으로 해석되고, 형사책임과 관련되는 사항에는 적용되지 아니한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한정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형사책임과 관련없는 사항만을 신고하게 하면 합헌임에도 법원의 모호한 입장 때문에 신고의무의 적용은 해묵은 논쟁거리로 남아있다.

반면 일본은 꼭 같은 내용의 신고의무를 우리와는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사상자수, 부상정도, 손괴정도 등 형사책임을 추궁당할 우려가 있는 사고원인에 대한 사항은 신고내용에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헌법상 불이익한 진술을 강요하는 취지는 아니라는 점에서 합헌결정을 내렸고, 사고가 났을 때는 조직적인 조치 필요성과 관계없이 신고의무를 강제하고 있다. 프랑스나 미국도 사고 방지 등 교통안전 확보차원에서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사고 당사자 모두 사고경위서를 작성하여 각자의 보험회사에 신고하되, 인사사고인 경우에는 경찰과 보험회사에 동시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영국과 독일은 당사자간 사고관련 정보교환이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에 한해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상대방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경찰의 사고리포트(교통사고사실확인원) 없이 보험금이 지급되는 나라는 거의 없을 정도로 신고의무는 국제적으로 당연시 되고 있다.

우리나라 법원의 교통사고 신고의무에 대한 어정쩡한 입장은 교통안전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신고의무가 훈시적인 규정처럼 방치되면서 교통사고는 보험처리된 교통사고 건수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체 인사사고의 7%만이 경찰청 공식통계에 집계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고, 중대법규 11개 항목 위반사고조차 상당수 보험처리로 종결되는 등 공식통계의 신뢰도를 저해하고 있다. 교통안전법상 보험처리 된 모든 교통사고를 교통안전정보관리체계에서 정제하여 공유하도록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인 통계로 자리 잡지는 못하고 있다. 각종 교통 평가나 교통정책에 활용할 때에는 여전히 경찰청 통계를 선호하고 있어 교통안전 위험도에 기반한 정책은 애초에 개발하기 어렵게 되어있다.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실제 사고현장에서는 당사자간 민사상 해결에 의존함으로써 인명경시 풍조가 만연하고 교통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해이해지면서 그 실효성도 떨어지고 있다.

따라서 교통안전 측면에서 신고의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교통사고 보험처리 시 경찰관서에서 발급한 교통사고 사실확인원을 첨부토록 하거나, 보험사업자에게 보험처리 교통사고사상자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등 관계법령의 개정을 추진했지만 소비자단체 등의 반대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인사사고가 나면 엄연히 법적으로는 신고를 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관계기관의 의지만 있다면 적용기준의 마련은 어렵지 않다고 본다. 당장 보험소비자나 금융당국의 반대로 어렵다면 최소한 중대법규 11개 항목 위반사고에 해당되면 신고를 전제로 보험금이 지급 되도록 보험약관에 명시하게 하는 것은 어떨까? 더 나아가 신고의무에 대한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전원합의체로 변경하여 실제 사고현장에서 명확하게 적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객원논설위원-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연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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