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용으로 둔갑한 고가 수입차 제재 ‘솜방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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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용으로 둔갑한 고가 수입차 제재 ‘솜방망이’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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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국회의원, 경비처리 한도 연간 800만원 합의

여야 국회의원, 경비처리 한도 연간 800만원 합의

‘가격 한도 설정’ 및 ‘업무용 사용 입증’ 돼야 비판

정치권이 업무용으로 구입한 고가 수입차에 대한 경비처리 인정 범위를 연간 800만원 한도 내로 가닥 잡은 가운데, 시민사회계를 중심으로 “사실상 탈세 방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산하 조세소위원회가 지난달 29일 업무용 차량 구입비를 연간 800만원씩 경비로 처리해주도록 개정하는 데 잠정 합의했다. 이는 앞서 기획재정부의 법인세법 (수정)개정안을 다시 고친 것으로, 정부는 경비처리 인정 한도를 연간 1000만원으로 설정했었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임직원 책임보험에 가입한 업무용 차량 구입·유지비의 경우 50%까지 업무상 경비 처리할 수 있게 해주고, 나머지 50%는 실제 업무 사용 비율을 따져 추가 경비로 인정해 주려 했다. 그러나 조세소위원회 여야 의원들은 “고가 수입차에 지나친 혜택을 준다”며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여야 합의에 따라 업무용 차량은 잔존가치가 0원이 될 때까지 연간 800만원씩 구입비용을 경비로 처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아무리 고가라도 몇 년에 걸쳐 전액 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이 앞으로는 연간 최대 800만원까지만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중고차로 팔 경우에도 잔존가치와 판매가액 차액을 경비로 처리한다.

아울러 매년 감가 상각되는 연간 경비 처리비와 유류비∙보험료와 같은 운영유지비를 합해 최대 1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증빙 자료 없이 업무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기존에는 업무용 차량 구입∙리스 비용에 더해 운영유지비 전액을 업무 비용으로 인정받았다.

이런 현행법을 악용해 일부 기업인이 고가 차량을 회사 명의로 구입한 후 개인 용도로 쓰는 ‘탈세’ 사례가 잦아지자 정부와 정치권이 지난 9월부터 법 개정을 추진하고 나섰다.

정부는 사실상 고가 수입차가 타깃이 되고 있는 만큼 통상 마찰을 의식해 1000만원 한도를 설정했고, 정치권은 이보다 더욱 강력한 조치에 나서려 했지만 이번에 800만원 한도를 설정하면서 어느 정도 정부 입장을 고려하는 합의를 보게 됐다.

정치권 합의 소식에 수입차 업계 일각에서는 “우려했던 수준으로 제한이 설정되지는 않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수입차 가격을 고려했을 때 800만원 선이면 제한 범위가 높지 않다는 게 이들 생각이다.

일부 국산차 업계 관계자와 자동차 전문가들은 “법인 수요 수입차 가격이 워낙 높게 형성돼 있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법 개정으로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수입차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봤다.

반면 시민사회계는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해 법 개정은 원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우선 경비처리를 다음해로 이월시키면 차량 구입비 전액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럴 경우 탈세나 절세를 막는 효과가 없어진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연간 경비처리 비용 1000만원 이하면 입증 자료 없이 경비처리를 인정해 주는 방안에 대해서도 “운영유지비를 기준 금액 이하로만 맞추면 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해도 문제 삼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업무용 차량 리스 등에 대한 언급이 빠진 점도 문제로 거론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경우 업무용 차량 경비처리는 예외 없이 업무용 사용 입증을 했을 때만 허용해야 하고, 무분별한 차량 구매와 리스를 제한하기 위해 각각 3000만원과 600만원씩 총액 한도를 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관련해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측은 “업무용 차량 문제를 앞장서 해결하겠다는 국회가 결국 사업자 특혜와 편의만 중시하는 모순적인 행태를 보인 점을 강력히 비판 한다”며 “업무용 차량은 당초 그 목적이 업무용으로 정해져 있지만, ‘차량 가격 한도 설정’과 ‘업무용 사용 입증’이 배제되면 그 목적을 잃고 악용될 것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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