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 ‘무연고 사망자 시신’ 갑질 논란(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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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적십자 ‘무연고 사망자 시신’ 갑질 논란(上)
  • 정규호 기자 jkh@gyotongn.com
  • 승인 201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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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만원짜리 중형버스 운임이 적십자에서 단돈 '5만원'

대한적십자사는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을 경감시켜주기 위해 오래전부터 ‘무연고 사망자 무료 장의차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12월 이 사업과 관련해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적십자측이 특정업체에게 이 사업을 밀어주기 위해 우선적격자로 선정된 B사를 떨어트렸고, 이 과정에서 뇌물이 오갔으며, 유가족들에게 차량 인승을 속여 차량 교체 비용을 편취하고 있다는 제보였다. 지난 2개월간 취재한 결과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3회에 걸쳐 보도한다.

 

 

장의차업계, “가격 후려치기, 입찰계약 비리에

유가족에게 수고비 납골함 등 착취하는 구조”

“악덕기업이 가격을 후려친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대한적십자 같은 사회봉사 단체가 단가를 후려치는 건 처음 들어 봅니다. 단가를 후려쳐도 정도 것 쳐야지 아니 25만원짜리를 5만원까지 낮추는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사업 이름은 ‘무료 장의차 사업’인데, 현실은 ‘두 번 죽이는 사업’입니다”

장의차업계에서는 대한적십자의 ‘무료 장의차 사업’을 비난하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가격 후려치기, 이상한 입찰 계약 방식, 내부 비리 등으로 장의차 시장이 매우 혼탁해졌다는 이유 때문이다.

무료장의차 사업이란 적십자에서 무연고, 저소득 주민의 장례를 도와 고통을 경감하고, 유족을 위로하기 위해 장의차를 무료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에 선정된 장의차회사는 장례식장→화장장→납골당→장례식장까지 25인승 중형버스 운임을 받는다.

최근 5년간 적십자의 ‘무료 장의차 사업’을 보면 보통 사업비는 2억원, 운행횟수는 2000건으로 배정돼 있었다.

대략 1회 운임으로 최대 10만원까지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예상 입찰 가액을 따져볼 때 10만원 이하로 낙찰되는 구조다.

지난 5년간 평균 낙찰가액은 8만9500원(2011년 9만원, 2012년 5만원, 2013년 10만5000원, 2014년 10만5000원, 2015년 9만7500원)이었다.

업계는 적십자가 저소득층, 무연고자 시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물량 갑질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B사 관계자는 “적십자에서 주는 8~9만원은 소형 버스(스타렉스급) 요금 중에서도 가장 싼 요금이다. 현재 소형버스 요금은 8만원~15만원 선이고, 중형버스는 25만원부터다. 이 가격으로 중형버스를 운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시신이 적십자로 몰리니 겉으로는 좋은 사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장의차업계에는 후원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가격을 후려치면 유가족들에게 수고비, 납골함 등을 착취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생긴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정말 적십자사가 중형버스 1회 운임비로 8~9만원을 지급하는 것은 적정한 것일까.

전국특수여객연합회에 따르면 1회 중형버스 운임은 서울장례식장에서 벽제화장장까지 인건비 7만원, 유류비 3~5만원, 부대비용 11만5000원(세차, 유지비, 주차료, 보험, 감가상각비), 수익 2만원을 합쳐 최소 23만5000원은 받아야 하고, 원지동 화장장까지는 인건비 7만원, 유류비 3~5만원 부대비용 10만원, 수익 2만원 등 최소 22만원이다.

준공공기관인 경찰병원에서 지난해 공고한 장의차량 운송용역 입찰서를 보면 중형버스(35인승 이하)는 37만500원, 소형운구차(스타렉스급)는 8~15만원으로 명시돼 있다.

똑같은 준공공기관에서 한 쪽은 37만5000원, 한 쪽은 8만원을 주고 있었던 셈이다.

이에 대해 적십자사는 입찰단가는 낮지만 평균 160건의 안정적인 운행 건수 확보를 통해 장의차 업계가 수익을 발생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경쟁 입찰이었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장의차업계는 적십자의 반박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무료 장의차 사업이 현실과 동떨어진 가격으로 운영되다 보니 장의차 회사들이 유가족들에게 다른 방법으로 수익을 편취하고, 적십자도 그걸 알면서 눈 감아주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편법은 업체가 유가족들에게 차량 인승 제한을 속여 무료 중형버스를 유료 대형버스로 대차하고 있다는 점이다.

적십자의 공고 내용에 따르면 ‘중형버스 부족 시 동일 가격(단가)으로 대형버스(26인승 이상) 가능’으로 명시돼 있다.

쉽게 말하면 중형버스에서 대형버스로 대체하는 비용은 무료라는 의미다.

이러한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자 적십자사는 내부 감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지난 1월 내부 감사를 통해 A사가 지난해 6개월 동안 35건을 대형버스로 대차한 것이 맞다고 밝혔다.

그러나 합법적인 대차였다는게 적십자의 설명이다.

“35건이 대형버스로 운행된 것은 맞지만 35건 모두 유가족이 요청한 것이기 때문에 불법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적십자의 이 주장에 대해서도 장의차 업계는 사실과 다르다 말한다.

유가족이 원해서 대형버스를 투입시켰다면 유가족과 A사간의 직거래이기 때문에 적십자의 ‘무료 장의차’ 사업비 9만원을 지원해줄 필요가 없다는 것.

게다가 지난해에는 A사 내부적으로 유가족들에게 대형버스를 빼먹는 행위와 관련해 이권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A사에서 적십자 일을 하는 기사는 총 4명으로 이들은 모두 지입기사들이다.

그런데 유가족들을 속여 대형버스를 빼먹는 차량은 직영차량이어서 지입기사들이 자신들의 일감을 빼앗지 말라며 사측과 다툼을 벌인 것이다.

이 밖에도 유택동산 추가요금(5~10만원), 유골함․납골함 판매 폭리, 수고비․사례비 요구 등으로 편취를 하고 있다고 제보자는 폭로했다.

 

 

[대한적십자 ‘무연고 사망자 시신’ 갑질 논란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지난 2016년 3월7일자 및 14일자 「대한적십자 ’무연고 사망자 시신‘ 갑질 논란」제하의 기사와 관련해, 대한적십자 감사보고서는 유가족, 용역대행업체, 병원 관계자에게 사실을 확인한 뒤 어떠한 조작이나 비위없이 작성됐고, 무료 장의차 사업의 입찰과정은 법에 따라 공정하게 됐으며, 무료 장의차 사업과 관련해 뇌물이 오가거나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바로 잡습니다.

또 대한적십자 측은 “무료 장의차사업은 정상적인 입찰계약을 통해 수행업체를 선정했고, 사전 원가 검토 자료에 기반해 사업초기금액을 입찰업체에게 제공해 가격 후려치기를 한 적이 없으며,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중형버스를 대형버스로 변경하고 그 차액을 용역수행업체에 정상적으로 수행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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