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업계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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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업계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16.03.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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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추진에 강력 반발
 

‘진입제도 개선’ 등 최대이슈로 부상
오랜 제도개선 노력 등 무위 가능성
예측가능성‧지속가능성 없인 공염불
시장참여주체에 불신만…성공 어려워

 

화물운송업계에 ‘태풍의 눈’이 형성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일 서비스산업 관계자 초청 간담회에서 “화물운송시장에 대한 진입 제한으로 물류서비스가 원활하게 확충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다시 생각해볼 문제”라고 지적하자, 다음 날인 9일 강호인 국토교통부장관이 김포물류단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물류서비스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불합리한 규제를 걷어내고자 오는 6월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기본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엄청난 변화 가능성’의 실체가 드러났다.

나아가 국토부의 ‘기본안’이 큰 틀에서 ▲화물운송 업종 ▲진입제도 ▲지입제도 개선을 의미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업계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그것은 화물업계 전반에 내재된 핵심이슈들이기도 하거니와 수십년간 이어져 온 화물운수사업 제도 개선의 큰 가닥 역시 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기하고 있는 이슈는 모두 민감한 사안이나, 시장에 가장 직접적이며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이슈는 아무래도 ‘진입제도’에 관한 것으로 꼽힌다.

‘업종 개편’은 소비자와는 특별한 관계가 없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미미하며, ‘지입제 문제’는 이미 다중의 법적 보완장치를 마련해 논의의 초점이 사라진 반면 ‘진입제도’는 경우에 따라 메가톤급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부각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난 수년간 정부와 업계가 숨가프게 이어온 ▲화물운송사업 선진화 제도 ▲이미경법으로 알려진 화물차주 권익 보호를 위한 법령 개정 등 관련 제도 개선작업이 최근 마무리돼 이제 막 시행단계에 접어든 상황임을 감안하면 느닷없이 던져진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이라는 화두는 너무도 생뚱맞고 어이없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화물운송시장에는 화주, 화물운송업체, 화물운송주선업체, 차주, 화물연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고 있어 제도 개선 때마다 첨예하게 대립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이를 조정하는데 많은 시간과 고충이 뒤따를 뿐 아니라 엄청난 비용 부담이 수반돼 화물운송시장에서 발생되는 이익이 증발돼 왔다. 이 때문에 ‘제도 개선이 사업 활성화라는 미명 아래 업계가 고루 누려야 할 이익을 상당 수준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실제, 다단계 개선과 운송사업 기능 회복을 목표로 한 화물선진화제도는 반세기에 걸친 화물운송시장 전반에 대한 대수술로, 전체 사업구조를 원점부터 손질하기 위해 지난 8년 간 수십 차례에 걸친 공청회와 이해관계자들의 갈등과 대립 등 우려곡절 끝에 2015년부터 비로소 전면시행에 들어간 것이다.

또 위수탁경영방식의 문제점 해소를 위해 이미경 의원이 발의한 일명 차주보호법안 또한 2년여 국회에서의 공방 끝에 입법부‧행정부‧화물업계‧차주가 합의해 대안을 마련, 입법화했고 2015년 화물운송업체와 차주간 상생의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이처럼 정부와 시장 당사자들은 화물운송 분야 전반에 걸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 관련 법령과 제도를 정비해 이제 막 새로운 출발을 하고 있는 상황이나, 이 시점 또다시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을 검토한다는 것은 시장의 안정과 발전에 역행할 뿐 아니라 ‘반시장적’이기까지 하다. 업계가 정부의 ‘진입제도 개선’ 추진에 ‘어불성설’이라며 반발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불과 17년 전인 1999년 ‘화물물운송시장의 장기 발전과 미래 비전’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정부가 진입장벽 해소를 위해 도입한 ‘등록제’가 시장에 크나큰 상처를 남긴채 ‘허가제’로 전환됐던 과오를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업계가 반발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통해 이용자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은 상식이나, 허가제 전환 이후 어렵게 구축한 시장 질서가 정부의 ‘진입제도 개선을 포함한 발전방안 마련’ 발표에 급작스럽게 흔들리며 혼란을 겪고 있다. 또다시 등록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그 기저에 깔려있는 것이다.

특히 택배시장에서의 집배송차량 증차와 관련해 고통을 겪어온 용달화물업계는 이 문제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소형 화물차량이 시장에 쏟아져 들어오게 된다면 용달화물업계는 업종의 존립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며 우려하고 있다.

일반화물업계도 충격에 빠진 것은 마찬가지다. 수급균형 상태에서 어렵사리 안정적인 수송력을 구축했으나 진입장벽이 해소되거나 터무니없이 낮춰지면 공급과잉으로 수송효율성 저하와 운송료 덤핑 등 부작용이 불보듯 뻔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현재 세계 경제 침체와 국내 경기의 부진으로 산업물동량 자체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나, 차량 공급이 증가할 경우 수송서비스 공급자인 운송사업자나 차주 모두 치명적인 생산성 저하를 맞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현행 허가제가 차량공급을 무조건 제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수급조절 기능을 통해 필요한 만큼의 차량을 얼마든지 공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실제 그렇게 운영돼 왔음을 상기한다면 ‘허가제 때문에 택배차량의 부족이 심각하다’는 지적은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도 맞지 않다. 허가제 상황에서 가장 많은 대수의 증차가 이뤄진 것이 바로 택배차량(‘배’번호판)이나, 그럼에도 그런 지적이 나왔기에 용달업계는 그 배경을 의심하고 있다.

어떤 분야의 사업이건 발전과 육성을 위해서는 예측가능성이 높아야 한다. 그래야만 자본의 유인과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물운송 분야는 그동안 정반대의 현상을 보여왔다. 정권이 바뀌거나 고위공직자가 바뀔 때마다 기존의 정책을 갈아엎고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해 그 성과를 측정하는 양상이었으므로 지속가능성이나 예측가능성을 전혀 담보하지 못했다. 화물운송사업자들은 그때마다 신음하면서 버텨온 꼴이다. 그런 이유로 최근 또다시 던져진 ‘정부의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추진에 거대한 업계의 불신과 반발이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산업 발전에 대한 기대는 급격한 정책변화를 전제로 하기는 어렵다. 시장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고 이해당사자들의 폭넓은 공감대 속에서 산업의 특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그나마 성공가능성이 높다.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고 생태계를 파괴하면서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방식의 정책 추진은 그 내용이 무엇인가와는 상관없이 산업 주체들, 시장 참여자들에게 ‘불신을 쥐어주고 나를 따르라’고 나서는 것과 다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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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2016-06-01 14:45:04
편협되지 않은 참으로 개념정리가 잘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