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주행거리 조작, 5만원이면 ‘뚝딱’...10만km도 예삿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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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주행거리 조작, 5만원이면 ‘뚝딱’...10만km도 예삿일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6.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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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기’ 의뢰 매매상 등 100여명 적발...“도덕적 해이 어디까지”

“중고차 주행거리 조작은 일도 아니다.” 카센터를 운영한 적이 있는 정씨는 공구와 주행거리 변경 프로그램을 탑재한 기기 등을 갖고 다니면서 100명이 넘는 중고차 매매상, 렌터카 업주의 요청에 따라 주행거리 조작 일명 ‘꺽기’을 해주면서 대가로 1160만원을 받아 챙겼다. 고스란히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이런 중고차 관련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자동차 주행거리를 조작해준 업자와 조작을 의뢰한 렌터카 업주, 중고차 매매상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자동차 주행거리 계기판을 조작한 혐의(자동차관리법위반)로 정모(54)씨와 렌터카 업주 권모(49)씨를 비롯한 의뢰인 102명 등 총 10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른바 '꺾기'로 불리는 주행거리 조작을 하는 정씨는 2011년 2월부터 작년 11월까지 차량 193대의 주행거리를 실제보다 훨씬 낮게 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의뢰인을 찾아가 조작비용으로 건당 5만∼17만원을 받았다.

그는 렌터카 업체나 중고차 매매상, 경정비 업체 등을 직접 찾아가거나 대포전화를 이용한 문자 메시지로 홍보하기도 했다. 이번에 적발된 중고차 매매상은 더 비싼 값에 차량을 팔려고, 경정비 업체는 무상수리를 노리는 손님의 요구로 주행거리를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렌터카 업체는 대부분 중견·소형업체들이었으며, 손님들이 주행거리가 낮은 차량을 선호하기 때문에 조작을 의뢰했다.

의뢰인 요구에 맞춰 계기판상 주행거리는 자유자재로 줄어들었다. 특히 한 중고차 매매상에게는 13만㎞였던 주행거리를 3만㎞까지 줄여주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대포전화를 바꾸는 등 경찰 추적을 피하려 했지만, 주행거리가 적은 차량인데도 고장이 잦다는 점을 수상히 여긴 렌터카 이용객이 경찰에 알리면서 결국 잡혔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중고차 관련 범죄는 이제 너무 만연해 어디서부터 손써야 나이질 수 있을지 모를 지경”이라며 “시장규모에 비해 이렇게 지하경제의 모습을 보이는 시장은 어디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별 상사나 딜러의 도덕성으로 사태를 해결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주행거리 조작에 대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터넷 상에는 ‘처벌 강화’와 ‘정보 공개’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의견들로 들끓었다. 해외 사례를 들어 불구속 입건에 그치는 국내 처벌 강도가 강화돼야한다 점과 자동차검사 시 주행거리를 입력하게 하고 소유자가 바뀌어도 주행거리 등 사고이력에 대한 정보공개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법의 개정 필요성 등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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