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빠진 현대차 향후 고급차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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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빠진 현대차 향후 고급차 전략은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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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이원화로 플래그십 모델 재편 필요 제기
▲ 제네시스가 독립 브랜드화 되면서 단종되는 현대차 에쿠스. 에쿠스는 제네시스 라인업에서 최고급 플래그십 모델인 EQ900(해외명 G90)으로 대를 잇게된다.

브랜드 이원화로 플래그십 모델 재편 필요 제기

하위 차종 상향 육성 또는 신차 개발 등 가능해

‘제네시스’가 독자 브랜드로 독립되면서 향후 현대자동차 고급차 전략에 자동차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는 그간 고급차 부문에서 ‘에쿠스’와 ‘베라크루즈’를 각각 세단과 레저차량(RV) 플래그십 모델로 내세웠다. 그보다 한 단계 낮은 모델로 세단은 ‘제네시스’와 ‘아슬란’이, RV는 ‘맥스크루즈’가 꼽혔다. 제네시스가 분리되자 이런 현대차 고급차 부문을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 일각에서 나왔다.

현대차는 2020년까지 제네시스 브랜드에 세단부터 스포츠다목적차량(SUV)과 스포츠쿠페까지 6개 차종을 둔다는 계획이다. 이들 차종 모두 고급차다. 당장 다음 달 최고급 플래그십 세단 ‘EQ900(해외명 G90)’이 출시된다.

EQ900이 출시되면 그간 플래그십 모델이었던 에쿠스는 단종된다. 현대차는 에쿠스가 갖는 상징성과 연속성을 고려해 ‘EQ’ 타이틀을 달았다고 밝혔지만, 어디까지나 제네시스 브랜드에 포함돼 사실상 현대차 브랜드에선 플래그십 세단이 사라지게 된다.

RV 부문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미 지난 7월을 기점으로 베라크루즈 생산은 중단됐다. 당초 현대차는 오는 2019년경까지는 신차 출시 없이 시장에 판매된 베라크루즈에 대한 AS를 강화∙유지하고, 이후 3000cc급 이상 대형 플래그십 모델을 새로 내놓겠다는 방침을 세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제네시스 브랜드를 육성하고 시장 간섭을 줄인다는 차원에서 생각할 때 현대차 보다는 제네시스 쪽에 베라크루즈를 대체할 플래그십 SUV를 포지셔닝 시킬 수 있다. 에쿠스 사례로 봤을 때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럴 경우 현대차 브랜드 고급차 전략은 새판을 짜야한다. 관련해 현 상황을 근거로 몇 가지 가설이 제기될 수 있다.

첫째로 플래그십 모델이 빠지면서 사실상 현대차 브랜드 최상위 모델이 된 ‘아슬란’과 ‘맥스크루즈’를 육성하는 방안이 있다. 두 차종 모두 상위 제네시스∙베라크루즈에 상응하는 첨단 편의 사양이 탑재돼 고급차로서 상품성이 충분하다.

▲ 지난 7월 이후 생산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진 베라크루즈.

문제는 소위 ‘틈새 차종’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는 점. 뚜렷한 정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으며 시장에서 큰 판매 실적을 거두지는 못하는 건 최대 약점이다. 아슬란은 지난 10월까지 7463대가 판매돼 제네시스(3만294대)에 크게 못 미쳤다. 맥스크루즈는 7571대가 팔려 그나마 나은 실적을 거뒀지만, “차급을 리드하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부족해 보인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는 게 ‘그랜저’와 ‘싼타페’ 차종 육성. 두 차종 모두 각각 10월까지 6만7802대와 7만1860대가 판매된 현대차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각각 30년과 16년 동안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검증을 받은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최근 지속적으로 상품성이 향상돼 브랜드 선도 차종으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도 많이 받는다.

관건은 그간 쌓여 있던 보급차 이미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는 가다. 물론 “꾸준히 차량 성능을 향상시키고, 고급차 못지않은 각종 사양을 적용하면 이미지 변신이 가능할 것”이라 보는 시각이 제법 많을 정도로, 현재로썬 현실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이밖에 현대차 브랜드를 위한 새로운 플래그십 모델 개발도 예상 가능하다. 현대차와 제네시스 브랜드 각각의 정체성은 물론 네트워크가 확실하게 구축돼 시장 간섭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지면 아예 신차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설 수도 있다.

다만 ‘틈새 차종’이나 ‘중산층 보급차’ 이미지에서 확실하게 벗어날 수는 있지만, 여러모로 현대차 입장에서는 신차 개발에 따른 부담을 안을 수 있다.

현대차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고급차 재편이 가닥 잡혔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큰 방향이 설정됐지만, 아직 각론에선 고려할 게 많아 보인다.

현대차 한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이 검토될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 어떤 식으로 운영될 것인지에 대해 확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보급차와 고급차로 이원화된 브랜드 운영이라는 기조가 잡힌 만큼, 양 브랜드가 뚜렷한 정체성을 확보하고 서로 윈-윈 할 수 있기 위해선 앞으로 차종 재편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현대차가 세계 5위권 메이커로 발돋움했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 아닌 대중차 이미지에 머물고 있어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이 진행될 시점”이라며 “기존 차종보다 부가가치와 프리미엄 이미지를 높여 전체적인 가치 상승을 이끌기 위해선 차종간 세부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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