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자동차-까다로운 소비자 취향 맞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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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자동차-까다로운 소비자 취향 맞춰라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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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업계, 구매자 중심으로 변한 시장 환경 대응
▲ 지난 7월 기아자동차는 중형세단 K5 신형 모델을 출시하면서 ‘듀얼’ 디자인을 내세웠다. 국산차 최초로 타깃 고객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차체 외관 주요 디자인을 달리한 것. 신형 K5는 ‘모던 익스트림(MX)’과 ‘스포티 익스트림(SX)’ 2가지 모델로 출시됐다.

까다로워지고 다양해진 소비자 기호에 맞춘다

車업계, 구매자 중심으로 변한 시장 환경 대응

차종 다변화에 색상∙사양 등 맞춤 서비스 내놔

서울 용산에서 수입차 딜러로 일하고 있는 장모(34)씨는 최근 매장을 방문한 고객을 응대하면서 진땀을 뺐던 경험이 있다. 고객이 인터넷 등을 통해 미리 차량 정보를 파악한데다, 다른 브랜드 매장을 돌며 경쟁차종 비교견적까지 낸 뒤라 요구조건을 맞추기가 무척 까다로웠다고 한다.

장씨는 “다른 차는 이만한 가격에 기본 옵션으로 주는 사양인데 이 차는 왜 없냐고 꼬치꼬치 따져 물어 응대하기가 난처해질 정도였다”며 “하도 업계 경쟁이 치열해져 이것저것 조건 따져 묻는 고객을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힘들다”고 말했다.

최근 중형 국산차를 구입한 이정옥(41)씨. 처음 차를 고를 때 형편에 맞는 가격대 차량을 구입하려니 그간 눈여겨 봐왔던 이런저런 편의 사양을 포기해야해 고민이 컸다고 한다. 결국 몇 군데 브랜드를 돌고나서야 그나마 바라던 사양에 가장 근접한 차를 발견할 수 있었단다.

이씨는 “사회가 다양화되고 자동차 문화가 점차 성숙해진데다 각종 루트를 통해 정보를 입수한 소비자가 자기 입맛에 맞는 차를 고르고 싶어 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는데, 아직까진 국내 자동차 시장이 이를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존에 ‘판매자’ 중심 시장 구도가 ‘소비자’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이에 맞추기 위한 업체 노력도 더욱 세심해지고 다양해지는 추세다.

지난 7월 기아자동차는 중형세단 K5 신형 모델을 출시하면서 ‘듀얼’ 디자인을 내세웠다. 국산차 최초로 타깃 고객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차체 외관 주요 디자인을 달리한 것. 신형 K5는 ‘모던 익스트림(MX)’과 ‘스포티 익스트림(SX)’ 2가지 모델로 출시됐는데, 모던하고 세련된 스타일을 선호하는 소비자는 ‘MX’ 모델을, 역동적이고 스포티한 이미지를 추구하면 ‘SX’ 모델을 각각 개인 취향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이에 맞춰 기아차는 홈페이지 등에서 소비자가 자신 취향을 점검하고, 이를 통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디자인과 엔진 타입을 갖춘 K5를 고를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모두가 날로 다양해지고 까다로워지는 소비자 기호에 맞추려는 노력 일환이었다.

국산차와 수입차 업체가 소비자 취향에 대응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게 차종 다양화다. 다양한 소비자 개성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차종을 세분화하는 것이 경쟁력 핵심이라는 판단에 따르고 있다.

차종 세분화에 가장 앞서가는 건 수입차다. 이미 오래 전부터 국내 시장에서 온갖 종류 차를 선보여 왔다. 한 차종이지만 가능한 더 다양한 형태 차를 만들어 고객을 끌어오고 있다.

세단∙해치백∙컨버터블∙왜건∙크로스오버∙SUV∙CUV 등 이름 외우는 것만도 버거울 정도로 온갖 종류 차가 다 있다. 여기에 가솔린∙디젤∙하이브리드∙전기 등 엔진이 결합되고, 엔진을 뒷받침 해주는 다채로운 변속기에 전륜∙후륜∙사륜 등 구동방식까지 더해진다.

이 바람에 소비자가 파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한 차종 내에서도 많은 차명이 존재한다.

수입차 인기 모델인 BMW 3시리즈와 5시리즈는 세부 차종만 13종이고,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도 13종으로 세분화돼 있다.

아직 수입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국산차도 최근 들어 이런 ‘차종 쪼개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앞서 K5는 물론 동급 경쟁차종인 쏘나타도 최근 엔진 타입 등에 따라 7종에 이르는 차를 선보였다.

차종 세분화는 수입차의 경우 주로 형태와 엔진타입에 따라 나뉘고, 국산차는 각종 사양 기본 적용 여부에 따라 이뤄지는 게 대세다. 어느 게 더 낫다고는 판단하기 쉽지 않다. 이 역시 소비자 기호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다. 다만 최근 들어 국내 소비자가 다양한 차량 형태에 주목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향후 국산차 변화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

▲ 얼마 전 출시된 기아차 ‘The SUV, 스포티지’는 블랙색상이 메인이다. 이외에도 역동적이면서 강인한 디자인을 더욱 도드라져 보이게 하고, 여기에 다양하고 차별화된 젊은 층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전에 없던 독특한 색상 8가지를 내놨다.

사실 차종을 세분화하는 것은 국산차 업체 입장에서 부담이 된다. 수입차 업체야 외국에서 들여오기만 하면 된다지만, 국산차는 극소수 고객에게 팔릴 차종을 위해 엄청난 비용을 들여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마케팅에 나서야 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산차 업체가 세분화에 나서는 것은 소비자 대중 트렌드를 무시할 수 없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산차 업체가 차종 세분화에 나서는 것은 수입차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 소비자 선호도가 확 바뀌었고, 다양성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며 “미국∙유럽 브랜드처럼 세부 차종이 많지 않아 그때그때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없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차종 못지않게 최근에는 차량 색상도 다채로워졌다. 국산차 수입차 할 것 없이 감각적인 색상으로 승부수를 띄운 것.

일단 올 가을 국산차 트렌드는 전통적 색상 ‘블랙’이다. 물론 기존과는 달리 새롭게 재해석하고 정의내린 색상 선택이다. 한국GM은 쉐보레 아베오∙크루즈∙올란도∙트랙스를 완전하게 검은색으로 뒤덮은 ‘퍼펙트 블랙에디션’을 내놨다. 젊은 고객이 선호하는 차량에 시크한 도시적 감성을 입힌 것.

얼마 전 출시된 기아차 ‘The SUV, 스포티지’도 블랙색상이 메인이다. 이외에도 역동적이면서 강인한 디자인을 더욱 도드라져 보이게 하고, 여기에 다양하고 차별화된 젊은 층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전에 없던 독특한 색상 8가지를 내놨다.

신형 스포티지는 특히 커스터마이징 패키지인 ‘튜온 패키지’를 통해 다른 모델과는 완전하게 차별화된 색상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게 했다. 현대차 올 뉴 투싼도 아라 블루와 세도나 오렌지를 선택할 수 있는 ‘피버 패키지’를 운영해 젊은 고객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르노삼성차는 아트컬렉션으로 감성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QM3는 단일컬러는 물론 투톤컬러까지 합쳐 9개 색상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을 차에 적용할 수 있다. 쌍용차도 티볼리에 7개 단일색상과 5개 투톤색상을 적용해 판매한다.

국산차 업체가 색상 스펙트럼을 확대하고 있는 것 또한 수입차에 맞서기 위해서다. 그간 수입차에 비해 가장 뒤쳐진 것으로 평가받았던 ‘색상’에서도 경쟁력을 갖춤으로써 시장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 현대차 올 뉴 투싼은 아라 블루와 세도나 오렌지를 선택할 수 있는 ‘피버 패키지’를 운영해 젊은 고객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국산차 업체 관계자는 “최근 들어 개별 국산차 업체가 차량 성능에 더해 색상과 재질 등 감성적인 측면에서 소비자에게 어필하려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며 “세심한 노력이 어느 정도 시장에서 소비자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업계 내부에서 고무적으로 받아들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옵션 기본 적용 여부도 소비자가 차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척도가 되고 있다. 이에 맞춰 업체별로 기본 적용 편의∙안전사양을 늘리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사양을 기본 적용하면 차량 가격 상승 부담이 생기는데, 이마저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양은 높이고 가격은 그대로 또는 낮추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유행 따라 이것저것 따져서 차를 골랐지만, 막상 구입하고는 잘 안 쓰게 되는 사양이 생기거나 색상에 대한 불만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소비자 변심은 향후 실적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업체가 외면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업체마다 기존 고객이나 잠재 고객을 끌어들여 시승회 등 각종 이벤트를 열고, 이들에게서 의견을 들어 신차 개발에 반영하려는 노력도 강화되고 있다. 아울러 자동차 회사들이 잘 쓰지 않는 사양을 끼워 넣고 차량 가격을 올려 받는 편법을 가려내려는 소비자 움직임도 거세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2000만대 시대를 맞이해 자동차 성능과 외관 등을 취향에 따라 고르고 싶어 하는 소비자 욕구가 거세지면서 자동차 제조사가 그 어느 때보다 차를 파는데 고심하게 되고 힘들어하고 있다”며 “타는 자동차에서 즐기는 자동차로 문화가 바뀌어 가고 있는 추세 속에서 업체별로 이들 소비자 관점에서 바라보는 신차 출시와 마케팅 전략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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