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성태근 대구검사정비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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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성태근 대구검사정비조합 이사장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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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검사정비조합 이사장 사퇴가 운명이라면, 그 운명을 사랑하겠다

전국검사정비연합회는 지난 12월10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연합회 이사회에서 결정된 ‘청와대 1인 릴레이 시위’를 시작한 이틀 후의 일이다.

시위의 내용은 첫째, 자동차손해보장법 16조에 규정된 보험정비요금 공표제를 폐지해 달라는 민원이고 둘째, 영업용 버스 자동차 검사를 교통안전공단으로 일원화하는 고시를 반대하는 것이다.

보험정비에 대해서 자동차정비요금을 정부에서 공표해서 그 고시된 금액을 기준으로 자동차정비요금을 책정 지급하라는 것이 보험정비요금 공표제의 취지이다.

이 법은 보험회사에 비해 상대적 약자인 정비업체를 보호하기 위해서 또한, 정비업자들과 보험회사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2005년 제정․공포됐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15년 동안 2005년, 2010년 단 두 차례 공표한 후 보험 자동차정비요금 공표를 물가안정이라는 명분으로 이행하지 않았다.

시행하지도 않은 법을 왜 제정해서 공표하지 않고, 보험정비요금을 계속 동결하는 결과를 초래하는지 근본적 이유를 알 수 없다. 공표하지 않으면 자배법 16조를 폐지하고 자유시장 경제논리에 의한 요금자율화가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정당하다.

그러나 국토부는 공표하지도, 폐지하지도 않고 있으므로 정비요금은 계속 동결되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과적으로 자동차정비업자들을 보호하려고 제정한 자배법 16조가 정비업자를 고사시키고 자동차정비사업자를 수탈하는 악법으로 변화된 지 오랜 시간이 흘러왔고, 그 결과 정비업계는 빈사상태가 됐다. 그동안 보험업계는 정부에서 공표만 막아주면 상대적 반사이익을 누리며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정부와 보험업계는 서로의 이익을 위해 만든 이 기막힌 상태를 중지하고 자배법 16조를 폐지해 자유시장경제에 의한 요금 자율화를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

다음으로, 세월호 사건이 계기가 된 영업용 버스검사의 교통안전공단 일원화 문제이다. 자동차 검사를 민간이 검사하는 것은 신뢰가 부족하니, 영업용 버스는 교통안전공단으로 일원화 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뤄지는 자동차검사 중 민간 정비업체가 수행하는 것이 약 70%가 넘는다. 그렇게 신뢰하지 못하면 검사방법의 개선이나 부실검사에 대한 행정처벌 기준을 강화해서 제도개선을 하면 되지, 모든 검사업자들을 무조건 못 믿겠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모든 검사를 교통안전공단으로 다 가져가서 하는것이 불신에 대한 근본해결책이 되지 않겠는가?

교통안전공단은 검사제도의 방법 연구, 검사제도의 감독, 민간이 할 수 없는 특수검사, 도서 벽지의 출장검사 등 축구로 말하자면 감독의 역할을 해야 함에도 직접 선수로 뛰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이는 이치에 맞지 않다.

이 두 가지 사안, 보험정비요금 공표제 폐지와 영업용 버스 검사 일원화 반대를 연합회 정책노선으로 의결하고 협상에 나섰으나, 결국 이뤄지지 않자 연합회 이사회에서는 기자회견, 일일시위, 향후 총 궐기대회로 우리의 주장이 관철될 때까지 투쟁하자고 의결했다.

12월17일 나는 청와대 1인 릴레이 시위를 하면서 그날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분노에 의해 추운 줄도 모르고 투쟁하고 있었다. 연합회장이 격려 차 방문했고, 우리 주장이 관철될 때까지 ‘1인 시위’를 계속하자며 서로의 손을 잡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다음날인 12월18일 10시30분. 자동차 정책기획단장, 손해보험협회 회장, 검사정비연합회 회장은 자동차정비요금 개선을 위한 협약서를 체결하고 적정정비요금 산출을 위한 연구용역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 무슨 날벼락인가? 도대체 하루만에 연합회 정책이 180도 선회했다.

나는 자동차 정비 연합회에서 무슨 일을 했던 것인가. 지난 5년 동안 전산위원장으로서 새로운 보험청구 프로그램인 ‘KOS 프로그램’ 개발에 매진하면서 보험정비요금 자율화만이 빈사상태의 정비업자를 회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연합회의 정책노선이라며 그 길을 걸어왔다.

하루아침에 연합회 정책노선이 180도 뒤집혔다. 이 뒤집힌 정책으로 보면 그동안 나는 연합회 정책노선을 방해한 훼방꾼이 된다.

아마 이 일을 주도한 세력들은 우리 정비업계의 근본적 해결보다는 일시적인 몰핀주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조삼모사보다는 근본적 해결이 중요하다는 신념은 아직도 확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다시 뒤집으면 큰 혼란이 야기된다. 이제는 돌아가더라도 이미 결정된 방향으로 계속적으로 추진해 하나의 성과물을 만들어야 한다.

다만, 나는 그 결정에 동의할 수 없으니 내가 연합회 구성원을 사퇴하고 대구자동차정비조합 이사장을 사퇴하려고 한다.

우리 대구 조합 회원에게는 임기를 채우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 하지만, 연합회 정책적 노선 결정에 패배한 장수는 스스로 책임을 져야하지 않겠는가.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

이것이 내 운명이니 담담한 마음으로 즐겁게 받아들이겠다. 지난 5년 동안 연합회 구성원들과 우정도 나누고 다툼도 있었지만 미워하지 말자. 모두 다 우리 회원들을 사랑하는 방법의 차이일 뿐이라는 것을 기억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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