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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I 브리프<5>]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교통안전연구그룹 그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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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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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버스전용차로에 고원식 횡단보도를 설치하자

   
 

서울시에 중앙버스전용차로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제도 시행 초기엔 몇 대 되지 않는 버스를 위해 전용차로를 만들어 차량혼잡만 가중시킨다는 반발도 컸지만 지금은 버스의 속도 향상, 정시성 확보 등 긍정적 효과 때문에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중앙버스전용차로가 늘어나면서 이 제도의 치명적 문제인 보행자 교통사고 위험 또한 전국으로 확산됐다. 중앙에 위치한 버스 정류소를 이용하려면 반드시 넓은 도로를 건너야 하므로 그만큼 사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최근의 서울시 자료에 의하면, 중앙버스전용차로 정류소의 사고건수는 일반 가로변 정류소보다 5.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초기 사람들이 중앙버스전용차로에 익숙해지면 사고가 줄어들 것이라는 정책 당국의 설명과 다른 결과가 나타난 셈이다.

중앙버스전용차로 사고의 대부분은 보행자들의 무단횡단 때문에 발생한다. 정류소에 이미 도착한 버스를 보니 급한 마음에 신호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를 막기 위해 무단횡단 방지를 막는 방호책을 설치하는 등 일부 노력도 하고 있지만 사망이나 중상 사고는 계속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관점을 바꿔 사람의 무단횡단 가능성보다 정류소 주변에서 버스와 일반차량의 속도를 늦추는 것에 관심을 두는 것도 중요하다. 차량의 속도가 높지 않다면 보행자 사고를 막는데 도움이 되며 발생한다 하더라도 심각한 사고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연구에 의하면, 시속 30km 이하의 속도에서는 차량과 보행자가 충돌하더라도 보행자가 생존할 확률이 90%가 넘는다. 차량의 속도를 낮춘다면 그 만큼 안전하다는 의미이다.

중앙버스전용차로 횡단보도에서 차량의 속도를 낮추는 방법으로 고원식 횡단보도를 제안한다. 고원식 횡단보도는 횡단보도의 높이를 보도 높이까지 올려 보행자의 시인성을 높이고, 차량의 속도는 줄이는 횡단보도 양식이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여러 곳에 설치되고 있다. 고원식 횡단보도 설치가 어렵다면 정류장 부근에서 차량 제한속도를 시속 30km로 낮추는 ‘존30 구간’으로 설정하고 단속카메라를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 된다.

다만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설치되는 도로가 간선도로인 만큼 이런 유형의 횡단보도 설치나 ‘존30 구간’ 지정이 교통공학적 관점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수 있다. 간선도로는 차량의 속도가 높은 이동 중심의 도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류장 주변에서 속도를 잠시 낮췄다고 해서 전체 통행시간에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이미 신호등 때문에 정차하는 시간을 고려한다면 잠시 속도를 늦추는 것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일부 도시에서는 이미 넓은 도로에 과속방지턱을 설치한 바 있지만 큰 문제가 보고된 바 없다.

대신 고원식 횡단보도 설치나 ‘존30 구간’ 지정은 정류소에서 정차 중인 버스를 고속으로 추월하는 버스들의 속도를 낮출 수 있어 과속이나 운전자 시야 제한 때문에 발생하는 보행자와 버스의 충돌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

혹자는 보행자가 교통신호를 잘 지키면 문제될 것이 없는데 괜한 호들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혹시 사람이 실수하더라도 안전한 교통체계를 만드는 것이 이젠 중요한 때이다.

이미 선진국들은 사람의 실수를 받아들일 수 있는 교통체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중앙버스전용차로에서 심각한 사고를 줄이기 위해 교통약자인 보행자가 조심하기를 강조하기보다 우선 강자인 차량을 조심시키는 정책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중앙버스전용차로제는 대중교통중심의 도시교통체계를 만드는데 분명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교통사고와 상해라는 부작용을 초래한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사람들의 안전을 침해한다면 이제는 적극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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