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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제네시스여야 하는가?
이승한 기자  |  nyus449@gyoton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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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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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완성차 업계는 일본 업계와 미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회사 조직과 경영 문화는 말할 것 없이 마케팅과 제품 출시 전략이 어딘지 엇비슷한 분위기를 띄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는 대개 한국이 일본을 벤치마킹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한국 업체 태동기에 일본 영향을 많이 받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현대자동차가 최근 브랜드 고급화 전략 일환으로 ‘제네시스’를 독자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의욕적으로 내세운 브랜드 고급화 전략인데, 이 또한 일본 업체가 걸어온 과정과 유사하다.

지난 1980년대 미국에서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 불매운동이 거세게 일었다. 1970년대 이후 극심한 경기 침체에 시달린 미국 내 사회가 국수주의로 치달았다. 당시 레이건 정부는 이를 빌미로 무역 불균형 등을 해소하겠다며 해외를 향해 거센 압박을 가했다.

그때 타깃이 일본이었다. 특히 보급차 부문에서 미국 시장을 평정해 가고 있던 일본 완성차 업체는 미국 정부는 물론 동종 업계에겐 골칫거리였다. 곧장 애국적인 불매운동이 이어졌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리 아이아코카’라는 걸출한 인물이 자동차 업계에서 탄생했다.

미국 시장에서 위기에 처한 일본이 선택한 게 브랜드 고급화다. 더 이상 보급차 위주 전략으로 변화무쌍한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 반영됐다.

1980년대 말부터 렉서스(토요타)∙인피니티(닛산)∙어큐라(혼다)와 같은 고급차 브랜드가 미국 등지에서 등장했다. 이들 브랜드는 기존 브랜드와 차별화된 상품∙마케팅 전략을 취했다. 모기업은 언뜻 봐서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감춰졌다. 인피니티는 아예 본사를 홍콩에 뒀다. 일본산 이미지를 지우고 값싼 차 인식에서 벗어나는데 획기적인 방안이었다.

제네시스 행보도 일본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다만 다른 게 있다면 주변 여건과 접근 방식이다.

1980년대와 2010년대 환경은 모든 게 다르다. 어찌 보면 지금이 더 어려운 상황일지 모르겠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업체가 경쟁하고 있고,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매서운 눈으로 바라보는 소비자가 있어서다. 더군다나 이미 현대차에 대한 이미지는 전 세계에 널리 각인돼 있다. 온갖 비판과 칭찬이 난무하지만, 적어도 값싼 차만 판다는 이미지에선 최근 10년 새 많이 벗어났다.

현대차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아예 브랜드 ‘윈-윈 전략’을 앞세워 브랜드 연계성을 강조한다.

후발 주자의 어려움은 크다. 미개척지를 발굴하는 게 아니라 이미 형성된 시장에서 밥그릇 다툼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다. 적어도 이점에선 과거 일본 업체와는 다른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단순히 ‘브랜드와 차종 하나 더 만들기’ 전략이어선 곤란하다.

현대차 스스로 고심이 컸겠지만,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이 어려운 시장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라면 더 각별히 준비해야 한다. 시장 간섭이 없도록 브랜드 내 모든 차종에 대한 새로운 포지셔닝부터 고려돼야 하겠다. 큰 틀에서 오랜 기간 브랜드 출범을 준비해온 것 치곤, 마케팅 전략이나 네트워크 확충 계획이 조금 부족해 보인다.

무엇보다 일본 업체가 1980년대 “이럴 수밖에 없었다”는 절박감에서 고급차 브랜드를 탄생시킨 것처럼, “왜 제네시스여야 하는가?”에 대한 분명한 브랜드 방향성과 정체성을 다지는 과정에도 더욱 관심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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