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 업체, 변해야 산다②-쌍용자동차
상태바
국산차 업체, 변해야 산다②-쌍용자동차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5.12.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티볼리 시너지 효과 아직은 충분치 않아”
▲ 평택공장 조립1라인 코란도 C 제작현장

“티볼리 시너지 효과 아직은 충분치 않아”

올해 신차로 내수에서 큰 성장 이끌어

수출 하락세와 영업 손실 개선은 멀어

지난 1월 열린 쌍용자동차 ‘티볼리’ 출시 기자간담회 현장. 당시 이유일 쌍용차 대표이사는 “티볼리가 혁신적 스타일과 압도적 상품성으로 소형 스포츠다목적차량(SUV) 시장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자신했다. 평택공장 파업 사태에 이어 몇 년째 계속된 경영 악화로 곤란한 처지에 놓였던 회사 수장이 꺼내든 비장한 다짐이었다.

쌍용차에게 올해는 “티볼리에 의한 티볼리를 위한 한 해”였다. 쌍용차 내부적으로 어느 누구도 이 정도 인기를 장담하지는 못했다. 티볼리는 내수와 수출 시장에서 거듭된 악재로 히사에 우호적이지 않던 상황을 급반전시켰다.

쌍용차가 지난 11월까지 국내외에서 판매한 차량 대수는 내수(8만8313대)와 수출(4만1335대)을 합해 12만9425대다. 이는 전년 동기(12만7119대) 대비 1.8% 증가한 수치다.

내수가 전년 동기(6만775대) 보다 45.3% 증가한 반면, 수출은 전년 동기(6만7292대) 대비 38.6% 감소했다. 반조립부품수출(CKD) 방식으로는 223대가 팔려 전년 동기(948대) 대비 76.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 증가분은 대부분 티볼리가 채웠다. 11월까지 내수 실적으로만 3만9809대를 기록했다. 수출(1만7004대)을 합하면 5만7000대에 육박한다. 12월 상황에 따라 6만5000대 판매 기록도 기대해 볼만하다.

연초 쌍용차는 올해 티볼리 판매량을 3만8500대로 잡았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국내(4만대)와 해외(6만대)를 합해 10만대를 팔 것이라 목표 잡았는데, 추세대로라면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티볼리 특수를 누리고 있는 쌍용차 미래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존재는 아이러니하게 ‘티볼리’ 자신이다.

우선 티볼리가 회사 내 다른 차종 수요를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 문제다. 올해 쌍용차 전체 SUV 판매 실적은 11월까지 8만8313대인데, 이중 티볼리를 뺀 나머지 ‘뉴 코란도 C’ ‘렉스턴 W’ ‘코란도 스포츠’ 3총사 실적은 4만2462대다.

이들 3개 차종의 전년 동기 실적은 5만388대로 올해 들어 15.7% 줄었다. 특히 티볼리 이전에 사실상 쌍용차 소형 SUV 수요를 이끌었던 뉴 코란도 C는 올해 실적이 1만3963대로 전년 동기(1만8291대) 대비 23.7% 줄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동급 차종을 놓고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있지만, 사실 쌍용차는 누구나 손쉽게 선택하는 차가 아니라 소위 마니아나 목적성이 뚜렷한 수요가 많아 같은 회사 내 다른 차종 수요가 이동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르노삼성차와 마찬가지로 규모가 작은 회사라 시장 성장에 한계가 있는 국내 위주 판매 전략으로는 수익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없다. 쌍용차는 올 3분기까지 매출(2조4153억원)은 전년 대비 3.2% 줄고, 영업이익은 577억원 손실을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창사 이래 이런 호황이 없다”는 상황을 생각하면 이해가지 않는 대목이다.

수출에 적극적이어야 하는데 해외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쉽지는 않다. 연초부터 계속되고 있는 중동과 러시아지역 정세 불안에 환율 영향까지 더해져 이 지역 수출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쌍용차는 2014년 전반기에 1달러 당 환율이 1000원대까지 내려가면서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러시아의 경우 전년도인 2013년에 3만2000대를 팔았는데 2014년 2만대로 급감했다. 이를 극복하려고 티볼리를 앞세워 서유럽 진출을 모색했지만, 아직 진입 초기 단계라 성공여부를 확신할 수는 없다.

쌍용차 관계자는 “현지 판매 가격이 환율 여파로 높아져 사업 경쟁하기가 힘든 상황인데, 판매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거시적 요인을 쌍용차 스스로 변화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물량을 줄이고 상황이 좋아지고 있는 서유럽 시장을 개척해 나가면 수출량은 2013년 수준을 회복하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말했다.

SUV 전문기업이지만, 차종이 한정돼 다양한 수요를 이끌기 힘든 점도 아킬레스건이다. 유일한 세단 ‘체어맨’은 출시된 지 7년된 구형 모델이다. 그래서 시장 판매가 시원치 않다. 쌍용차는 신차 개발에 따른 부담으로 선뜻 나서지는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관련해 최종식 쌍용차 대표이사는 “체어맨이 속한 대형 세그먼트는 최근 몇 년간 수요가 많이 줄었는데, 개발비용 등에 대해 시간을 갖고 다양한 방면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다른 경쟁업체에 비해 차량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법 나온다. 시장에서 사륜구동이나 엔진에 대한 평가는 좋은 반면, 실내 인테리어나 편의사양 등에 있어서는 소비자 기호와 요구를 제대 반영하지는 못해 “구닥다리”라는 지적을 심심치 않게 받는다.

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관건. 그런데 쌍용차 스스로 대규모 투자에 나설 만큼 여력이 충분하지는 못하다. 쌍용차는 향후 3년 동안 매년 신차 한 종씩을 내놓을 계획인데, 여기에 들어가는 돈만 1조원에 이른다.

우선은 쌍용차 스스로 충당하지만, 어려울 경우 어떤 형태든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의지해야 한다. 마힌드라의 전략적 가치 판단에 따라 쌍용차 성장 여부가 가려질 수 있다.

“마힌드라와 쌍용차 파트너십 강화에 있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줄 혁신적인 제품으로, 향후 쌍용차 성장을 견인해 나갈 모델이 될 것”이라는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그룹 회장 말처럼, 일단 티볼리에 대해 마힌드라도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서 검증된 티볼리로 쌍용차가 보다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회사 차원에서 서유럽에 이어 중국과 미국 진출에 대한 고려가 진지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이를 좀 더 구체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평택공장 생산량은 연간 16만대 수준으로, 공장 가동률이 60%대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쌍용차는 티볼리를 글로벌 전략차종으로 육성해 생산시설 활용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관련해 쌍용차 관계자는 “티볼리가 경영정상화뿐 아니라 향후 중장기 발전전략 달성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라며 “티볼리를 시작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고 생산가동률을 높여 2~3년 이내 손익분기점(BEP)에 이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