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중고차 경매서비스, 오프라인 시설규제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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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중고차 경매서비스, 오프라인 시설규제에 ‘발목’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6.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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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이딜러 홈페이지 캡쳐 화면

‘시설기준 일괄 적용’ 개정안 통과...시설 없으면 온라인 모두 '불법' 규정

스타트업, 폐업․서비스 중단 불가피...“온라인 고려 없는 포괄적 규제 부당”

소비자 보호 명분 약해...창업 시장 위축 우려, 오프라인만 봐주기 의혹도

창업 1년 만에 매출 300억원을 달성하며 잘 나가던 중고차 경매 앱 ‘헤이딜러’가 경매장 시설 기준을 골자로 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지난해 말 갑작스레 국회를 통과하자 하루아침에 문을 닫았다.

청년기업 성공 모델로 비춰지던 업체의 예상치 못한 폐업으로 활성화 되고 있던 중고차 O2O 서비스 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웠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헤이딜러는 중고차 모바일 업계 최초로 ‘역경매’ 방식을 도입, 이용자가 사진과 연식 등 자동차 정보를 입력하면 전국의 딜러들이 최고가로 매입하는 방식의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참여 딜러 500명, 주간 거래물량 800대를 유지하면서 성공 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작년 12월 28일 국회를 통과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은 자동차경매를 하려면 온라인 업체도 반드시 오프라인 설비기준을 따라 3300㎡이상 주차장과 경매장 등을 개설토록 해 온라인 경매업체를 사실상 불법으로 규정했다. 단번에 불법 서비스 운영자가 된 해당업체는 지난 5일자로 잠정 폐업을 선언했다.

박진우 헤이딜러 대표는 온라인 경매업체가 불법으로 규정된데 대해 해외 사례를 들며 부당함을 호소했다. 그는 “인터넷 경매법을 두고 따로 온라인 자동차경매를 규제하고 있는 해외와 달리 오프라인이 아닌 거래는 모두 금지해버리는 개정안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모바일 중고차 경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대부분의 스타트업 업체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관련 법안의 연말 국회 통과를 예상치 못해서다. 6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알고 대응책을 준비하던 업계로서는 당장 서비스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 2~3년간 준비한 서비스가 일시에 무용지물이 돼버린 셈이다.

중고차 O2O 서비스 업체 ‘첫차’의 송우디 대표는 “본질이 소비자 보호를 위한 엄격한 기준 적용이라는 개정안 취지에도 불구하고 속전속결식 국회 통과가 오프라인 상의 일부 업계 의견만 반영한 결과로 보이는 것이 문제”라며 “최근 군소 경매서비스 업체의 난립으로 발생한 문제를 일반화해 업계를 선도하던 업체들이 선의의 피해자가 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개정안 통과에 있어 절차상의 문제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기존 스타트업 사업자의 피해가 예견됐음에도 관련 부처 어디에서도 사전에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려는 과정이 없었기 때문.

일각에서는 개정안이 중고차 시장의 달라진 거래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처리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법안이 특정 업체를 겨냥한 것은 아니겠지만 중고차 시장도 사업 환경이 다변화되고 있는 만큼 기존 법의 적용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법안처리가) 온라인 사업자의 지속적 사업 활동을 고려해 신중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서비스라고 해서 무조건 기존 규제를 바꾸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시장이 변화하는 것에 맞춰 계속 등장할 온라인 사업자와 오프라인 사업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이 정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법안대로 오프라인 시설 기준을 갖추고 온라인 경매를 운영할 정도의 투자여력을 갖춘 온라인 사업자는 없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거래 투명성 및 소비자 이익 차원에서 운영되던 모바일 경매 서비스가 오프라인 시설 규제로 묶여 포괄적으로 영업 제한을 받는 게 합당한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공정한 경쟁 기회나 중고차 소비자의 선택권의 다양성도 사라지게 됐다는 주장이다. 자본을 갖추지 못하면 서비스 제공 기회조차 얻기 힘들게 됐다는 것. 이에 개정안이 중고차 시장의 소자본 벤처창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근 불거진 논란을 의식한 듯 국토부는 관련 업계를 불러 모아 간담회를 열고 의견수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프라인 업체 간에도 시설기준에 대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개정안 추진 배경에도 의혹이 제기됐다. 개정안을 주도한 의원이 오프라인 매매단지가 밀집된 지역을 지역구로 하고 있어 그 배경에 대해 의심하는 눈초리다. 한 소비자는 “고객 입장에서 편리했던 서비스가 사장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도 “이번 폐업이 솔직히 오프라인 경쟁사들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려워 결국 힘 싸움에서 밀린 청년 기업의 아이디어만 묻혔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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