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차 3400여대 증차로 화물운송시장 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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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차 3400여대 증차로 화물운송시장 혼란 확산
  • 이재인 기자 koderi@gyotongn.com
  • 승인 2016.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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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구축된 '허가제' 안정 구조 흔들
 

‘등록제’ 전환 여부 6월 판가름

올해 용달화물을 시작한 홍상만(가명 47 남)씨. 신용불량자인 그는 영업용 중고 화물차 양수도 비용으로 5000만원을 대부업체로부터 대출받았다. 홍씨의 월수입은 유류비·통신비 등을 감한 나머지 금액 150만원이 전부다. 그는 영업용 중고 화물차 매입을 위해 서비스 받은 대출금과 이자로 매월 157만 6400원(원금 3년 상환)을 납부하고 있다. 올 들어 홍씨의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 이상 없다던 택배증차사업이 지난달 재개되면서, 3400여대분의 자가용 택배차량이 합법화됐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영업용 화물차에 붙는 프리미엄, 일명 넘버 값을 ‘제로화’하는 방향으로 정책노선이 변경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출받아 매입한 영업용 넘버가 휴지조각이 되는 것은 아닌지 홍씨의 근심은 깊어져 가고 있다.

화두로 떠오른 화물운송업 ‘허가제’의 양면성을 짚어보고, 정부가 시장 정상화 방안으로 검토 중인 ‘등록제’로 전환된 가상 시나리오를 정리해본다.

▲‘등록제’ 만능열쇠?

등록제로 전환되면, 정부 예상대로 양질의 물류산업 발전과 화물운송시장의 정상화를 일궈내게 될까?

이론상, 시장 진입장벽이 붕괴되면서 진출입의 자유성이 보장되며, 시장 논리에 입각한 자유경쟁에 따른 민간의 대대적인 투자와 참여 종사자 수 증가로 침체기에 놓인 분위기가 환기된다는 관점에서 틀린 말은 아니다.

먼저 신․구 세력간 선의의 경쟁에서 파생된 긍정의 효과가 어느 정도 예상된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중무장한 ‘스타트업’ 신생업체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는 먼저 자리잡은 기업체들과의 상품기술 경합을 통해 서비스 전반의 질적 개선과 물류산업 고도화, 글로벌 경쟁력은 물론이며, 나아가 지구촌 물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비근한 예로 전무후무한 사업 아이템을 내세워 소프트뱅크로부터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성사시킨 쿠팡을 견주어 보면 된다.

등록제로 전환된다면, 소비자들로부터 환대받고 있는 쿠팡의 ‘로켓배송’과 비슷한 수준의 배송 서비스는 일반화되게 된다.

이런 전망은 쿠팡의 로켓배송 공방전과, 이에 앞서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택배업계가 발표한 탄원서와 연대 성명서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당시 내용을 요약하면,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우체국 택배와 마찬가지로 농협 또한 공익성을 들어 영업의 자유성이 보장되는데, 이는 반대로 배송차량 등 허가제로 묶여 있는 기존 택배사들과의 규모의 경쟁에서 공정성이 결여되기 때문에 농협 측의 택배사업은 철회돼야 한다는 것.

특히 도서산간지역 배송과 연중무휴 택배 서비스는, 허가제로 인한 택배차량 부족난이 해결되면 조치 가능한 부분이라며 반박했다.

택배업계의 주장대로라면, 등록제로 전환되기만 하면 쿠팡과 우체국 택배 수준으로 서비스가 가능함은 물론, 무허가 영업행위 등 상당수의 문제점이 해결되면서 시장정화와 질적 개선이 실현된다.

이런 이유로 올해 3400여대분의 택배증차는 또 한 번 승인됐다.

등록제로의 전환은, 정부의 고민거리 중 하나인 영업용 화물차의 불법증차 문제 등을 풀어내는 실마리로 유용하다.

자격요건 등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화물운송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수도 프리미엄을 노린 음성 거래와 불법증차, 지입사기 등과 같은 각종 불법행위의 발생 가능성은 현저히 줄게 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매년 실시되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 공급기준 심의’와 시장 정상화를 위해 도입된 선진화법의 실효성, 다람쥐 쳇바퀴 돌고 있는 불법행위 단속 등에 따른 각종 행정관리 부담을 덜게 된다.

무엇보다 규제개혁 실적과 함께 자유경쟁이 보장돼 있는 등록제를 들어 관리자 측면 보다는 중재자로서의 시장 간섭과 책무 수위를 완화하는 결과도 얻게 된다.

▲경기부양 위한 ‘위험한 도박’

수출과 제조업 위주의 성장과 고용이 한계에 부딪쳤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정부는 ‘서비스산업 육성’이란 카드로 경기부양과 규제개혁 처방을 내렸다.

화물운송을 포함한 물류산업도 여기에 포함돼 수술 절차를 밟고 있다.

화물운송시장 정상화와 물류산업 선진화라는 주제로 행해지고 있는데, 택배증차 3차 사업 논의가 이뤄진 비공개 석상을 포함해 올 들어 3차례 진행됐다.

지난 16일 예정돼 있던 4회차 포럼은, 4월로 잠정 연기됐다.

이 역시 관련 대책안으로 등록제가 거론되고 있다.

선진화법에 명시된 직접·최소운송의무 이행 여부, 매년 신규허가 동결로 인해 천정부지로 치솟은 화물운송사업 허가의 프리미엄까지 얽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이 내용이 수렴된다면 화물운송시장은 약육강식 논리의 지배 구조가 정당화되고, 독과점과 시장균열이라는 최대 암초에 걸려 사실상 좌초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일단 영리목적 아래 공적기능은 축소되고,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규모의 경쟁이 속개된다.

지난해 기준 38만 3063대로 허가돼 있는 영업용 화물차 대수는 대폭 상향될 것이다.

같은 시기 자가용 화물차로 등록된 302만 822대 중, 최소 8000대 이상은 영업용 등록절차에 들어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국 4만 5000여대의 택배 차량 중 자가용 번호판을 단 택배차가 8000대에 육박하며, 해당분을 영업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택배업계 주장을 근거로 추산한 수치다.

참여자 수가 늘어난 만큼 한정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체 간 출혈경쟁은 가중되게 된다.

이 또한 택배업계가 농협택배의 철회 명분으로 제시한 내용에 포함돼 있다.

당시 반대 이유를 보면, 자산규모 290조, 44개 자회사를 거느린 거대공룡 농협이 택배시장에 진출하면 단가경쟁을 부추기게 될 것이며, 결국 민간 택배시장에서 중소택배기업의 줄도산과 공멸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농협이 전문성도 없이 택배사업에 진출한다면, 소모성 경쟁 촉발과 함께 불공정 경쟁이 우려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서비스 공급자 증가로 인해 물동량을 쥐고 있는 화주사와의 종속관계도 한층 더 심화된다.

아랫 단계 하청 운송사로 내려진 물량을 소속 지입차주가 처리하는 종전의 방식과는 달리, 물량의 규모와 흐름에 따라 또 다른 방식의 위수탁 거래가 단계별 변종 형태로 발생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문제는 일선 현장의 근로환경 개선과 요금현실화를 골자로 한 ‘표준운임제’ 법제화 등을 촉구하는 단체 활동을 자극하며, 동시다발적 전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실예로 지난 2008년 6월 화물연대 파업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정부는 화물연대 측에 ▲운송료 19% 인상 ▲화물자동차 감차 지원 LNG 차량 전환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범위 확대 ▲표준운임제 2009년 시범운영 실시 법제화 추진을 제안했다.

해결사로 떠오르고 있는 ‘등록제’로의 전환, 이 사안은 상반기내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이는 4월 ‘화물운송시장 발전 포럼’과, 5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 공급기준 심의위원회’를 거쳐, 6월 공개될 ‘화물운송 발전 기본안’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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