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 업체, 변해야 산다①-르노삼성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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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차 업체, 변해야 산다①-르노삼성자동차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5.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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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종 다변화 … 해외 시장 개척 필요”
 

“차종 다변화 … 해외 시장 개척 필요”

외산차 앞세워 실적 늘었지만 ‘한계’ 지적

“중형급 이상 차종 국내 생산 확대 돼야”

[편집자주]

국산차 업계가 변화의 기로에 섰다. 국내 5개 국산차 업체 모두 내수 시장에서는 거센 수입차 공세에 시달리고 있고, 해외에서도 시장 환경 변화와 치열해진 업체 경쟁에 쫓기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대로는 선진 업체는 물론 후발업체 틈바구니에 끼어 고사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업계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업계 나름 체질 개선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지만, 해법을 찾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글로벌 5대 자동차 생산국가 한국을 견인하고 있는 이들 업체가 보이고 있는 변화 모습을 확인하고, 문제점은 없는지를 앞으로 5회에 걸쳐 살펴본다. 그 첫 번째는 업계 최하위로 내려앉았다가 재기 발판을 딛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다.

 

근 외산차 국내 판매와 수출 물량 확대로 실적 상승을 이끌어 낸 르노삼성자동차가 미래에도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르노삼성차는 올해 들어 지난 11월까지 내수(6만9782대)와 수출(13만3746대)을 합해 20만3528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14만6209대) 대비 39.2% 증가한 실적이다. 전년 동기 대비 내수는 0.2%, 수출은 74.7% 각각 늘었다. 추세대로라면 연말까지 국내외에서 22만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상승세는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소형 스포츠다목적차량(SUV) ‘QM3’이 국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닛산 ‘로그’가 국내 생산돼 북미 지역으로 수출된 게 가장 큰 이유다.

실제 지난해 QM3(1만8191대)과 로그(2만6467대)를 포함해 16만9854대가 판매되면서 전년도인 2013년(13만1010대)과 비교해 29.6% 실적이 증가했다. 내수(8만3대)가 33.3%, 수출(8만9851대)은 26.6% 각각 상승했다.

▲ 지난 2년간 르노삼성차 실적 견인을 주도하고 있는 QM3

올해 역시 QM3과 로그는 11월까지 각각 2만1542대와 10만3531대가 팔리며 실적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모처럼 장기 부진에서 벗어나는 모습이지만, 몇 가지 측면에서 “현재 실적을 장밋빛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선 꼽히는 문제는 일부 차종이 실적을 이끌고 있다는 점. 지난해 QM3과 로그가 전체 판매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3%에 이르렀다. 이들 두 차종을 뺐을 때 내수는 6만1812대로 전년(5만8877대) 대비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친다. 수출도 6만3384대로 전년(7만983대) 보다 실적이 줄었다.

올해는 두 차종에 대한 의존이 심해졌다. 11월까지 실적에서 두 차종 실적을 빼면 내수는 6536대, 수출은 2만9571대 각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QM3이 르노그룹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수입되고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일단 외산차라 국내 생산에 따른 유발 효과가 없다. 르노삼성차가 부품을 국내산으로 조달한다 해도, 외산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실익이 크지 못하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제법 나오고 있다.

국내 생산 차종이 주도하지 못하는 가운데 소형 외산차가 실적을 견인하면서 수익 창출에 큰 효과가 없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 르노삼성차가 새롭게 개편한 판매 AS 네트워크 전경

지난해 르노삼성차 매출액은 3조9744억원. 이중 완성차 판매 매출은 3조879억원으로, 이를 단순히 판매 차량 대수로 나누면 1대당 단가가 1818만원이 나온다. 반면 QM3과 로그 판매 영향이 없었던 2013년에는 매출 3조3336억원 가운데 완성차 판매 매출이 2조4300억원이었고, 1대당 단가가 1855만원을 기록했다. 2012년(1878만원) 이래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영업이익의 경우 2013년 446억원 적자였던 것이 지난해 1475억원 흑자로 전환됐지만,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중형차 이상이 아닌 소형차급이 실적을 계속 주도할 경우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업계는 르노삼성차가 판매 차종을 다양하게 갖추지 못한 것이 성장을 가로막을 한계라고 꼽았다. 외산차에 의존하는 현재 구조로는 꾸준한 판매 실적 상승은 물론 수익 창출을 이끌어 내는 게 힘들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르노그룹이 갈수록 한국을 판매 시장으로만 여기는 것 같다”는 주장이 이런 이유로 업계 안팎에서 나왔다. 여기에 최근 판매∙AS 네트워크를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삼성 브랜드를 버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더해지면서 회사 미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커지기까지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르노삼성차가 현재 호황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려면 중형차급 이상에서 차종을 다양화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단 기존 라인업은 너무 낡은 모델이다. 따라서 이를 대체해 소비자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차종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내년 3월 출시되는 탈리스만

관련해 르노삼성차는 내년 3월 준대형급 세단 ‘탈리스만’을 내놓고, 이후 중형 SUV ‘QM5’ 후속 모델 등 모두 3~4종을 시장에 출시한다. 특히 고급차 탈리스만은 한국에서 다른 이름으로 불리게 되며,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가닥 잡혔다. 여기에 더해 국내 판매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 르노 소형차 ‘클리오’가 국내 인증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져 기대감을 더욱 커지게 만들고 있다.

박동훈 세일즈&마케팅 본부장(부사장)은 “대른 업체와 달리 최근 신차가 없어 시장에서 어려움이 컸는데, 내년에는 몇 가지 신차가 나와 숨통을 틀 수 있게 됐다”며 “탈리스만 출시는 르노삼성차 입장에서 10년에 한 번 얻을 기회인만큼 성공적인 출시를 위해 전력을 다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르노삼성차가 협소한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생산 탈리스만을 내수용으로 국한하지 않고, 아시아 생산 거점으로 삼아 수출용으로도 확대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르노삼성차가 르노그룹 준중형 또는 중형급 승용차 개발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하는 만큼, 차량 개발과 생산∙판매를 좀 더 글로벌화하면 더 큰 발전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며 “부산공장 생산 능력이 30만대 수준이라 여력은 충분한데, 다만 부산공장 생산성을 전 세계 생산시설 가운데 중간 수준으로 여기고 있는 르노그룹 자체 판단을 상쇄시키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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