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I 브리프<2>] 교통사고, 단 한명의 사망자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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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I 브리프<2>] 교통사고, 단 한명의 사망자도 많다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6.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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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싶은데, 한국의 지난 교통사고 감소 정책의 목표와 성과가 어떠하며 최근 효과를 거둔 정책은 무엇인가?”

몇 달 전 일본의 교통안전 분야의 저명한 노교수 한 분에게 이러한 질문을 받았다. 노교수는 1971년~2015년까지 일본의 과거 교통사고 감소 정책의 목표와 실적을 보여줬다. 계산을 해보니 9차에 걸친 일본의 5년 단위 ‘교통안전기본계획’ 기간 동안 평균 목표 달성률이 115%에 달했다. 인구가 우리보다 2.5배 가량 많은 일본의 2015년 사망자수는 우리보다 504명이나 적은 4117명에 불과했다. 낯이 뜨거워 답변할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는 교통사고 다발국가에 속한다. 지난 한해 동안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4621명으로 1995년~2015년까지 사망자수는 15만3천여명으로 한국전쟁 전쟁 당시 국군 사망자수 15만명을 넘어서는 엄청난 피해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중 교통사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약 76%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를 국제적으로 비교해 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OECD 회원국가들과 비교할 때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10.1명, 자동차 1만대당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2.2명으로 모두 비교대상 국가 34개국 중 32위로 최하위 수준이고, 우리보다 하위에 있는 국가는 33위 터키, 34위 칠레 2개국 뿐이다. 격차로 보면, OECD 회원국가 평균에 비해서 11년 이상 뒤떨어져 있다.

더욱 문제인 것은, OECD 회원국가들의 교통안전 수준이 우리보다 1.8배~2배 정도 높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이 교통사고를 줄여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2009년~2013년 최근 5년 동안 OECD 주요 회원국가들의 인구 10만명당 사망자․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 감소율을 보면 각각 6.7%, 9.3% 인데, 우리나라는 4.2%, 5.9%로 1.6배나 감소율이 더딘 상태이다. 이 추세대로 간다면, 앞으로 10년 또는 20년 이후에도 우리나라가 교통안전 선진국이 되는 것은 요원할 것이다.

한편 이미 세계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우리나라의 경제력을 차치하고라도, 교통시설이나 교통운영 측면에서는 우리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다. 세계 공항서비스평가(ASQ) 1위의 인천공항, 세계 6위의 부산항, 세계 4위의 고속철도, 편리한 대중교통 환승 시스템 등 세계 어디에도 손색이 없는 교통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교통안전 분야에서 철도는 1억 km 당 교통사망자수가 14.3명(2014년)으로 세계 5위 수준이며, 항공 교통사고 사망자는 5명(2014년)으로 전년 대비 50% 감소하는 등 이미 선진국 수준에 도달해 있다.

그렇다면 이미 높은 교통안전 수준에 도달한 선진국 들이 어떻게 지금도 계속 우리보다 더 많이 교통사고를 줄여나갈 수 있는 것일까? 이들 국가들을 잘 살펴보면 모두 도로교통안전 정책에서 ‘교통사고 제로화 비전’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통사고에 관한 한 ‘단 한명의 사망자도 많다’는 인식하에 현대의 모든 기술과 정책, 제도를 통해 교통사고를 ‘0’화 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교통사고를 줄여나가자는 이념이요 인식인 것이다. 이는 또한 교통에서 이동성(Mobility) 보다 안전성(Safety)을 더 중시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인식에 따라 우리나라 국회에서도 지난 2013년 국회의원 122명의 발의로 ‘교통사고 제로화 실천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 결의안에서는 국회는 “국민이 교통사고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는 국민의 기본권임을 강조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교통사고로부터 보호하도록 국가는 교통안전 조직, 예산투자, 법․제도 측면에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 결의안이 통과된 지 올해로 4년째 인데 2013년 이후 2015년까지 사망자수는 연평균 4.7% 감소했으나 이 속도는 아직도 OECD 회원국 평균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더욱이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자수나 발생건수는 오히려 각각 1.9%, 3.8%나 증가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는데 한계에 도달했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다. 경제, 사회적으로 이미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되는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 제로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대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먼저 교통사고 감소를 국가의 최우선의 정책과제의 하나로 삼고, 교통안전 정책의 비전을 ‘교통사고 제로화’로 설정하고 현재 보다 더 높은 교통사고 감소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교통안전 조직, 교통안전 예산을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

둘째, 조직측면에서 국가의 교통안전 정책의 총괄기능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가교통안전위원회를 부활시키고 위원장의 지위를 국무총리로 격상시켜 교통안전 업무에 관한 관리감독 및 정책조정 기능을 담당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교통안전 업무의 강화를 위해 국토부와 지자체내에 교통안전 조직을 신설하거나 재편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교통안전 관리(Management) 기관의 기능이 중요하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국가 교통안전 정책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국토교통부, 국민안전처, 경찰청 등 담당부처가 수립한 정책을 현장에서 실행하는 교통안전 관리기관의 역할이 중요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기관들이 운전자․운수업체 관리, 자동차 안전, 교통안전 교육 등 방대한 본연의 이러한 사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평가 체계를 설정하고, 도로교통안전 관련 사업들은 민간에게 더욱 개방하여 교통안전과 교통안전 산업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도로종류별 제한속도를 ‘이면도로 30km/h‧도시부 도로 50km/h‧통과기능 간선 도로 70km/h’ 체계로 개편해 전반적인 속도를 선진국 수준과 유사하게 낮출 필요가 있다. 또 교통문화 수준을 높이고 안전운전에 대한 공감대를 촉진하기 위해, 법률용어로 돼 있는 ‘도로교통법’ 등의 내용을 영국, 일본, 호주처럼 사용자 친화적인 서술, 그림, 표 등으로 구성한 ‘교통안전 가이드 북’을 제작해 책자나 앱 등으로 보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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