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승합‧화물차에 의무화된 ‘비상제동장치’ 교통업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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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승합‧화물차에 의무화된 ‘비상제동장치’ 교통업계 주목
  • 정규호 기자 jkh@gyotongn.com
  • 승인 2016.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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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당 400~500만원선 “DTG처럼 정부지원 필요”
▲ 현대자동차가 도로에서 비상자동제동장치 시연을 하고 있다. 정부는 자가용 자동차에 도입돼 있는 이같은 장치(사진과 실제 장치는 다를 수 있음)를 고속․시외․전세버스 등같은 사업용자동차에 의무 장착키로 했다.

국토부, “‘운전자 혜택 장비’ 예산 지원 검토는 아직”

업계, “첨단안전장치 의무화, “교통업계와 조율해야”

국토부는 2017년1월1부터 출고되는 대형승합‧화물차에 차로이탈경고장치와 비상자동제동장치를 의무 장착한다고 지난 4월1일 밝혔다.

차로이탈경고장치(LDWS, Lane Departure Warning System)란 졸음운전 등 자동차가 주행차로를 운전자 의도에 반하여 벗어날 경우 운전자에게 경고하는 장치이며, 비상자동제동장치(AEBS, Advanced Emergency Braking System)는 주행 중 전방충돌 상황을 감지해 자동차를 자동으로 제동시키는 장치다.

업계에서는 전방추돌제어장치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다.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길이 11m 초과 승합자동차와 차량총중량 20톤 이상 화물․특수자동차는 차로이탈경고장치, 비상자동제동장치가 장착돼 출고돼야 한다.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고속‧시외‧전세‧특수여객버스만 의무 장착 대상이다.

▲4축 이상 자동차 ▲덤프트럭 ▲특수화물자동차 ▲피견인자동차 ▲시내·마을·농어촌버스는 의무 장착에서 제외다.

비상자동제동장치는 자율 주행 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중요한 기술 중 하나다.

현재 세계가 자율주행 시장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며, 우리나라도 이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그 과정 중 하나로 정부는 일반자동차에 이미 상용화돼 있는 비상자동제동장치를 사업용 자동차에 의무 장착키로 했다.

교통업계에서는 금호고속이 업계 최초로 이 장치를 장착한 버스를 현대자동차에 신청했다.

금호고속에서 이번에 도입한 비상자동제동장치는 차로이탈경보장치와 통합된 모델로서 오는 5월 중순 출고될 예정이다.

고가의 장치이다 보니 성능, 가격, 안전성 등이 주목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격과 성능을 가장 유심히 보고 있다.

비상자동제동장치와 차로이탈경보장치가 통합된 모델의 가격은 대당 400만원 중반대(부가세 포함)로 알려지고 있다.

고가의 장비이고, 의무 장착을 정부가 결정했으므로 지원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교통업계에서 커지고 있다.

운수사가 100대를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할 경우 차량 구입 가격으로 매년 4500만원씩(대당 450만원, 대폐차 10년 기준 적용 시)을 추가로 지출하는 셈이다.

서울의 한 전세버스회사 대표는 “비상자동제동장치 가격이 대당 450만원이면 우리 회사에선 차량 구입비용으로 총 1억1250만원(25대 보유)이 추가로 지출된 셈이다. 영세한 사업자들은 솔직히 부담스러운 가격”이라며 “차량 제조사에서 이러한 옵션(비상자동제동·차로이탈경보장치) 가격을 인하한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2018년도에 더 오를까봐 걱정된다”고 밝혔다.

육운단체 관계자는 “2013년에 아날로그운행기록계를 디지털운행기록계로 정부가 의무 교체할 당시 보조금을 지원한 바 있다”며 “정부에서 요구하는 교체이므로 일정 부분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토부는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장치 장착으로 혜택이 가장 먼저 국민에게 돌아간다면 지원을 검토해 볼만 하다. 그러나 일차적으로 운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장치이므로 지원대상이 될 수 없다”며 “아직 교통업계에서도 이 장치 비용을 지원해 달라는 공식적인 요청도 없어 지원을 검토를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첨단안전장치의 개발 속도가 매우 빨라지면서 의무 장착을 해야 할 교통업계와의 사전 조율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세계는 교통상황과 시설물을 스스로 인지해 달리는 자율주행차가 시작됐고, 자동차끼리 소통하며 달리는 차세대 지능형교통시스템(C-ITS) 구축, 드론 택배 도입 등이 실현되고 있다.

이러한 혁명은 지금보다 몇 배가 강한 안전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사람이 판단했다면 앞으로는 기기의 계산 실수, 해킹, 통신 에러가 큰 사고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다.

올해 초 구글에서 개발된 자율주행차가 첫 사고를 일으켰다. 단순한 접촉 사고였지만 에러가 크게 일어났다면 자칫 대형사고로 일어날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처럼 자율주행을 하다가 사고가 나면 보상은 누가 해야 하는 걸까. 차량제조사일까. 아니면 운행업체가 내야 할까.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

이처럼 기술이 복잡해질수록 제도도 세밀해져야 한다. 제도가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면 사회가 혼란을 겪을 수 있다.

비상자동제동장치 의무 장착이 비슷한 사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교통업계 고위 관계자는 “자율주행차이나 비상자동제동장치를 추가해 버스를 만들어 가격을 올리는 것은 제조사의 자유다. 그러나 비싼 버스를 의무적으로 구입해야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차량 가격 인상은 사업자에게 부담을 주고, 운임 인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는 안전 운행을 강화하기 위해 2~3년 전 사업용자동차에 장착된 아날로그운행기록계를 디지털운행기록계로 교체한 바 있다. 당시 DTG업체 부도, 편법 장착 등의 이유로 교통업계는 큰 혼란 겪었다. 비상자동제동장치가 도입되면 DTG의 기능은 축소되거나 정보 호환·운수종사자 평가 등서 마찰이 일어날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에 도입된 사업이 또 다른 기술 발달로 도입 취지가 무색해 질수도 있는 만큼 ‘의무장착’ 만큼은 정부의 장기적인 안목의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토부도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이미 자율주행차가 교통사고를 낼 경우 자동차보험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연구용역을 거쳐 2019년까지 자율주행차 보험제도를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해킹에 대비한 자동차 사이버보안 기준도 마련할 계획이다. 또, 경찰청은 운전면허제도와 교통사고 과실책임 판단 기준을 자율주행차 시대에 맞게 개편하고, 경찰 내 교통사고 조사 기능도 자율차 시대에 맞게 과학화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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