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세계도로대회 그리고 도로의 갈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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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세계도로대회 그리고 도로의 갈 길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5.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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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주 교수의 교통 View

지난 11월 2일부터 6일까지 5일간 PIARC(Permanent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Road Congresses, 또는 WRA-World Road Association이라고 불리기도 함)가 주최하여 4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제25회 세계도로대회’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도로교통 新 가치 창출’이라는 주제로 세계 40개국 48명의 장·차관은 물론이고, 공무원, 기업인, 학계의 교수 및 대학생을 중심으로 참가연인원이 4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4년전의 멕시코대회를 뛰어넘는 수치이다. 코엑스의 광활함에 그리고 잘 대회수준에 많은 참여자들이 놀랐다. 전시회도 다양한 최신 도로교통 기술이 소개되었고 국내의 대학생들도 참관이 허락되는 등 매우 성공적이었다.

‘한국의 길 공동세미나’에서의 도로교통연구기관들의 활약은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개발도상국의 참가자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학술회의에서는 TC(Technical Committee, 기술위원회)를 중심으로 도로교통 전 분야에 걸친 지난 4년간의 연구성과 및 다양한 현장경험 등이 발표 및 논의되었고 370여편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이외에도 세계도로대회 사상 최초로 선포된 ‘서울 장관선언문’이 채택되고 모두를 흥겹게 한 갈라디너프로그램등 그야말로 지난 4년간 우리가 준비한 모든 것을 보여주며 노력의 결실을 거두었다. 이제 2019년 차기 세계도로대회를 아부다비에서 개최할 아랍에미리트가 걱정을 떠안게 된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도로인들의 참여가 다른 한편에서 보면 미흡하였음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건설사와 엔지니어링 업계에서의 다소 적극적이지 못한 참여는 현재의 우리의 SOC사업에 대한 전체적인 주춤함을 반영해 보이는 듯했다.

실제 이들이 중심이 되는 논문의 발표나 세션의 진행 등도 적었거니와 전시회장에서의 우리 도로기술을 소개하고 영업하여 수주하는 과정으로 승화시키는 큰 틀에서의 핵심적인 고리전체가 안 보인다는 지적을 외국인들이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번의 세계도로대회는 성공을 거두었다고 본다. 개발도상국에서의 한국의 도로기술과 현황에 대한 흠모, 기술요청 등이 이뤄졌고, 우리의 현실을 선진국조차도 매우 칭찬하는등 한번 눈으로 확인하는 계기가 됐고 이것이 아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우리의 도로기술이 뻗어나가는데 있어서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제 성공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향후 펼쳐질 미래를 위해서 우리 도로분야가 준비해야 할 시점이고 이에 몇 가지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째, 다양한 도로기술을 개발해야할 시점이다.

바야흐로 융합의 시대이다. 도로역시 첨단 ICT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장으로의 변신을 요구받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자동차 분야이다. 자동차의 변신이 도로의 변신을 요구하는 시점이다. 즉, 정보통신과 자동차기술을 융합하고 우리의 고유한 도로교통의 특성과 결합시켜, 우리가 ICT기술에서 그러하였듯이, 우리자신의 고유한 도로상품을 창조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하이웨이에서 선보인 다양한 안전기술, 요금징수체계기술, 시인성 확보기술 등은 물론이고 향후 노정되어질 무인주행시대에 걸맞는 도로체계의 전체적 그림은 물론이고 부분적인 상세기술에 있어서도 많은 투자와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 새로운 설계 및 운영기술의 보완이다.

자동차기술의 발전은 이제 130km/h나 140km/h 정도의 속도를 내지 못하는 도로를 자신들의 수준에 맞게 진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양한 사용자의 요구에 맞추어 자동차와 함께 도로역시 그러한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지난주 정부는 서울-세종간 129km 6차로의 고속도로를 민간자본으로 추진, 건설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가뭄에 해갈이라도 하듯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이것을 구태의연하게 설계하고 운영하도록 방치하면 안된다. 비용을 절감하면서 교통시스템전체의 효율을 제고할 만한 방식으로의 생각도 필요하다.

프랑스 파리인근의 A86고속도로와 같이 하나의 터널을 뚫어 복층으로 구성하여 양방향을 상하로 배치하면 터널 갯수를 줄여 공사비를 줄이고 정면충돌방지 등의 안전성을 제고한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 다른 관점에서 승용차만 서울-세종으로 통행가능하게 하는 운영방안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동질적 차량을 한 곳으로 통행케 하면 설계 시와 운영 시에 포장비용 및 안전등의 시너지 효과가 있다. 바야흐로 서울-세종 고속도로의 경우 최첨단의 설계기술을 총망라하면서 합리적인 도로운영방안을 같이 강구하면서 준비해야 할 것이다.

셋째, 도로파이낸싱 및 도로공간의 가치창출이다.

그간의 민자도로는 여러 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SOC의 적시적 제공으로 인한 국민경제의 첨병이 된 것도 사실이다. SOC투자는 적기의 투자가 매우 중요하다. 사실 타당성이 확보됐으나 진행되지 못했던 점을 고려하면 시간을 끄는 만큼의 계속되는 혼잡비용 등의 외부불경제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는 꼴이 되고 그런 점에서 민간투자의 적시성은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그간의 문제된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총제적으로 검토하여 정부가 지난 4월 발표한 민간투자사업 활성화방안에 근거하여 기존의 BTO와 BTL에서 벗어나 위험분담 및 손익공유를 같이 고려하는 변형된 민자사업으로서 정부와 민간이 윈윈할 수 있는 방식으로의 사업추진 및 성공의 담보환경이 필요하다.

그리고 도로가 단순한 이동공간이 아니고 여가를 누리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공간이 될 수도 있는 다양한 생각을 개발하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세계도로대회를 성공리에 마치고, 서울-세종 고속도로의 건설이 발표된 이 시점에서 경부고속도로가 1960년대 이후 추진되어진 경제개발 5개년계획들을 이끄는 견인차역할을 해 현재의 대한민국의 경제발전 초석이 됐던 바와 같이, 새로 건설될 서울-세종고속도로는 다소 침체된 작금의 우리의 경제를 재견인 해주면서 세계도로대회에 보여준 우리의 도로기술의 포텐셜을 다시 한번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로 우리가 삼아야 할 것이다.

<객원논설위원․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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