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 가능성 크다” vs “불법적 설정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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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 가능성 크다” vs “불법적 설정 없다”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6.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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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양산차 배출가스 조사 결과 나오자
▲ 닛산 서울 용산전시장

환경부 양산차 배출가스 조사 결과 나오자

한국닛산 부인 … “정부 판단은 다소 문제”

환경부가 16일 닛산 ‘캐시카이’에서 배출가스 조작 정황이 포착됐다고 발표한데 대해 한국닛산이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정부와 업계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캐시카이는 환경부 자체 실험 과정에서 실내․실외 모두 배출가스재순환(EGR) 장치가 작동 중단됐는데, 이를 근거로 환경부는 한국닛산 등이 EGR 장치가 작동되면 연비가 나빠질까봐 임의 조작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한국닛산 측은 제조한 어떤 차량에도 불법적인 조작이나 임의설정 장치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국닛산은 물론 업계 일각에서는 환경부가 조작이라고 판단하는 근거에 다소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견해가 나왔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전문가 자문을 거쳐 내린 결론이라 하자는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우선 환경부가 일반적인 운전조건에서 배출가스 부품 기능 저하를 금지하고 있는 임의설정 규정을 위반했다는 주장에 대해 “캐시카이는 EGR 장치를 조절해 작동중단된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조작이라 보는 것은 논란 소지가 있다”며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하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했던 폭스바겐 건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닛산도 “국내와 유사하게 엄격한 테스트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럽연합(EU) 규제기관들 역시 조사한 닛산 차량이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임의설정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힌 상태다.

환경부가 근거로 제시한 엔진 흡기온도도 문제가 되고 있다. 캐시카이는 엔진 흡기온도가 35도를 넘어가면 EGR 장치가 중단된다. 한국닛산에 따르면 이는 엔진 보호를 위한 조치. 관련해 한국닛산 관계자는 “고무재질로 된 엔진 옆 파이프가 35도 이상에서 녹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설정한 것으로 어떤 불법적 조작이나 임의설정이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환경부는 이런 업체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홍동곤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통상적으로 엔진 흡기온도 센서가 45~60도 정도를 감지하면 엔진보호차원에서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끄는 것으로 아는데 캐시카이는 이보다 15도 이상 낮은 것이라 문제라고 판단했다”며 “전문가들은 엔진 옆 부품이라 뜨거워 녹을 수 있는데도 고무재질로 부품을 만들고, 부품이 녹을까봐 35도 이상에서는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껐다는 것은 명백한 위반이라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기술적인 문제를 빼더라도 엔진이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할 단계부터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끄는 것 자체가 친환경 클린디젤을 강조하던 것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을 목적으로 한다면 어쨌든 배출가스를 규제해야 하는데, 어떤 온도는 되고 어떤 온도는 안 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말했다.

법적 근거도 없는 실험 기준으로 조작을 판단하고, 이에 따른 제재에 나서겠다는 것도 도마에 올랐다. 환경부 조작 판단 근거는 실외 도로주행시험에서 나온 결과를 토대로 나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캐시카이는 실외 도로주행시험에서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실내인증기준(0.08g/km)의 20.8배에 이르렀다.

그러나 현재 실외 도로주행시험을 통한 배출허용기준은 법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다. 정부는 오는 2017년 9월부터 3.5톤 미만 중소형차 실제 도로조건 배출허용기준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향후 한국닛산에 대한 ‘과징금 부과’ ‘판매정지 및 리콜 명령’ ‘인증 취소’ ‘대표 고발’과 같은 조치가 연이어 취해질 경우 적법성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어느 쪽 주장이 타당한지에 대한 판단을 떠나서 업계와 시민사회계는 이번 환경부 발표로 국내에서 디젤차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했다.

공기 질을 악화시키는 대표적인 주범으로 디젤차가 꼽히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폭스바겐이 배출가스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진데 이어 이번에 한국닛산까지 조작 혐의를 받으면서 어떤 식으로든 정부가 디젤차 정책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향후 국내 판매 중인 디젤차에 대한 검증 강화는 물론 강도 높은 관리와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업계와 시민사회계 관계자는 “주요 선진국에서는 환경보호를 위해 디젤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2000년대 중반 이후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디젤차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어 이번에 문제가 불거졌으니 정부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지적했다.

관련해 환경부는 이번에 조사한 20개 차종 이외의 연간 100개 디젤차를 수시 검사하는 것은 물론 운행 중인 디젤차 가운데 연간 50개 차종에 대한 결함확인검사에 나서 임의설정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EU 기준에 준하는 도로 주행 배출가스 허용치 기준도 입법화를 추진한다. 모든 디젤차에 환경개선부담금을 물리는 방안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디젤 대형차 도심운행 제한’ ‘차량2부제’ ‘배출가스 기준 미달 시 생산판매 금지’ ‘디젤유 인상’ 등 보다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캐시카이 조작 의혹이 불거지자 일부 소비자가 폭스바겐 때와 마찬가지로 집단 소송에 나설 움직임을 보였다.

아우디폭스바겐 차주를 대신해 국내에서 집단소송을 벌이고 있는 법무법인 바른은 지난 17일 조만간 한국닛산으로부터 캐시카이를 구입한 차주를 모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되고 있는 ‘유로6’ 기준 적용 캐시카이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5월 11일까지 모두 814대가 국내에서 판매됐다. 바른 측은 차량 구입 대금 반환에 더해 구입 시점부터 연간 이자 반환도 요구할 방침이다. 아울러 환경부 조사에서 캐시카이 다음으로 질소산화물을 많이 배출한 것으로 나타난 르노삼성 QM3에 대해서도 자체 연비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법무법인 바른 하종선 변호사는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한국닛산이 캐시카이 구매자를 속인 것이 된다”며 “기존 매매 계약 자체가 성립될 수 없는 만큼 지급한 매매대금은 반환돼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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