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신년특집] 교통산업 블루오션<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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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신년특집] 교통산업 블루오션<자동차>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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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카가 10년 내 업계 판도 바꿀 것”
▲ 정부가 최근 자동차 산업 정책을 ‘융합 중심’으로 바꿔 세계 최고 수준 자동차와 IT 산업 간 협업을 통해 스마트카 등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이 선도적 지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가운데, 이를 위해 지난 12월 8일 현대차를 비롯해 LG전자, 네이버, KT, 한화첨단소재, 오비고 등 자동차․정보기술(IT)․소프트웨어(SW)․통신․소재 기업이 모여 ‘자동차 융합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켰다.

“스마트카가 10년 내 업계 판도 바꿀 것”

자동차․IT 업계 미래 車 놓고 승부수 던져

시장 선점 위한 업종 간 융합 움직임 거세

일흔을 갓 넘긴 A씨가 아들 내외와 손주를 위해 만든 음식을 자동차 트렁크에 넣는다. A씨는 나이가 들어 운동 감각이나 주의력이 예전보다 많이 떨어졌지만, 운전하는 것을 겁내지 않는다. 차가 알아서 주행을 돕기 때문이다.

차에 올라탄 A씨가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에 ‘아들집’이라고 말하자, 시동이 켜졌다. 곧장 차량에 장착된 15인치 액정화면에 목적지까지 경로가 표시된다. 비가 오기 직전이라 날이 조금 어두워졌다. A씨가 “전조등”이라 말하자 차량 헤드램프에 불이 들어온다.

아들집 가는 길은 혼잡했지만 운전하는 데 어렵지는 않다. 차량 사방에 장착된 카메라가 주변 차량과 도로 정보를 파악해 알려준다. 단순히 정보를 알려주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사전에 벌어질지 모를 사고를 예견해 운전자가 미리 대응할 수 있게 돕는다.

평소 A씨가 자주 오가던 길이라 그간 주행 이력을 토대로 가장 안전한 주행 정보가 실시간 제공된다. 그때 손주에게서 전화가 왔다. A씨가 전화를 받기 위해 운전대에서 손을 떼자 곧바로 자동차가 자율주행 모드로 전환됐다.

아들이 사는 아파트에 도착하자 적당한 곳을 물색한 차가 스스로 주차한다. 목적지 도착 10분 전에 차량 위치 정보를 웨어러블기기로 제공받은 아들 내외와 손주가 현관에서 밝은 표정으로 A씨를 맞이한다.

가상 설정이지만, 머지않은 장래 도로 위를 달리게 될 꿈의 자동차 모습이다. 자동차가 첨단지능화 길을 달리기 시작하면서 블루오션인 ‘스마트카’ 시장을 놓고 업계 경쟁이 치열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물론 최근에는 IT 업계까지 최근 시장 경쟁에 뛰어들겠다고 잇따라 선언하고 나섰다.

삼성전자가 지난 12월 9일 내년도 조직개편과 보직인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자동차 전장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부사장급을 팀장으로 삼은 ‘전장사업팀’이 신설됐다. 삼성전자는 단기간 전장사업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초기에는 인포테인먼트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향후 계열사 간 협력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사업 전망에 대해서는 밝게 보고 있다. 일단 전자․전기 사업이 주력인 삼성전자가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것 자체가 관련 기반이 충분히 축적돼 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자동차 구동장치와 전자제어장치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앞으로는 좀 더 지능화된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 나선다.

삼성전자와 협력하는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디스플레이 등을 활용한 주행정보 표시 장치 개발을 맡는다. 아울러 삼성전기는 차량 IT 기기와 모듈 개발은 물론 ‘커넥티드 카’를 위한 통신 모듈 개발에도 나설 수 있다.

이밖에 전기차용 배터리 분야에서 이미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삼성SDI가 미래 자동차 개발 한 축을 담당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내 주요 전자․전기 계열사가 이미 수년 전부터 자율주행차 등 스마트카 사업을 위한 준비 단계를 밟고 있었던 점도 긍정적 전망을 가능케 한다.

이번에 전장사업팀장을 맡은 박종환 부사장이 1990년대 삼성자동차에서 근무했던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자동차산업에 대해 상당한 지식과 경험이 있기 때문에 사업 추진 과정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자동차 전장사업 진출 자체가 글로벌 스마트카 시장을 놓고 벌어지는 업계 경쟁에 촉매 역할이 될 것”이라며 “삼성이 갖고 있는 전장 기술력을 감안할 때 그룹 역량을 집중할 경우 단기간에 업계에서 상당한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지난 5월 교통안전공단이 실시한 자율주행차 시범 주행 시연에서 선보인 현대차 자율주행차

삼성전자가 자동차 전장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스마트카 시장이 본격 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오는 2025년 이전에 경쟁력을 갖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재 포화된 자동차산업계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분야가 IT 등과 연계된 ‘스마트카’ 분야다. ‘혁신’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자동차 업계는 물론 연관 산업계와 각국 정부가 앞으로 10~20년 동안 완전히 바뀔 자동차산업 생태계에 대응하려고 발 빠른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미국계 글로벌 전략 컨설팅사 ‘스트래티지&(Strategy&)’가 펴낸 자료에 따르면, 2016년 403억 유로(51조6600억원)로 예상되는 스마트카 시장 잠재 가치가 2012년에 1226억 유로(157조1500억원)로 3배 이상 치솟는다.

분야별로는 안전이 155억 유로에서 493억 유로로, 자율주행은 95억 유로에서 396억 유로로 급증하면서 스마트카 시장 양대 축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밖에 엔터테인먼트의 경우 60억 유로에서 134억으로 급증하고, 모빌리티매니지먼트는 44억 유로에서 56억 유로로 늘어난다. 아울러 차량관리는 36억 유로에서 71억 유로로 증가하고, 현재 태동 단계인 거주지 연동 스카트카 기술도 2021년에는 1억 유로 안팎 규모로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스트래티지&(Strategy&)’는 프리미엄 신차에서 스마트카가 차지하고 있는 매출 비중이 현재 4%에서 2020년 20%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자동차 부품 비용 가운데 디지털 부품 비중도 35%에서 50%로 늘어난다.

성장 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에는 자율주행이 꼽혔다. 폭스바겐과 다임러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물론 구글․애플 등 주요 IT기업이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점이 감안됐다.

삼성전자가 자동차 전장사업에 뛰어드는 것도 스마트카 성장 잠재력에 주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선 현대자동차그룹이 앞서나가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올해까지 스마트카 연구개발과 관련해 현대차그룹은 폭스바겐․다임러․포드․BMW․토요타에 이어 전 세계 여섯 번째로 왕성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는 기업이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18년까지 글로벌 완성차 업체 기술 수준을 가늠하는 신규 척도인 스마트카 개발에 2조원을 투자한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 및 차량IT 기술 수준을 향상시키고, 차량용 반도체 및 자율주행 핵심 부품 등을 개발한다.

미래차 개발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현대·기아차남양기술연구소 내에 전자연구동 증축도 추진된다. 부품 계열사 내에 디스플레이 공장 및 전자제어연구센터도 신축된다. 이밖에 스마트카 개발 등을 담당할 기술개발(R&D) 인력 3251명이 새롭게 채용될 예정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는 노력은 정부 차원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산업통산자원부 등을 중심으로 오는 2020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 재정 지원과 세재 혜택을 주는 것은 물론 실제 도로 주행테스트 허가 등 제도적 정비에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 산업 정책을 ‘융합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세계 최고 수준 자동차와 IT 산업 간 협업을 통해 스마트카 등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이 선도적 지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지난 12월 8일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LG전자, 네이버, KT, 한화첨단소재, 오비고 등 자동차․정보기술(IT)․소프트웨어(SW)․통신․소재 기업이 모여 ‘자동차 융합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켰다.

자동차산업은 방대한 여러 산업이 얽혀 있고 막대한 인프라가 구축돼야 하기 때문에 국가 산업과 경제에 끼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를 근거로 향후 스마트카 사업 성공 여부가 국내는 물론 글로벌 기업 생태계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일 것 같던 자동차와 IT 산업이 이제는 스마트카라는 한 울타리에서 경쟁에 나서게 됐다”며 “거대한 자동차산업에서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어떤 기업이 제대로 올라타는지에 따라 향후 10년 이내 기업 판도가 다시 그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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