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정기검사 기간 도래, 검사기준은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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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정기검사 기간 도래, 검사기준은 ‘부재’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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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다른데도 내연기관 기준 적용?...별도 항목 신설해야
 

누전, 배터리 등 점검 필수...“보급 확대만, 안전은 뒷전”

올해 정기검사 요식행위에 그칠 듯...제주도는 용역 착수

올해 민간이나 공공기관에 보급된 전기차의 정기검사 시기가 도래했지만 정작 명확한 검사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아 차량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지원을 확대하면서까지 보급에 열을 올리면서도 막상 안전검사에 있어서는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012년부터 도입된 전기차는 수요가 늘면서 보유 대수도 증가해 올해만 수백대의 차량이 정기검사 대상이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개인택시를 제외한 모든 승용차는 신차 등록 후 4년, 이후 2년마다 의무적으로 정기점검을 받아야 하지만 전기차는 검사기준이 없다.

그동안 업계는 가솔린이나 디젤을 사용하는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전기동력을 쓰는 만큼 안전검사에 있어 기존 전기차의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검사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정부는 검사 기준 마련에 구체적인 방침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전기차가 연료원과 공급장치를 제외하고는 내연기관 차량과 같은 구조라 별도의 검사기준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교통안전공단이 이를 준비한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조사 시기나 내용에 관해 알려진 게 없어 올해 전기차 검사는 형식적인 선에서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운전자 안전에 직결된 문제임에도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결국 전기차는 운행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처음으로 받는 정기검사에서 안전검사와 성능점검을 받고도 주요 항목이 검사되지 않아 무방비로 위험에 노출된 셈이다. 현재로서는 전기차는 배출가스가 전혀 없음에도 배출가스 위주의 정기검사를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전국검사정비연합회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연합회 관계자는 “국토부로부터 별도로 내려온 지침이 없어 올해 전기차 검사에 별도의 검사기준이 적용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는 빠른 시일 내에 연구용역을 통해 필수 검사 항목이나 추가 항목이라도 마련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전기를 동력으로 쓰는 만큼 절연저항, 누전, 배터리 등 안전에 직결된 항목에 대해서 만이라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최근 친환경차 증가와 더불어 지속적으로 힘을 얻을 전망이다. 전기차가 순수전기차, 하이브리드, 개조전기차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어 검사방법과 더불어 검사기준 자체가 이에 부합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전기차 검사기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발 빠르게 대응한 곳은 제주도이다. 제주도는 지난달 전기차 안전검사 기준 마련에 착수했다. 사업비 1억원을 투입해 늦기 전에 전기차 안전검사센터 매뉴얼 제작 및 표준화 연구용역에 들어갔다.

도는 일반자동차 검사항목에 전기차 절연저항과 누전, 배터리, 관능검사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0월 말까지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전기차 맞춤형 안전검사 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제주도는 올해부터 2017년까지 도내 운행 차량의 10%(2만9000대)를 전기차로 대체하고, 2020년까지 40%(13만5000대), 2030년까지 100%(37만7000대)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차 중장기 종합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정부도 지난해 12월 2020년까지 친환경차 100만대 보급을 목표로 인프라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올해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도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에는 차량 보조금 1200만원, 완속충전기 설치비 400만원, 세금 400만원이 지원된다. 여기에 지자체별 300만∼800만원의 보조금이 추가로 지원된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친환경차 보급 및 인프라 구축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면서도 막상 근본이 되는 전기차 안전검사 기준 마련에 소극적인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또 전기차 관련 사고가 나서야 대책이 마련될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올해로 검사 대상이 된 한 전기차 운전자는 “검사항목에도 없는 차량 문제를 어떻게 검사할 지 의문”이라며 “보조금을 지원하며 보급을 확대하고자 하면서도 차량 안전 문제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뒷전임을 그대로 보여주는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의 현주소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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