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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무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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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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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수 박사의 교통안전노트>

교통사고는 한순간에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육체적 고통과 심리적 상처를 남기고, 사회복귀가 불가능한 중증장애인을 양산하여 조직과 사회의 생산능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사고처리 등에 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증대시킨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우리는 교통사고를 으레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하거나 숙명적인 사회적 현상 정도로 간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교통사고에 대한 국가적, 행정적 차원의 접근과 해석이 미흡하고, 안전보다는 속도와 효율, 시간가치가 높은 교통수단을 우선시 하고 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제정했던 그 당시는 그렇다 치더라도 불과 몇 년 전까지도 그랬다. 1981년 자동차보험의 가입을 유도하고 교통사고 운전자에 대한 처벌과 피해에 대한 처리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정부나 업계의 주요 관심사인 자동차산업을 육성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자동차 이용을 장려했고, 운전자가 교통사고 야기시 엄한 처벌을 면할 수 있는 특별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시 추진 중이던 고위공무원의 자가운전 계획을 뒷받침하기 위해 신분상 불이익을 피할 수 있는 장치를 도입하기 위해 이 법을 제정했다는 견해도 있다.

현재 국가가 나서서 교통사고 사상자 절반 줄이기 등 다양한 사고감소 정책을 펼쳐도 소위 ‘약발’이 안 먹히는 것은 이 법이 집행력을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해야 할 정도로. 아무리 난폭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나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거나 받더라도 처벌수위가 미약하다면 공권력을 우습게 보는 운전자들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이 법 때문에 운전자는 형사처벌에 대한 심리적 해방감에 젖어 난폭운전을 스스럼없이 자행하기도 한다. 우리의 교통문화가 아직도 후진적인 것은 결국 도로상에서 공권력을 제대로 작동시킬 수 없도록 만든 이 법에 원인이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또한 용서할 준비가 안 된 피해자를 대신하여 국가가 나서서 용서함으로써 가해 운전자가 피해자와 공동체에 사죄할 것을 기대하는 우리의 정서를 이 법이 외면하거나 무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 스스로 직권남용죄나 교사죄를 범했다고 할 수 있다.

자동차보험이 형사면책 수단이 됨에 따라 형사책임과 행정적 책임비용을 담보하는 운전자보험이 만연하고 보험사마다 불건전한 보험상품을 경쟁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도덕적 해이가 가속화 되면서 이에 편승한 보험사기도 증가하고 있다. 법이 나서서 직무유기죄나 방임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법적 측면에서 해양사고나 항공사고, 의료 및 건설 분야의 업무상 과실치상죄 등의 적용과 비교해 보더라도 형평성을 상실했을 뿐만 아니라 형사책임을 지게 되는 11개 예외항목의 구체적 타당성과 실체적 진실의 규명과 관련하여 논란이 많다. 과실인정 기준이 되는 주의의무 위반여부는 구체적 상황이나 주변 환경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법에서는 이를 획일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별한 주의의무 위반행위가 11개 예외항목에 포함되는 지가 형사처벌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기 때문에 증거 인멸이나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도 있다. 11개 예외항목에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법망을 빠져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

자동차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등에 의한 손해배상제도가 정착되었기 때문에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입법목적은 이미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이 법이 폐지되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이 미흡하거나 지연되는 등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본다.

자동차 보험 가입률은 이미 95%를 넘었다. 무보험 또는 뺑소니 차량 사고 피해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정부보장사업으로 지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운전자보험, 실손보험 또는 건강보험 등으로 신속한 피해복구가 가능하다. 경미한 교통사고를 야기한 경우 일본의 즉결재판이나 영국의 즉결법원처럼 약식기소 등으로 신속하게 사건을 종결할 수 있게만 된다면 이 법은 더 이상 존재의미가 없어진다.

당장 이 법을 폐지하고 선진국형의 대체입법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오랫동안 고착화된 법체계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보완 또는 대체입법 마련을 현 정부가 추진 중인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에 포함하여 개선하면 어떨까 한다.

30여년 전 열악한 사회상황의 유물이자 현대 자동차 문명사회의 걸림돌인 이 법을 존치하는 것은 국제적 조류에도 맞지 않고 국격마저 손상될 우려가 있다. 교통사고 범죄를 제대로 규율할 수 있도록 법체계의 구조적 결함을 제거하여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자동차문명을 재건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시켜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객원논설위원·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연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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