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무임승차 백태] 노인카드에, 게이트 넘고, 앞 사람 바짝 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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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무임승차 백태] 노인카드에, 게이트 넘고, 앞 사람 바짝 붙고...
  • 정규호 기자 jkh@gyotongn.com
  • 승인 2016.0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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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는 교통카드를 가져왔는데 할아버지 카드인지 정말 몰랐어요. 한 번만 봐주세요"

지하철 요금을 내지 않고 타려다 적발된 20대 직장인 A씨는 실수로 할아버지 카드를 가져왔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A씨는 퇴근할 때 시니어 패스카드(65세 이상 경로용 교통카드)를 사용해 2호선 홍대입구역을 들어가다 단속원에게 걸렸다.

A씨는 처음이라고 주장했지만, 단속원은 그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면 이미 과거에도 계속 부정승차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50대 주부 B씨는 2호선 성수역에서 앞서 가는 사람 뒤에 바짝 붙어 공짜로 지하철을 타려다 적발됐다.

B씨는 제지하는 단속원을 향해 오히려 고성을 지르며 왜 많은 사람 중 자신만 붙잡느냐고 화를 내기도 했다. 이어 단속원의 제지를 무시하고 역내로 들어가며 폭행죄로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처럼 서울 지하철에는 '나 하나쯤이야'하는 부정승차자들과 이를 적발하려는 단속원들의 전쟁이 매일 일어난다.

서울메트로는 지난해 부정승차자가 2만1431명이고, 이들에게 걷은 부가금이 7억9400여만원에 달한다고 8일 밝혔다. 부정승차자에게는 기본요금의 30배를 부과한다.

이는 전년인 2014년 1만4538건과 비교해 대폭 증가한 수치다. 2013년에는 2만2420건이었다.

정승차자들의 수법은 핑계 만큼이나 다양하다.

노인용 무임승차권인 시니어카드나 장애인용 무임승차권 카드를 친지나 가족이 사용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중증 장애인이나 고령의 노인들은 실제로 지하철을 탈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친지나 가족들이 대신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무임승차권 카드로 통과하면 게이트에 불빛이 들어오기 때문에 바로 적발된다"고 설명했다.

카드를 대신 사용하는 것 외에도 직원이 없는 틈에 게이트를 몰래 넘어가거나 다른 사람 뒤에 붙어서 게이트를 통과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방법은 50∼60대들이 주로 사용하는 수법이라고 단속 관계자는 전했다.

지난해 전체 적발 건수 2만1431건 중 어린이(만6세 이상 13세 미만) 부정승차는 2798건으로 13.1%를 차지한다.

이들은 단체 이동 시 호기심이나 '영웅심'으로 승차권 없이 지하철을 타다 걸리는 경우가 많다.

노선별로는 1∼4호선 중 2호선이 부정승차 사례가 가장 많았다. 2호선에서 지난해 1만2771건 발생했고 4호선(4808건), 3호선(2743건), 1호선(1109건)이 뒤를 이었다. 2호선은 전체 적발 건수의 60.7%가 발생했다.

역별로는 홍대입구역이 1533건으로 가장 많이 부정승차가 적발됐다. 그 뒤로 성수역이 186건이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2호선 부정승차 건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2호선의 이용 인원수가 많고 어린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2호선은 지난해 일평균 이용객이 208만 7142명으로 1∼4호선 전체 이용객의 50.3%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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