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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 교통법규 위반자는 퇴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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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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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수 박사의 교통안전노트

지난 4월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이 “급할 경우 교통법규를 무시하라”고 지시한 ‘수행기사 매뉴얼’이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운전기사는 사장이 빨리 가라고 지시하면 신호나 차선, 버스전용차로, 제한속도를 아예 무시하고 달리면서 한 달에 내는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만 500만~600만원에 달한다고 했다. 수행 운전기사를 노예 부리듯 하고 욕설과 폭언을 서슴지 않는 재벌가의 갑질 행태가 다시 한번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여기에는 얼마든지 교통법규를 위반해도 돈만 내면 더 이상 불이익이 따르지 않는 우리 단속체계의 허점도 담겨있다. 우리나라는 현장 단속인력의 부족 등으로 교통법규 위반단속을 무인장비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무인장비로 단속되면 위반횟수와 관계없이 차량소유자는 위반행위에 따른 범칙금에 1만~3만원을 추가한 과태료를 납부하는 순간 모든 처분이나 처벌로부터 자유로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도로는 돈 많은 자들이 마음 놓고 휘젓고 다닐 수 있는 위험한 공간이 돼 버렸다.

우리 도로교통법은 교통법규 위반 시 행위자 책임이라는 원칙 아래 범칙금과 과태료 부과를 병행하는 이원적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것은 원래 위반 당시 운전자가 차량소유자면 범칙금을 부과하고, 그렇지 않으면 차량소유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려는 취지였다. 그러나 차량소유자가 법규위반 운전자인 경우에도 범칙금을 납부하지 않고 대부분 과태료를 납부하고 있다. 무인단속장비로는 실제 위반행위를 한 운전자를 합리적인 의심 없이 특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위반자가 처벌을 받아야 하는 대상자와 처벌의 종류를 선택하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2005년 5월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는 무인단속장비로 적발된 위반자가 과태료만 내면 된다는 그릇된 인식에서 운전자를 확인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과태료를 체납하는 경우가 많아 교통법규 위반자에 대한 과태료 부과를 없애고 범칙금 처분으로 일원화 하고자 했다.

그러나 위반행위 미확인 차량소유자에 대한 범칙금 부과가 행위자 책임원칙에 반하고, 차량소유자가 직접 운전자를 밝히는 것 또한 입증책임과 관련한 형사법 체계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교통법규 위반행위에 대한 처분을 과태료 부과로 일원화 할 경우 위반행위에 대한 입증책임을 차량소유자에게 전환할 수도 있어 언뜻 보기엔 바람직한 방안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인단속 위반행위에 과태료를 부과하려면 경찰관에게 동일한 위반행위로 단속돼도 과태료를 부과해야 하고, 현행 범칙행위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과태료 처분으로 바꿔야 하는 문제가 있어 수용하기 더 어렵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이원적 구조를 유지하면서 상습 교통법규 위반자를 도로에서 몰아내려면 차량소유자의 과태료 납부가 범칙금 납부와 비교했을 때 결코 유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과태료 납부자에게 범칙금 납부자와 동일한 벌점을 부과하거나 위반행위별로 과태료 금액을 대폭 상향해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이다. 벌점의 법적 성질은 행정청 내 사무처리에 관한 재량준칙에 불과하므로 무인단속에 적발되어 과태료를 납부한 차량소유자에게도 벌점을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일관된 입장이다. 실제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택시운송사업자가 준수사항을 위반한 경우에는 과태료나 과징금 납부와 함께 벌점을 부과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 범칙금보다 고액의 과태료를 납부하고, 벌점까지 받게 되면 실제 범칙자인 차량소유자로서는 과태료 납부가 유리하지 않으므로 위반사실을 인정하고 자발적으로 범칙금을 납부할 수도 있다.

물론 도난차량, 렌터카 또는 리스차량이거나 법인 소유의 차량 등에는 운전자가 밝혀지지 않으면 벌점을 부과할 수 없는 문제점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 대비해서라도 과태료 금액을 높여야 한다. 전문가들은 통상 벌점 10점의 금전적 가치가 7만~9만원이고 면허정지처분인 40점을 70만~80만원으로 산정하고 있다. 벌점을 부과할 수 없다면 위반행위에 따른 벌점과 면허처분의 금전적 가치에 상응한 금액으로 상향해 과태료를 부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교통법규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는 벌점과 연계돼 있고 위반행위별로 부과된 누적벌점에 따라 운전면허의 정지나 취소 등 제재수준을 달리하고 있다. 일본은 벌점이 15점이면 면허가 취소되지만 3회 이상 상습위반자는 4점의 벌점이라도 면허를 취소하고, 독일은 2점의 벌점을 부과 받으면 위반속도에 따라 1개월에서 3개월의 면허정지처분을 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도 상습적으로 교통법규를 위반한 운전자와 차량소유자에게 운전면허 행정처분과 연계된 퇴출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상습위반에 대한 법적 기준을 마련하고 1차 상습위반자로 적발된 자가 다시 상습위반자로 적발되는 경우에는 그 벌점의 1/2로도 면허취소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 상습위반의 횟수와 정도에 따른 행정처분의 차등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객원논설위원-교통안전공단 미래교통전략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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