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인프라 인식 변화, 전기차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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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 인프라 인식 변화, 전기차 살린다”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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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보급 이전에 생각해야 할 것들

글로벌 자동차산업 트렌드가 각국의 배기가스 규제 강화와 친환경차 보급 정책 추진에 힘입어 무게중심이 전기차로 옮겨가면서 국내 시장도 탄력을 받고 있다. 최근 지자체별 전기차 보급 계획이 연이어 나오면서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위한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하지만 보급 확대만이 능사는 아니다. 전기차 보급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충전시간 및 가격, 운행 안전성, 인프라에 대한 준비가 미비해서다. 자칫 준비 없는 정책 추진으로 전기차 보급의 목적 자체가 훼손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에 있어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이미 확보한 상태지만 그 외의 제반여건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전기차용 전지價 하락세...시장 여건 ‘양호’

연료전지차를 비롯한 전기차 유형이 미래 자동차의 대세라는 데에 이견을 보이는 전문가들은 드물다. 아직까지는 편의성이나 경제성 등 측면에서 전기차가 기존 내연기관을 능가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 기술격차는 줄어드는 추세다.

최근 2~3년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눈부시다. 2013년 약20만 대에 불과했던 전기차 시장이 2014년에는 53% 증가해 30만대를 넘어섰고, 2015년에는 전년 대비 100%를 넘는 60만 대 이상의 시장을 형성했다. UBS 등 주요 전망 기관들은 향후 5년간 세계 전기차 시장이 연평균 성장률 30~50%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내 시장 전망도 비슷하다. 그동안 전기차에 대해 다소 소극적이었던 현대는 하이브리드에서 PHEV, 순수 전기차까지 3 종의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아이오닉’ 라인업을 발표하며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주변 시장 전망도 밝은 편이다. 또한 전기차의 높은 가격 형성에 있어 주요 요인이었던 전지의 가격 하락세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향후 경쟁력을 갖춘 보급형 모델들의 출시도 가속될 전망이다.

전지의 지속적인 가격 하락은 기업간 경쟁 및 규모의 경제에 따른 재료비 및 생산 단가의 감소, 전지 구조 및 제어 시스템의 혁신, 중국 생산 확대 등에 주로 기인했다. 2005년 셀 기준으로 kWh당 1500달러를 웃돌았던 전기차용 전지의 가격이 2015년에는 300~400달러로 급격히 떨어졌다.

2020년까지 연간 적어도 15~20% 수준의 하락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기술 혁신에 따른 에너지밀도가 현재보다 2배 가량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까지 고려한다면, 향후 5년 후 고가의 전지가 전기차 확산의 최대 난제라는 이야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내의 경우 2016년 한 해 PHEV 3천 대를 포함, 총 1만1000대의 전기차 보급을 계획하고 있다. 작년의 2배 수준이다. 현대차의 전기차 라인업 강화도 전기차 확산에 기여할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은 전지를 제외하고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 관련 사업을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높은 가격과 주행거리 이슈가 해결 국면으로 접어들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향후 전기차 시장이 확산되면서 전지를 비롯한 전기차 부품, 충전 인프라, 전력 산업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화가 현실로 다가올 전망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지능형 IT의 융합, 국내 자동차 부품 생태계에 기반한 혁신, 전력 관련 에너지 신산업 육성 등 활용할 수 있는 재료들은 많다. 늦은감이 없지 않지만, 정부와 국내 관련 기업들은 전기차 및 관련 시장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전 인프라 구축, 보급 확대 ‘관건’

충전 인프라에 대한 인식 변화도 전망된다. 전기차의 성장은 필연적으로 충전 인프라의 확산을 수반한다. 다만 충전 인프라에 대한 투자 분담이 남을 뿐이다. 정부, 전력 서비스 기업, 자동차 기업 등이 서로 협력 혹은 경쟁하면서 충전 표준은 물론, 충전 네트워크 구축이 시급한 부분이다. 이미 전기차 보급을 대외적으로 선언한 지자체에서는 충전소의 부실 관리실태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관리감독에 대한 운영주체를 비롯해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이다 보니 관리가 부실해져 전기차 이용자나 충전소 운영 사업자 모두에게 유명무실해 버린 곳도 한두 곳이 아니다.

충전 인프라의 부족 자체가 전기차 확산의 결정적 제약 요인이 아니라는 시각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기존 주유소 네트워크에 익숙하면서도 전기차를 사용해보지 않은 경우에 한해 나오는 불편함이라는 주장으로 일축한다.

실제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서베이 결과, 급속 충전 인프라의 필요성에 대해 중립적이라는 결과가 나와 주목할 만하다. 전기차 사용자 대부분이 집에서 충전하는 것이 편리하고 하루 이동 거리도 일회 충전 시 주행 거리 내에 들어온다는 것. 소비자들이 굳이 공용의 급속 충전소를 찾아 헤매는 일이 드물다는 의견이다.

또한 전기차용 전지 시장의 성장이 가속되면서 대형 기업 중심의 경쟁 구조 고착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기업들이 전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전지 기업들의 입지는 점진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자동차 기업들이 파워트레인의 차별화를 위해서라도 전지 팩 및 모듈과 출력 제어의 최적화에 깊숙이 관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본력까지 겸비한 LG화학, 파나소닉, SDI, BYD 등 기존 전지 시장의 강자들이 고객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기술 및 시장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것이다.

전지 재활용 통한 자원 활성화도 핵심

전기차의 핵심인 전지의 재활용을 통한 자원 활성화 방안도 모색돼야 한다. 전기차의 연료탱크로서 수명을 다한 전지를 재활용하는 시장도 함께 성장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5~10년을 굴린 전기차의 전지는 많게는 70~80%의 용량을 다시 쓸 수 있다. 분산형 전력 체계 및 신재생에너지원의 확산과 신흥국의 전력 인프라 구축, 비상 및 보조 전원 확산 등으로 재활용 전지에 대한 수요 기반은 비교적 탄탄하다는 게 일반적이 시각이다.

일부에서는 아직 처리 비용이 높아 경제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는 전지를 분류, 재가공 및 처리하고, 용도 변경을 하는 사업은 자원 재활용이라는 측면에서도 꼭 필요한 영역이 될 전망이다.

전기차가 수익원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전력망 운영 차원에서라도 전기차 충전에 따른 별도의 요금 및 관리 체계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계절별, 시간대별, 완속 혹은 급속의 충전 방식, 혹은 전력생산 원가와 연동하는 형태 등 다양한 요금 체계를 설계할 수 있다. 심야 등 전력 수요가 적은 특정 시간대에 낮은 가격으로 충전할 수 있는 Off-peak 충전 요금제가 한 예라 할 수 있다. 국내도 전기차 충전에 대한 요금 체계의 기본적 형태는 이미 갖추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가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의 편의성 및 행동 특성, 충전 공간, 충전 방식의 비용과 경제성 등 다양한 관점을 고려한 해결책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며 “전기차 소비자들이 기존 주유소 네트워크에 필적할 편리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되면 전기차 대중화는 더욱 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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