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도 범퍼교체, 사회적 비용 낭비...수리기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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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도 범퍼교체, 사회적 비용 낭비...수리기준 필요”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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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경미사고 수리기준 토론회’...“불합리한 관행이 보험료 인상”

수리보험금 중 71.9%...정비현장, 소비자선택권, 자율성 등 고려해야

자동차 범퍼가 살짝 긁히는 경미한 사고에도 범퍼를 통째로 교체하는 등 과잉 수리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선 정비업계와 소비자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행정지도나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하태경 의원(새누리당․부산 해운대구기장을)은 지난달 28일 ‘자동차 경미사고 수리기준 마련 토론회’를 열고 “교통사고 중 손상 빈도가 가장 많은 범퍼커버 손상 등 경미한 사고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고, 원상복구에 대한 정확한 수리기법이 일반화되지 않았다”며 “동일 차종의 동일 파손에도 고객, 정비업체 성향에 따라 수리방법과 범위가 달라 여러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벼운 접촉 사고인데도 무분별하게 범퍼를 교환하면서 수리비가 과다하게 지급되고, 이에 따라 일반 소비자의 보험료가 인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자동차수리비로 지급된 보험금 5조2776억원 중 범퍼 교체율이 71.9%에 이르는 등 경미사고 후 수리에 따른 사회적 낭비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날 오상기 경기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경미한 사고에도 범퍼를 새로 교체하는 소비자들의 관행과 이를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용인한 정비업체와 보험사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상당하다”며 “이에 지난해만 자동차 수리비로 지급된 보험금 중 부품비용은 2조4082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범퍼가 긁히거나 찍힌 것 같은 경미한 사고의 경우 범퍼를 교체하지 않고 복원수리 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 교수와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가 전국 정비업체 586곳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범퍼의 페인트 도막만 벗겨진 스크래치’와 ‘소재에 손상을 입은 스크래치’, ‘구멍 뚫림 없는 범퍼 소재 일부 파손’ 등은 교체가 아닌 수리가 가능하다는 답변이 각각 80.6%, 76.1%, 54.6%로 나타났다.

이 세 가지 유형에 대해 범퍼 충격흡수시험과 자동차 충돌 시험을 시행한 결과, 교체하지 않고 수리한 범퍼의 품질 및 안전 기준에 문제가 없어 교환 없이 수리가 가능해 경미사고로 정의할 수 있다는 것.

범퍼 충격흡수시험의 경우 충격위치가 정면일 때는 기준속도 4.0(km/h)을 기준으로 충격속도는 4.071(km/h), 모서리일 때는 기준속도 2.5(km/h)을 기준으로 충격속도는 2.548(km/h)였고, 두 충격위치 모두 등화장치·후드·트렁크·옆문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충돌 시험의 경우에도 머리, 흉부, 대퇴부 등의 기준에 모두 적합했다.

김상돈 전국검사정비연합회 전무는 제도 시행에 앞서 일선 영업현장에서 소비자들의 무조건적 교체 요구에도 실질적으로 적용 가능한 기준이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무는 “보험약관 내 경미사고에 대한 수리기준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정비현장에서 소비자가 교체를 요구하면 정비업자는 어쩔 수 없이 갈아줄 수밖에 없다“며 ”이런 경우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 중 제시된 스크래치 기준점(20cm)에 대해서도 몇 미리 차이로 인한 경미사고의 기준이 달라질 경우, 소비자 민원에 대한 처리 기준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경미사고에 대한 수리기준 마련에 공감하면서도 미세한 입장차를 보였다.

이동훈 금융위 보험과장은 “경미사고의 기준 정립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더 이상의 사회적 비용 손실을 막기 위해 현 시점에서 강한 시행 의지로 약관을 개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희수 국토부 자동차정책 과장은 “불합리한 관행을 막기 위해 객관적인 수리기준 마련이 중요하지만 현장 적용을 위해 안전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 현장에서 교체를 요구하는 소비자의 의견을 어떻게 처리할지 등에 대한 검토와 보완이 아직은 필요해 보인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법 시행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기보다 소비자 선택권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적용되면서 현장에서 자율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토론회에서는 일선 정비업자들이 자동차보험 약관에 경미사고에 따른 범퍼 교체 기준 등이 명시될 경우에도 수익을 이유로 범퍼 수리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일정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과 보험사들이 약관을 이유로 당연히 해야 할 범퍼 교체 의무를 소홀히 할 수 있는 점 등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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