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동행교통인 <개인택시봉사단 '사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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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동행교통인 <개인택시봉사단 '사랑회'>
  • 곽재옥 기자 jokwak@gyotongn.com
  • 승인 201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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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고 생각하면 힘들지 않아요”

팍팍한 살림살이에 척박하고 거친 손이지만 누군가에게 힘이 되주는 손이 있다. 혼자 있을 땐 힘들지만 서로 도우면 소록소록 희망이 솟는다. 교통업계에도 이를 실천하는 이가 적지 않다. ‘나눔’은 서로의 일상이 되고 새로운 꿈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랑의 나눔 활동으로 ‘행복한 동행’을 걷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담아봤다.

 

지난 8월 어느 날, 대모산입구역 영동대로 왕복 9차로 갓길에 개인택시 7대가 일렬로 늘어섰다. 그 뒤로 차량의 주인인 택시기사들이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을 한 명씩 휠체어에서 내려 차에 앉힌 뒤 대부도로 향했다. 오랜만에 집을 나선 이 나들이객들의 기분을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들 개인택시기사들은 서울 강남구 일원동 일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랑회’ 회원들이다. 1992년 10명의 인원으로 시작된 작은 모임은 어느새 28명 정회원을 비롯해 수시로 도움의 손길을 나누는 비회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모임으로 자리 잡았다.

“힘들지 않느냐고요? 이 정도는 안 힘들어요. 옛날에는 장애인 이웃들하고 춘천까지 가서 폭포 구경까지 하고 돌아다녔는데. 요즘에는 거의 수도권 일대로 나들이를 다니니까 아직 체력의 한계를 느껴본 적은 없어요.”

맏형벌인 김영찬 회장(63)은 사랑회 초창기 멤버이자 설립자이기도 하다. 젊어서 서울에 올라와 버스 9년, 공항버스 1년으로 10년 운전경력을 쌓은 그는 개인택시면허가 나오자마자 사업을 시작했고, 무사고 운전자에게 부여된 주택청약 가산점의 기회를 잡아 기쁜 마음으로 이곳에 이사 왔다.

그리고 그는 자신과 같은 이유로 이웃까지 된 동료들과 의기투합해 ‘사랑회’를 결성하고 전원이 ‘부제’까지 통일시켰다. 이유는 너무도 간단하게 ‘받은 만큼 돌려주기 위해서’였다고. 회원들은 24년을 한결같이 매달 1만원 회비를 걷어 해마다 5월 어버이날 즈음 동네 영구임대아파트 저소득 어르신들을 모시고 나들이에 나섰다.

대상자 선정은 줄곧 이 지역 강남종합사회복지관이 맡아 협업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증장애인까지 범위를 확대하고, 저소득가정 정기 결연후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눔활동을 확장하고 있는 추세다. 대상자 숫자가 조금씩 늘다 보니 이따금 차량 60대가 한꺼번에 이동해야 할 정도로 규모가 커지기도 하는데, 이럴 땐 가까운 서울개인택시조합 강남지부에 도움을 요청하면 흔쾌히 조합원들의 차량행렬이 이어진다.

“나들이를 가기 위해서는 사실 철저한 사전답사가 필수입니다. 특히 인원이 많을 때는 식당, 반찬, 공연장 티켓 예약, 주차문제, 입장료 등 하나라도 동선이 엉키거나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난감하게 되거든요. 그런 준비작업이 간단한 건 아니지만 어르신·장애인 분들을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하나도 힘들지 않습니다.”

그동안 사랑회가 이어온 나눔행사는 이제 이곳 지역사회의 연례행사로 인식될 정도도 유명세를 타게 됐다. 그래서 이 동네 상가주민들 중에는 김 회장과의 친분으로, 또 나눔에 대한 자발적 참여로 행사철이 돌아오면 작지만 정성어린 후원금을 건네주기도 한다고. 하지만 김 회장이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함께 간 그들에게서 “잘 왔다”는 말을 들을 때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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