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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자동차와 도로교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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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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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수 박사의 교통안전노트>

최근 자동차 산업은 정보통신과 위성항법 등 첨단기술이 집약된 자율주행 체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2020년경이면 양산형 자율주행자동차가 출시되고 2035년이면 신규로 출고되는 자동차의 75%가 자율주행기술을 탑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자율주행기술의 발전 속도로 봐서는 충분이 더 빠르게 보급될 것임에도 상용화 시점을 늦춰 잡은 것은 안전과 생명에 미치는 영향이 큰 자동차라는 제품 특성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구글의 무인자동차가 도로에 떨어진 모래주머니를 피하려다 버스와 충돌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자율주행자동차의 안전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도로에서 자율주행시스템이 가동되면 가장 뚜렷한 변화는 교통사고가 획기적으로 줄어든다는 점이다. 아직까지는 교통사고의 80%이상이 운전자의 과실에 의해서 발생하고 있지만, 자율주행자동차의 경우엔 각종 센서들이 미리 알아서 운전자 과실에 의한 사고를 막아줄 수 있다. 이 점이 자율주행자동차를 개발하는 주요한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제작사 또한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를 시장에 내놓기 전에 신중하고 철저하게 안전성을 시험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월 자율주행자동차를 시험·연구 목적으로 운행할 수 있도록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하여 임시운행 허가제도를 도입했다. 자율주행자동차 시험운행에 대한 규정이나 자기인증, 리콜이나 검사제도는 기술수준의 발전에 따라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하면 된다. 차량인프라 통신을 위한 자율주행 협력도로 인프라 개발이나 차량간 통신을 위한 주파수 배분 등 각종 지원 인프라 확충과 관련한 제도정비 역시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닐 것이라 본다. 그러나 도로교통법 정비는 사고가 났을 때 책임과 배상을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와 직접적인 관련성을 갖기 때문에 기술기준을 정하는 문제와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 도로교통법에서 운전은 도로에서 차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으로, 그 시점(始點)은 운전자가 승차시동을 켜고 발진조작을 완료했을 때이다. 법원은 리모콘으로 원격시동을 걸어 차가 스스로 움직이거나 차 밖에서 손을 넣어 걸려있는 열쇠를 조작하다가 차가 전진된 경우에는 운전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

따라서 자율주행자동차가 무인상태로 움직였다거나 손으로 발진조작하지 않고 원격명령 등 다른 형태로 발진되는 경우에는 현행법상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 ‘도로교통에 관한 비엔나협약(1968년)’에서 “모든 움직이는 차량은 운전자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독일도 아직까지 무인차나 로봇차의 도로주행을 허가하고 있지는 않다. 또한 우리 도로교통법은 제48조의 안전운전 및 친환경 경제운전의무에 “모든 차의 운전자는 차의 조향장치와 제동장치, 그 밖의 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하여야 하며, 도로의 교통상황과 차의 구조 및 성능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위험과 장해를 주는 속도와 방법으로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핸들과 브레이크의 조작 없이 자동차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주행자동차는 당연히 이 규정을 위반하게 된다.

미국 도로교통안전청(NHTSA)은 자율주행 기술의 발달단계를 4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1단계는 조향 또는 가·감속 제어를 보조하는 수준이고 2단계는 조향과 가·감속 제어를 통합 보조하는 수준, 3단계는 부분적 자율주행이 가능하지만 돌발상황 시 수동으로 전환하는 수준이다. 마지막 4단계가 완전 자율주행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차간거리 유지 및 차로유지 등 자율주행 핵심기술을 상당부분 개발을 완료했고 2단계 수준의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현재 우리 도로교통법은 2단계까지는 수용하고 있지만 3단계에 진입하게 되면 대대적인 도로교통법 정비는 불가피하다. 특히 운전면허 제도는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를 대비하여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4단계에 진입하면 완전 무인화를 실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운전면허가 필요치 않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기술수준이 발전하더라도 불가피한 사고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자율주행자동차가 대부분을 차지할 지라도 도로에는 여전히 일부 수동으로 조작하는 자동차와 개인용 이동수단(Personal Mobility), 자전거와 보행자가 존재한다. 자율주행자동차가 운행 중 고장 나거나 인지를 잘못하여 사고가 날 수도 있고 자율주행자동차가 아닌 다른 교통수단의 과실에 기인한 교통사고도 발생할 수 있다. 무단횡단하는 보행자를 만났을 때 자율주행자동차는 어떤 선택을 할까? 보행자를 피하기 위해 보도 위의 더 많은 사람을 희생해야 하는지, 아니면 더 큰 사고를 막기 위해 그 보행자를 그냥 들이받아 죽게 하는 게 맞는지 제작사나 프로그래머의 윤리적인 딜레마가 문제시 된다. 그럴수록 현장에서 운전자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또한 자율주행기술이 4단계에 이르렀다고 해서 음주운전이나 약물운전을 무제한 허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긴급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나 기기 오작동에 의한 예측하지 못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운전자의 의지로 자동차를 관리·운행토록 하고 있지만 앞으로 점점 운전자의 관여를 배제하는 자율주행 기술이 구체화 될 것이기 때문에 운전자 중심의 도로교통법 체계를 어떻게 자율주행 체계도 포괄하는 법체계로 전환할 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객원논설위원․교통안전공단 미래교통전략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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